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비(發飛) 전체보기2218 [발비] 파천사 눈사람 파천사 눈사람 파천사 뒷담 곁에서 다비장이 열렸다사리는 없었지남긴 소리라고는 들릴 듯 말 듯 똑. 벙어리인 줄 알았지생을 넘는 순간 한 마디. 어쩌면,하늘을 뚫어 넘어가고 싶다는 비명이었을지도 몰라 저 아래 계곡 어디선가도 가끔 들리는 소리 똑. 2025. 3. 2. [발비] 잿빛 블록이 덜컹거리는 속내 잿빛 블록이 덜컹거리는 속내 시멘트 보도블록은 아이를 생산한 여자의 쭈글거리는 뱃살처럼누군가 지나갈 때마다 덜컹거린다잿빛 얼굴을 하고는 겨울 내내 덜컹거리고 있다덜컹이며 하는 말이 배불렀던 시간이 좋았단다어느 봄에는 내 품에 여귀꽃을 피웠더랬어어느 가을에는 개머루도 피웠더랬지곧 봄이 올 거라며 찬 바람에 쭈글거리는 배를 덜컹거리며지난 봄 바람에게 받아둔 민들레를 품고 있다며 씨가 부풀기를 기다린단다.덜컹거리며 민들레 필 자리를 봐둔단다.민들레 꽃피고 질 때까지는 배 가득 부풀리고 그때는 덜컹거리지 않을거란다 2025. 3. 2. [발비그림] 눈물을 챙겨 놓은 여자 내가 실제 본 여자. 그 여자는 자신이 품은 것들이 썩지 않고 잘 자랄 만큼의 눈물을 항상 몸 속에 쟁여둔다. 가끔 몸 속 물이 과하면 아무도 몰래 눈물을 흘려 품은 것들이 상하지 않게 한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다. 여자의 얼굴 중 눈이 가장 반짝인다. 2025. 3. 2. [발비그림] 숨은 꽃들의 꽃말 찾기 화려한 여자를 그리고 싶었는데, 애매하고 맹한 여자가 되었다. 근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나오는 많이 가졌는데 맹한 여자, 애매하고 맹해서 무엇을 가지고도 뭘 해야 할지 몰라 엉뚱한 짓만 하는 그런 여자가 되었다.눈동자를 가운데 위쪽에 그리고나니 뭔가 궁리하는 여자처럼 되었다.애매하고 맹한 여자가 궁리하기 시작하면 대형사고를 칠 것 같아, 여자의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고 한쪽 구석으로 몰았다. 금새 뭔가를 찾는 여자가 되었다. 궁리하는 여자보다는 찾는 여자가 낫다 싶었다. '찾는다'는 것은 내가 시작이 아니다. 내게 있었던 것, 내 곁에 있는 것과 같이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확인하고, 존재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여자의 곁에는 비슷한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있다.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른 생을 타고난 꽃들.. 2025. 3. 2. [발비그림] 물의 흔적 그려지는대로 그리고, 내가 뭘 그린거지. 내가 그린 여자의 머리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돌고래 두머리를 얹혀있다.나는 돌고래의 몸에서 떨어지는 물인지, 여자가 흘린 눈물인지 모를 짠물이 가득 고인 여자의 눈을 멍하게 쳐다본다. 백석의 시, 이 생각났다. 맥락도 없이 문득 떠올랐다.몸이 머무르는 곳, 생각이 머무는 곳이 다른, 사람의 외로움, 고독, 거기서 밀려오는 슬픔, 마침내 마주하게 되는 나의 어리석음. 뭐 그런걸까?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그리고 왜?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은 본래 무엇이었는지를 모를 경우에 하는 말이겠지.원래 여자가 있었던 곳을 가늠하게 하는 돌고래와 물, 둘 다 수면 위에서 황당하게 있다. 백석처럼.원래의 정체성을 가진 그곳에 산다는 것은 대체 어떤 느낌일까?그것을 잃어버.. 2025. 3. 2. [발비그림] GOOD GIRL GOOD GIRL이고 싶은 날.여자는 꽃으로 피어 태양 아래서 더한 빛을 내고,세상의 눈들이 여자를 쳐다보면, 언제나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로 그들을 대하고,무엇이라도 품을 수 있을 것 같은, 미소에는 평화가 담겨 있다. 내가 곁을 스치는 이에게 말없이 다가가 손을 내밀면누구라도 깊이 숨어있던 아픔이 잠시 멈춘다.내 눈엔 세상의 진실이 가지런히 담겨있고, 내 말에는 따뜻한 온기가 흐른다. 그런 굿걸이 되고 싶다. 2025. 3. 2. [발비그림] 도시남녀 좋아요, 최고에요... 좋아요, 최고에요... 저 너머 빌딩에서 계시다면서요.저는 건너편 이쪽 빌딩에 있어요.멀지 않아요. 가깝지도 않죠. 이쁘신 거 같아요.... 좋아요, 최고에요... 좋아요, 최고에요...오늘은 야근이에요.저는 칼퇴 후 운동가요. 운동은 매일 가요? 꼭 가죠. 좋아요, 최고에요... 좋아요, 최고에요...우리는 오랫동안 서로의 SNS에 좋아요, 최고에요를 수백 번 눌렀지만,정작 내 입에서, 그의 입에서 좋아요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 2025. 3. 2. [발비그림] 회복-나무를 자라게 하고 꽃을 피우는 몸 회복되고 있다. 긴 시간 돈을 버는 일을 했고, 돈을 버는 것은 돈을 주는 사람의 머리와 마음이 되어 움직이는 것이다. 나의 머리와 마음이기보다 그의 머리와 마음으로,또 대부분 작가들의 머리와 마음으로 살았다. 그 사이 나는 몸 뿐만 아니라 머리와 마음도 함께 삭아가고 있었다. 겨우 형체만 남아 건들면 무너져버릴 것 같은 몸을 곧게 세우고 발을 땅에 묻었다. 가만히. 가만히. 그대로 가만히 몸은 회복되고 있다. 물이 돌고, 작은 움에서 줄기가 솟고, 줄기 끝에 잎이 나고 꽃이 핀다.끝이 뾰족한 잎이 나구나. 작고 둥근 꽃을 피우는 것이 나구나밤하늘에 빼곡한 별을 눈에 가득 담고서 나를 가만히 두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한다.햇빛이 머리 위를 비출 때, 꽃냄새, 잎냄새가 난다. 2025. 3. 2. [발비그림] 눈을 감으면 더 광활한 거 있지 눈을 감으면, 더 광활한 거 있지.멀리서부터 거대하게 밀려오는 파도가 있는 광활한 바다가 있지.눈을 꼭 감으면, 파도 소리, 갈매기 우는 소리, 뱃고동 소리가 들리지.운이 좋으면 흥이 난 어부가 틀어놓은 라디오 음악소리도 들리지.난 가끔 눈을 꼭 감고, 입도 꼭 다물고,내 몸 안에서 들리는 소리들을 찾아듣지. 2025. 3. 2. 이전 1 2 3 4 ··· 2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