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도서관 자료실, 누군가의 책상 옆 자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누구인지를 보기 위해서다.그인지, 그녀인지 모를 누군가의 책상 위에는 뒤집어놓은 책의 표4,'연금투자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확실한 방법'처음 눈이 간 곳은 여기다.연금.요즘 내가 꽤 많이 생각하고 있는 말이다.그 옆에 읽은 곳을 가리마 삼아 거꾸로 뒤집혀 있다. 그래서 제목이 있는 표1이 내쪽에서 잘 보인다.이런 책이 있나보다. 안동 어디에서 근무하는 지방직 공무원인 모양이다. 88년생은 몇 살이지?2026-1988=?아니, 나보다 스물한 살 어리면?서른여덟, 아홉 즈음이겠네.그런데 벌써 연금투자로 부자가 되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거네. 대체 나는 그 나이에 뭘 한거지? 아니, 난 그때 인생의 가장 큰 산을 만신창이로 넘고.. 2026.09.20
- 억압 지난 열흘은 부산스러웠다. 집이 팔렸으니, 새로운 집을 찾아야 했다. 애초에 서울집을 판 목적이 3년간의 엄마집 생활을 청산하고 독립하는 것이었다. 서울집을 팔았다고 하면 뭔가 부자일 것 같지만,누구의 도움도 없이 긴 시간동안 대출과 이사를 반복하며 얻은 아주 작은 주공아파트일 뿐이다. 남들에겐 그럴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내게는 30년 가까운 긴 시간이 이 작은 아파트 하나로 응축되었다가 그것이 사라진 느낌이다.서울살이 30년이 곧 집이었고, 이제 내 집이 아니다. 안동에서 집을 구하는 건 참 애매한 일이다. 지방소멸..., 그런데 집값은 내게 여전히 부담이다. 서울집처럼 작고 오래된 아파트에는 살고 싶지 않았다. 마치 지금 이 순간밖에 없는 것처럼, 신축이면서, 원래 보려고 했던 집보다 더 큰 집.. 2026.09.19
- 괴테가 아니었다. 니체였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괴테 이 문장을 책상 앞 벽에 붙여놓고 매일 보았다. 꽤 오래된 것 같다. 오늘 아침 이 문장이 다른 날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와, 시간을 한참 멈췄다. 괴테가 이렇게 말한 앞뒤 상황이 궁금해졌다. 괴테는 어떤 일에 이런 말을 했을까? 챗gpt에게 괴테가 이 말을 하게 된 앞뒤 상황을 찾아봐 달라고 했더니, 괴테가 아니라 니체라고 했다. 니체, 니체가 했을 법한 말이었다. 니체가 어울린다. 그리고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는 것이다.'고통'이 아니라 '것' 내가 느끼는 고통이 아니라 대상이고 상황인 '것'이었다. 이 말은 니체가 아프기 직전에 썼다는 이라는 책의 「잠언과 화살」8번이란다. 앞뒤의 말은 이렇다. 6.. 2026.09.10
- 말은 많아지고 톤은 높아졌다 말은 많아지고 톤은 높아졌다.이걸 막아야 한다. 온 힘을 다해 이걸 막아야 한다. 내가 가장 대하기 힘든 사람은 말이 많고, 톤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 앞에 있으면 내 영혼은 안드로메다 행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말만 그런 것이 아니라 표정도 굳어있다. 결연한 것과는 묘하게 다른 표정, 세상의 중심이 본인이어야 한다는 얼굴로 주위를 살피며 동의를 구한다. 사실 말은 동의를 구하는 것이 맞지만, 반드시 동의를 얻을 수는 없다. 동의는 상대방이 하는 것이지 자신의 소관이 아니니까 애초에 타인을 설득하는 일은 세상 무엇보다 어렵다. 설득은 어렵고 섬세한 일이다. 이성과 감정, 이 둘이 다 맞아떨어져야 '동의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전보다 말이 많아졌음을,.. 2026.09.08
- 불국사에서 부처님께 절을 했다 친구들과 2박3일 여행을 했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였던 고등학교 2학년때 친구들이다. 그때는 한 교실에 있었지만, 지금은 각자 다른 자리에서 각자 다른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모든 상황이 달라졌지만,시간이 만들어준 각자의 단단함과 관계의 단단함은 새로운 공통점이 되었다. 서울에서 온 친구들과 안동에서 만나 영덕에 있는 친구의 세컨하우스에 짐을 풀었다.바다가 보이는 소박한 카페에 앉아 흰구름과 먹구름이 낮게 깔린 바다를 본다. 지난 몇달간 있었던 일들을 나눈다.이 친구들은 이상하리만치 통화를 하지 않는다. 그냥 '모이자' 한다.그리고 만나면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과 생각들을 털어놓는다.바다를 보며 각자의 이야기를 주섬주섬 꺼내 씨줄과 날줄로 엮는 시간, 이번 여름 내가 아닌 우리는 이런 모양이 되었.. 2026.09.07
