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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2

안개의 어둠이라는 것 환한 어둠이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자유로를 달렸다. 캄캄한 정도는 아니었기에 자동으로 설정해 둔 안개등이 켜지지 않아 수동으로 안개등을 켰다. 그만큼 어둡지 않았다. 안 보일 뿐이었다. 안개 속이 보이지 않는다고 어둠은 아니다. 불투명한 밝음. 18년 동안 쓴 전기밥솥을 바꿨다. 새로 산 밥솥으로 밥을 했다. 밥은 고소하고 찰졌다. 일요일이었던 어제는 그 밥을 두번이나 먹었다. 밥이라는 것이, 밥맛이라는 것이 있었다. 하얗고 기름진 밥을 먹으니 힘이 났다. 밥을 먹기 싫어한 것은 밥이 아니라, 밥을 잘 짓지 못하는 밥솥이던가 나던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어둠과 관련된 캄캄함이 아니라 환하고 확연한 것인데도 보지 못한 것이다. 저 먼데를 보려면 보이지 않지만, 내 발밑은 환한데 말이다. .. 2020. 10. 19.
가을에 핀 봄꽃 봄꽃 중에 봄꽃, 벚나무에 벚꽃 봉오리들이 가득 맺은 걸 보았다. 어제 출근길 자유로 벚나무 어느 한 그루에 핑크빛 봉오리를 보고 눈을 의심하고는, 출판단지 진입 5킬로미터 전인 것을 확인하였다. 오늘 출근길 그 지점 지날 즈음 최대한 갓길 쪽으로 붙어 꽃봉오리들이 맺힌 벚나무를 찾기는 쉬웠다. . 갈색으로 물든 나무들 사이에 분홍빛 꽃봉오리는 눈에 잘 띄었다. 아주 오래전 성철스님이 돌아가신 다음해인가, 마지막에 머무르시던 백련암을 간 적이 있었다. 백련암 마당 한켠에 빨간 장미가 피기 직전에 얼어있었다. 5월에 피어야 할 장미가 아마 11월 즈음에 핀 모양이다. 많이 빠르거나 많이 늦거나 움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맺고, 꽃을 피우다 추운 겨울을 만나 그대로 얼었다. 언 장미는 자주빛이었고, 작았다. .. 2020.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