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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집사 식물집사19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한 뒤 감자가 변했다. 아니 달라졌다. 해가 아직 뜨지 않은 새벽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감자와 함께 소파에 눕는다. 감자에게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한다. 대답은 돌아올 리 없지만, 감자는 내게 길고 진한 뽀뽀를 충분할 때까지 한다. 이렇게 쪼그리고 누워 짧은 잠을 한 번 더 잔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그래도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았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침대와 소파의 이불들을 정리한다. 밤새 오갔을 배변판을 정리하고, 밥을 주고, 물을 갈아준다. 나는 커피를 내리고, 이때쯤이면 감자는 내 발끝을 쫓기 시작한다. 앉으라는 신호다. 아침잠을 자고 싶다는 거다. 커피를 들고 책상에 앉으면 바로 옆 방석에서 바로 잠이 든다. 항상 아침 커피는 한잔으로 부족하다. 커피 한 잔을 더 가지러 갈 때면, 참아야 하나. 고민이.. 2023. 2. 7.
[쟝 그르니에] 섬 동물에 대한 글 중 마음 속 1등은 쟝 그르니에의 [섬]에 등장하는 고양이 물루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쟝 그르니에의 글 중에서도 물루에 대한 관찰과 묘사가 너무 좋다. 고양이 '물루'때문에 오래된 청하출판사 버전인 이 책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다. 동물과의 밀접한 동거를 시작하며, 물루가 생각났다. 나는 '감자'를 관찰하고, '감자'는 나를 관찰한다. 동물들의 세계는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동물들이 잠자듯 엎드려 있는 것이 보기에 좋다. 그들이 그렇게 엎드려 있을 때. 대자연과 다시 만나고 그들의 몸을 내맡김으로써 그들은 자신들을 키워주는 정기를 받는다. 우리가 노동에 열중하듯이 그들은 휴식에 그렇게 열중한다. 우리가 첫사랑에 빠지듯이 그들은 깊은 신뢰로 잠 속에 빠져든다. -쟝 그르니에.. 2023. 1. 12.
[감자] 아침형 인간이 되고 있다 감자 덕분에 아침형 인간이 되고 있다. 늦은 밤까지 넷플릭스 드라마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린 강아지에게는 무지한 소음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감자가 오고나서 넷플릭스를 보지 않게 되었다. 해가 지면 작은 불 하나만 켜두고 그냥 밤이구나 한다. 여덟시 아홉시인데 한밤중이 된다. 감자는 많이 자야 하니까... 강아지 잠 재우는 음악을 유튜브에서 찾아 틀어주면 잔다. 나는 감자가 깰까봐 조용히 있다. 대개 열시쯤 자고 새벽이면 감자가 깬다. 그제만해도 일어나면 낑낑거리며 내게 왔는데, 어제 오늘은 깨우지도 않고, 내가 부스럭하면 그제서야 부리나케 온다. 주체 못하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몸이 터질 것 같이 반긴다. 때로는 핥고 때로는 깨물고(깨무는 것은 진짜 고민이다) 감자는 아침밥을 먹고, 나는.. 2023. 1. 3.
[쿠쿠]가 왔다 쿠쿠가 책상과 마주한 담요 위에서 네 다리를 뻗고 잔다. 강아지 힐링 음악을 틀어주면 잔다. 강아지 힐링 음악이라지만, 쿠쿠가 오기전 아침에 듣던 음악과 다르지 않다. 쿠쿠와 내가 힐링되는 음악이 비슷한거다. 강아지와 사람이 힐링되는 음악은 비슷한 거지. 쿠쿠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왔다. 반려식물에 이어 반려견을 들인거지. 늘 생각하고 하고 싶다하였지만 용기가 부족했었는데...., 선물로 툭 하고 온 거다. 옅은 갈색의 말티푸, 말티즈와 푸들의 하이브리드종이다. 욕심을 내서 커라, 좀 많이 커라라고 주문을 왼다. 개인적으로는 시바나 진도나 테리어종을 좋아하는데, 이런 종들은 작은 아파트에서 키우기 힘들 뿐더러 그 아이들도 힘들 거 같아... 말티푸로, 그야말로 인형이다. 애교에 함께 하자고 끊임없이 구애한.. 2022. 12. 28.
[늦은 나팔꽃] 늦게 피기 시작한, 오늘은 두 송이 2022년 여름끝, 가을앞에 핀 나팔꽃이야기다. 꽃이 폈으니, 씨를 맺을 수 있을까? 했더니, 찬바람 부는데? 그랬다. 늦었다는 이야기지. 늦다. 그래서 늦은 나팔꽃이야기다. 1. 올해 8월에 맺힌 나팔꽃 씨를 받아다 작은 화분에 심었더랬다. 씨를 심은지 사흘만에 싹이 났고, 싹이 난지 이틀만에 줄기가 스스로 줄을 감기 시작했다. 3주만에 꽃 봉오리가 맺혔고, 꽃봉이가 맺히고 5일만에 나팔꽃 한송이가 피었고, 그리고 이틀이 지난 오늘은 두 송이가 피었다. 두 송이 핀 줄기 아래 위에 잎마다 꽃봉오리가 맺혀있다. 이미 씨를 심었을 때부터 늦었다. 그게 걱정이었다. 바람이 서늘해지는데, 싹이 틀까? 싹이 튼 후에는 꽃이 필까? 꽃이 핀 후에는 씨를 맺을 수 있을까? 그건 우리들의 생각이고, 나팔꽃은 싹을 띄.. 2022. 9. 16.
