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텃밭, 여름 꽃들이 한창이다 6월 첫째주의 텃밭에는 꽃들이 한창이다. 4월에 심은 상추는 5월부터 하루 세끼 일용할 양식이 되고,방울토마토는 노란꽃을 피우고 있으니, 곧 토마토를 기대할 만하고,오이는 벌써 하나 따 먹었다. 열무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꽃이 너무 이뻐서 꽃을 보기로 했다. 우연히 입에 넣었더니 농축된 열무맛이 너무 괜찮아 꽃을 따다 샐러드에 넣어 먹는데 꽃이 너무 이뻐 아껴 딴다. 꽃밭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우리 밭 주인은 내가 꽃밭을 만들고 있을 때, 뭐하냐며 장난치냐며 비웃었지만 지금은 갈 때마다 꽃밭을 쳐다보고 있다. 꽃모종을 빈틈없이 심었더니 꽃들도 쉬지 않고 돌아가며 핀다. 사진에 보이지는 않지만, 비닐멀칭 없는 곳에 심어둔 부추, 고수, 당귀도 잘 자라고 있다. 이들은 같은 곳에서 겨울을 잘 나고,.. 2026.06.09
- [서머싯 몸] 인간에게 실망하지 않는 법 ― 不可近 不可遠의 미학 5월에는 서머싯 몸의 작품들을 읽었다. , , , 의 순서로 읽었다. 세 권을 모두 읽고 나니, 를 가장 먼저 읽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의 순서대로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서머싯 몸의 세 장편을 읽고 든 생각은 거리, 관찰자, 인간에 대한 긍정 같은 것들이었다. 그는 '인간에게 실망하지 않고 관찰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不可近 不可遠은 작가들이 흔히 가지게 되는 차가운 고립이 아니었다. 그는 타인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평정심을 지켜내는 가장 세련된 인간 사랑의 방식을 가진 작가였다. 한 작품씩 읽어나갈 때마다 작가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과 거리가 부러웠다. 를 첫번째 책으로 읽었다. 달을 잡기 위해 6펜스를 버리고, 자신의 꿈을 쫓기 위해 달렸던 스트릭랜.. 2026.06.09
- [알베르 카뮈] 인간이 할 수 있다는 반항 4월엔 카뮈를 읽었다. 요즘 놀라는 건, 오래 전 읽었던 기억 속에 카뮈와 지금 읽는 카뮈의 방점이 다른 곳에 찍혔다. 의 첫 문장인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그는 슬프지도, 어쩌지 하는 걱정도 없이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과 곱씹는 것은 언제였을까 정도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부모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과 다르다. 엄마의 죽음 자체만 그에게 남는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살인에 관한 그의 대답인, '나는 그것이 태양 때문이었다고 말했다.'뫼르소는 왜 죽였을까? 고민했고, 고민의 결과가 태양이었다. 사실이고, 공감되었다. 엄마의 죽음, 지독하게 더운 날씨, 뜨거운 햇빛, 장례식, 그리고 그는 승진도, 결혼도, 심지어 엄마의 죽음까지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는 사람이었다.그래서 .. 2026.05.04
- 말을 못해 헤어진다 어제 우연히 유튜브로 티비프로그램 한 편을 몰입해서 봤다. 스물 한 두살에 만나 임신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애기를 낳고, 결혼한지 4년만에 이혼을 한 유튜버들을 보았는데, X여자는 패널로 나와 X남자가 새로운 여자를 만나 자신의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는 모습을 보고는 슬픔이 아닌 묘한 기분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때와는 다른 사람이고, 다른 톤으로 말한다고 신기해 하기도 했다. 함께 한 패널들이 상대적이라고 했다. X 남자는 새로운 여자와 5년을 만났는데 대화가 늘 끊이지 않는다고, 대화를 하면서 늘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실제로 그 둘의 대화는 편안했고, 시선은 서로에게 잘 머물러 있었다. 구독하고 있는 유튜버들 중에 휘토피아도 그의 미국인 남편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 2026.04.21
- 동생과 텃밭에서 밥을 먹었다 동생이 부산으로 출장을 가는 길에 집에 들를 거라고 했다. 엄마는 저녁시간에 도착해 다음날 이른 아침 부산으로 가야하는 동생에게 저녁메뉴를 물어볼라고 했다. 선택지는 자작한 갈치조림과 새끼방어인 사배기조림. 동생은 사배기조림을 선택했다. 텃밭에 바질, 루꼴라, 고수, 깻잎 모종을 심어야해서 텃밭에 갔다가 동생을 픽업하러 나갈 거라고 톡을 했다.톡을 하고 보니, 동생에게 새로운 텃밭도 보여주고 싶기도 해서 픽업해서 잠깐 텃밭에 들러 모종을 심으면 될 것 같다고,잠깐 바람도 쐬고 어떠냐고 물었다. 삼십분 정도 밖에 안 걸릴 거라고. "그러게. 바람 쐰지도 오래됐다고, 나는." 이라고 답이 왔다. 그러자고 가볍게 대답하고는..., 바람을 쐰지 오래되었다는 말이, 작게 남은 숨으로 나눠가며 살아가는 것.. 2026.04.18