- 이제 쪽파만 심으면 가을이다 지난 이틀 동안 텃밭을 정리했다. 올해 4월에는 방울토마토, 오이, 고추, 상추, 바질, 파.... 이런 것들을 심었었다. 상추, 겨자채, 케일 같은 잎채소들은 이미 여름이 오기 전에 꽃이 펴서 정리를 하였었고, 방울토마토와 오이는 그 명을 다해 어제, 그제 정리를 했다. 오센티, 십센티의 모종을 사다 심은 것들이 나보다 몇 배는 커졌다. 방울토마토는 해마다 그렇듯 따자마자 햇빛에 말려 선드라이토마토를 만들어 냉동시켜두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렇게 말린 선드라이토마토는 일년내내 간단피자를 만들 때 넣어먹었다.가끔 김치찌개나 라면에도 시험삼아 넣어보기도 했다. 나의 기쁨 중의 하나다. 오이는 올해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백다다기 오이가 늘 실패를 해서 올해는 청오이만 심었다. 그리고 해마다 조금씩 .. 2026.09.04
- [유혜주] 니 냄새가 좋아 '내게 아직 남은 꿈이 있다'라고 쓰고 보니, 아닌가 주저하는 마음에 '내게 꿈이 있었다'라고 써본다. 아니다.'내게 아직 남은 꿈이 있다'가 맞다. 그래 내게 아직 남은 꿈이 있다는 걸, 그것도 간절히..., '간절히'는 아닌 것 같은데,'진심으로' 가 적당한 것 같다. '내게 아직 남은 꿈이 있다. 진심으로 그 꿈을 이루고 싶다.' 이제 완성된 것 같다. 그 꿈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유혜주 작가. 나는 이 작가를 유튜브에서 처음 만났다. 유튜브의 알듯 알 수 있는 알고리즘이 그녀를 만나게 해 주었는데, 그녀의 키워드는 '틀 밖의 자유' '자유' 롭게 살고 있는 여자였다.그녀는 틀 밖의 자유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녀에게 틀이 여전히 존재함. 그래서 '틀'과 대비되는 '자유'가 더 도드라져 .. 2026.08.23
- 4-job은 실현되었다 4-job이 실현될까 했는데, 실현되었다! 자세히 따지지는 말고, 따지면 이 말은 성립하지 않으니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것도, 의심을 하는 것도 금지다. 실현되었다! 고 선언만 하기로 한다. 몇 년전 마지막 회사를 그만두면서 크롬브라우저의 북마크에 폴더 하나를 만들었다. 4-job 네 가지의 직업을 가져보리라. 아무런 근거도 배경도 없이 네 가지의 직업을 가진 삶을 동경했다. 네 가지의 직업을 갖는다는 건 어떤 의미냐 하면, 무게감이 없다는 것이다. 너 아니어도 세 개가 있잖아. 두 개가 있잖아. 아직 하나가 있잖아. 그러니 가볍다. 쫄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네 가지 직업은 가벼워야 한다. 가벼우려면 돈을 적게 받아야 한다. 돈을 적게 받는다는 건 시간을 적게 쓰는 것이 된다. 무엇보다 할 수 .. 2026.08.20
- 깨긴 했지만 눈은 안 뜨고, '감사'에 대한 생각을 했다 게으름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은 게으름은 늦은 기상이 이어지고 있다. 여덟 시면 일찍 일어나는 거고, 아홉 시면 적당한 거고,열 시에 일어나면 '참 나' 하는 날달이다. 오늘은 아마 여덟시쯤 깬 것 같다. 눈을 감은 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하루의 시작으로는 좋지 않은 생각들이 이어졌다. 뭐랄까 염세적인 생각들. 안 좋은 일이군, 아침에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하면 좋다던데, 하면서 감사할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때 감자양이 귀신같이 내가 깬 것을 눈치채고, 아침마다 하는 놀이를 하자고 애교를 떤다. 볼을 비비고, 손을 핥고... 그렇군, 나를 엄청 좋아하는 귀여운 감자가 있군. 티비에 나오는 말썽 많은 강아지가 아니라 교감 잘하고, 대소변 잘 가리고, 애교도 많고무엇보다 건강한 강아지가 .. 2026.08.08
- 어수선한 날, 산책 나쓰메 소세키의 을 읽는데, 산책 장면이 많다. 그리고 잔잔한 대화가 많다.어느 대화에서, 그런 대화가 부러웠다.책읽기를 멈추고, 창 밖을 보니 여전히 뜨거운 듯 했다.오늘은 37도라고 했다.주차장에 세워둔 차가 보인다. 아마 지글지글 끓어오르고 있을 것이다. 해가 진 뒤에도 열이 식지 않겠지. 지하주차창에서 하룻밤 정도는 보내야 열기가 식혀질거다. 그렇게 뜨거운 날들이다.어제는 저녁준비를 하다가 왼손 검지를 손톱과 함께 베었다.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지? 라는 생각과 이어지는 딴생각을 하다 손가락을 벤 거다.칼질을 하면서 딴생각이라니.그리고 그저께는 한 일주일전에 모기에게 물린 자리가 간지러워 나도 모르게 박박 긁었는데,지금은 성이나 탱탱 부었다. 엄청 가렵다. 난 모기에게 물렸다고 긁지 않는데.....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