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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408

영등포 폭풍전야 오후 5시/ 영등포 먹자 골목 전등불을 밝힌다. 빗자루로 가게 앞을 쓴다. 골목 골목 술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술통을 내린다. 그 위로 만국기가 펄럭인다. 운동회를 할 것처럼 펄럭거리고 있다. 꼼짝하지 않는 것은 하늘과 전봇대 뿐이다. 2006. 4. 12.
원미산 진달래 저 여린 것이 싶다. 햇살에 비친 진달래 꽃잎이다. 꽃잎 저편이 보인다. 분홍너머 세상이 열어보였다. 손을 대면 찢어질 듯 불면 뚫어질 듯 꽃으로 피어났다. 한 송이 꽃이 되어 우주 한 켠에 자리를 차고 앉았다. 저 여린 것이 말이다. 2006. 4. 12.
인사동 강제식당 인사동 뒤 피맛골에 가면 ... 강제식당(내가 지은 이름)이 있다. 강제식당에 가서,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막걸리와 이면수를 주면 난 짜릿하다. 나에게 강제로 선택권을 주지 않고 무조건 먹어! 난 짜릿하다. 선택권이 없는 것 선택할 필요가 없는 것 수 없이 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하루에도 .. 2006. 4. 10.
곁길 그리고 미등 북촌길을 걸었다. 곁길이다. 아래로는 승용차들이 헤드라이트와 미등을 켜고 달리고 있다. 난 도로 옆으로 난 좁은 곁길을 걸어간다. 차들보다 느리게... 차들은 빨간 신호등에 서 있다가 신호가 바뀌자 내가 걸어가던 곁길옆으로 쌩하니 바람을 일으키며 달린다. 미등이 반짝인다. 내 등에도 미등하나.. 2006. 4. 10.
광화문 사거리 지난 가을에 한참을 서있었던... 기다림 광화문 너른 길에서 오지 말란다. 캄캄한 새벽길을 걷는데,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는데, 오지 말란다. 기다리란다. 너른 길을 뻥 비워두고 오지 말고 기다리란다. 빨간 등 켜놓고 오지 말란다. 내가 빨간 등에 건너지 못하는 사이 저 멀리 어떤 이는 너른 길을 .. 2006. 4. 10.
민들레 아파트 마당 보도블럭 틈사이로 노란 민들레가 피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틈이라고는 없는데, 노란 민들레에게는 그 틈이 보였나봅니다. 또 어느 틈에 꽃봉오리 맺고 있는 억척스런 노란 민들레를 오늘 만났습니다. 2006. 4. 8.
[신미식]여행의 조건 http://blog.naver.com/sapawind/10001345685(by 신미식, 꾸스꼬) 이 여인보다 편한 다리를 갖고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야심찬 계획을 가졌었다. 작년에 큰 소리를 탕탕 치며, 내년 이 맘때면 내가 꿈꾸는 페루를 꼭 가고야 말겠다고.... 꼭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제 겁이 날 것이 없다. 이루고자 하.. 2006. 4. 6.
진도 옆 접도 기행 진도 돌아온 백구, 판소리... 뭐 그런 것들이 연상이 되는 그 길을 가기로 했다. 나의 출발은 미약했으나 그 가는 길은 창대히도 괴롭혔다. 밤새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길 내내 멀미를 했다. 뱃속에 자리한 위주머니가 혼자서 마루운동을 하는 듯 하다. 왜 멀미를 하지? 아! 비가 오는군. 난 비가 오면 멀.. 2006. 4. 4.
진도 남망산 야생화 목본? 아니면 노루귀? 제비꽃 잠자리난(혹은 감자난초) 현호색 다시 꽃이 피는 계절이 되었다. 지난 가을, 꽃 핀 채 얼어버린... 그리고 탈색되어가는 꽃들을 찍은 적이 있었다. 겨우내내 꽃들은 볼 수 없었다. 봄, 몇 걸음 산을 오르며 내가 꽃을 만날 수 있을까 설레는 맘이었다. 우선 진달래가 보였다. .. 2006.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