[반려식물] 영농일지 1 가로 35센티 세로 20센티 텃밭이 두개 있다. 지난 토요일부터이니, 이제 일주일이 되었다. 오자마자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한여름처럼 뜨거운 날도 있었고, 바람만 엄청 부는 날도 있었고, 어제 그제는 비가 미친 듯이 왔다. 두 개의 텃밭은 베란다 화분걸이에 있었는데, 날씨때문에 앞으로 들어왔다 밖으로 나갔다는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텃밭 하나에는 바질 6포기, 또 하나에는 루꼴라가 10포기쯤 있다. 1일차(토) *저면관수화분에 끈이 두 줄만 달려있어 물을 좋아한다는 바질과 루골라의 특성을 감안하여 두툼한 면 끈 두 줄을 더 걸어 모두 네 줄을 걸었다. *베란다 화분대에 놓을 예정이라 마사토보다 가벼운 난석을 깨끗이 씻어 저면관수화분 맨 아래 깔고, 그 위에 분갈이용 배양토로 모종을 심었다. 모종화분에.. 2022. 7. 1.
[반려식물] 난석을 무한반복 씻다 1. 화분들은 일주일에 한 번 욕실에 가 샤워와 함께 물을 흠뻑 먹고, 반나절 정도 물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화분들이 시원하게 물을 맞는 모습을 보면, 속이 시원했다. 또 하루에 두 시간쯤 선풍기를 틀어 그 바람에 줄기와 잎이 흔들리게 한다. 줄기와 잎들이 근육 운동을 한다. 이 아이들의 운동시간이다. 이러는 것으로 마음에 미안함을 던다. 식물인데, 비도 맞지 못하고, 바람도 맞지 못하고, 햇빛을 직접 쬐지도 못하는, 내가 가둬놓은 듯한 미안함. 그래서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이 아이들을 데리고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면서 테라스에 나란히 두고 싶고 미안함이 아니라 뿌듯함으로 이 아이들을 보고 싶다. 2. 난석은 휴가토라고도 한다고 했다. 화분 물받이에 물이 고이면 화분 아래 구멍으로 공.. 2022. 6. 27.
[반려식물] 미안을 넘어 민망 *미안하다: 1. 남에게 대하여 마음이 편치 못하고 부끄럽다 *민망하다: 2. 낯을 들고 대하기가 부끄럽다 -네이버사전 크랩암에게 절로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던 그제, 어제 오늘은 민망했다. 계란껍질 구워 곱게 간 가루를 흙과 섞어 화분에 잘 채워주고, 이틀밤이 지났다. 어젯밤, 오늘 아침 시간 단위로 통통해지고 있다. 그냥 사진으로는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고 할까? 마치 재난사고로 빌딩이나 탄광에 갖혔다가 1년만에 구출된 뒤, 물 한 모금에 화색이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과 같다고 할까? 진즉에 잘 살폈으면 될 것을, 바로 옆에 두고 이렇게 방치하다니, 미안함을 넘어 민망했다. 그리고 대단하다. 식물의 힘. 간혹 동물보다 강인한 식물을 볼 때면 섬뜩할 정도일 때가 있.. 2022. 6. 17.
[반려식물] 립살리스크랩암-이유가 있었다 안동 친구에게서 물꽂이해서 뿌리를 내려둔 '자바'를 얻어왔다. 어제 하루를 그냥 둔 터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화분 흙에 옮겨 심었다. -잠시 딴 소리부터- 우리집 반려식물들이 대체로 잘 지내는 편이다. 빨리 자라지는 않지만 몇년이 넘도록 아주 조금씩 자라며 곁에 있다. 꽃이 피는 것 아니고 입만 보는 것들. 그렇다고 관엽식물은 아니고, 선인장과에 족하는 애들 몇 개와 덩굴에 속하는 애들 몇 개가 있다. 아, 관엽식물은 내 취향이 아니라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봄 물꽂이해서 뿌리를 내린 실버스워드를 아는 이가 집에 놀러오면서 선물로 가져와 잘 있고, 어제 친구집에서 얻어온 '자바' 도 관엽식물이니, 우리집에 관엽식물이 두개, 한 그룹이 있는거네. 관엽들! 너무 빨리 자라지는 마라, 미리 온 실버스.. 2022.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