- 텃밭, 봄. 다시 심고 있다 지난 3월까지도 텃밭을 할까 말까 고민했었다. 지난해에 고구마를 몇 줄기 얻어다 심었었는데, 그 고구마 캐다가 손가락이 아파서 밭고랑에 앉아 엉엉 울어버렸다.그리고 텃밭을 안하기로 결심했다. 26년에는 노동 대신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산적인 결심을 한거지.(비생산적인가?) 주말농장 텃밭을 처음한다고 했을 때 얼굴 그으른다고, 힘들다고, 그렇게 반대하던 엄마는틈만 나면 그래도 조금만 하지, 하고 텃밭에 대한 미련이 나보다 더 크고,이 곳에서 만난 좋은 인연인 텃밭 주인은 작년 땅의 반만한 것을 입구 쪽데 줄테니그냥 모종만 꽂아두라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안하겠다고 하였으나 아파트에 목련이 하얗게 피고, 도로가에 개나리가 노랗게 피고,감자랑 가는 뒤산 산책길에 산벚꽃과 산수유가 피기 시작하니 마음이 일렁거렸.. 2026.04.16
- [카프카]의 ‘이유없음’들 카프카가 만든 세상은 늪 천지이다. 카프카가 만든 이야기 속 인물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어떻든, 빠져나올 수 없고, 발을 디딜 곳이 불확실할 뿐 아니라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조금씩 혹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작년부터 해 오던 독서모임이 있다. 올해부터 스스로 정한 방침(?)이 있는데, 그건 그 달에 읽을 책이 정해지면, 그 저자의 책을 되도록이면 많이 읽는 것이다. 3월은 카프카의 [변신]이었고, 독서모임이 끝났음에도 어제 그러니까 3월 31일까지 카프카의 글들을 읽었다. [변신] 그리고 [선고] [시골의사] 등 같은 책에 수록된 몇몇 단편들과전자책으로 가지고 있었던 [성]은 결국 다 읽지는 못했지만 반은 넘긴 듯 하고,민음사와 교보가 함께 펴낸 디에센셜 [카프카]에 수록된 [실종] 그리고 함께 .. 2026.04.01
- 너의 말만 남은 나에게, 나의 말 어디에 어느 새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의 기준이 지난 시간 어디쯤이 되었다.눈을 뜨기도 전인 아침 내게 떠오른 생각은 나의 말이 없다, 이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그림을 봐도 그것들을 만든 사람의 생각을 알아채기보다그것들을 본 내 생각과 말을 따라가기에 바빴다. 그때의 나는 내 안의 말들이 너무 많아 그들의 생각을 가늠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청시절을 보낼 때에도 그랬다. 많은 문청 동료들이 선배의 글들을 레퍼런스로 삼을 때도 나는 내 안에서 넘쳐나는 말들을 뱉어내기 바빴다. 밤을 꼴딱새고도 흘러나오는 말을 다 담지 못할 때가 많았다. 나는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자판에 손을 올려놓으면 말들이 쏟아져나왔다. 쏟아져나온 말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판을 두드려 기록하고는 한숨을 돌리고나서 읽어보면 내 안의 .. 2026.04.01
- [카프카] 변신- 연민 요즘 고전이라고 불리는 소설들을 느리게 느리게 읽고 있다. 일기장에 짧게 메모하는 것 빼고는 읽으면 읽는대로 두었는데, 카프카의 소설들을 읽고는 짧은 메모로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다른 고전들도 그런데,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없고, 읽기는 했는지도 알 수 없다. 카프카도 그렇다. 카프카는 내게 철학자 모드이다. 그가 쓴 소설보다 그를 따라다니는 초현실, 초자아, 부조리 같은 단어들이 더 강렬했던 탓일 듯 하다. [변신]을 첫 페이지를 읽으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웃기는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는 왜 그렇게 심각하게 이 소설을 읽었을까?아까 말한 초현실, 초자아, 부조리 같은 단어들의 무게만이 남아 그렇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같다고 추측한다. [변신]을 처음 읽은 뒤, 지금까.. 2026.03.17
- [넷플릭스] 브리저튼 이제 봤다. 그것도 시즌1에서 시즌4까지 샬롯 외전까지 4박5일동안 정주행했다. 밥 먹고 자는 시간, 감자 산책시간을 빼고는 브리저튼과 함께 폐인처럼 살았다. 브리저튼이 2020년에 첫 공개가 되었을 때부터 봤어야했는데시즌1을 놓치자 시즌2에서는 정주행의 부담이 생겨서 차일피일, 결국 차년피년이 되어 이제야 정주행을 끝냈다. 웃기지만 그것만으로도 기쁘네. 재미있었다. 역시 영국이야기가 나랑 맞다. OTT가 우리 곁에 없었을 적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본 BBC 드라마는 최적이었었다. 지금도 변함이 없는 듯 하다. 영국 사람 특유의 품위, 부조리, 위트, 고지식, 뻔뻔함 그리고 유약함은그 어느 나라의 이야기보다 원초적인 느낌이 있다. 그래서 동의한다. 브리저튼도 그랬다. 배경은 역시 영국이야기의 보..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