見聞錄408 [인도] 바라나시-비 모두가 떠난 날 비가 내린다. 바라나시에 비가 내리면, 강가에 비가 내리면, 타던 것들은 더욱 하얀 연기를 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보인다. 길을 지나가는 바라나시 사람들은 촉촉하고 선명해야 할거라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뿌연 연기보다 더 뿌옇다. 알 수 없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2023. 7. 19. [인도] 바라나시 -편지 그것은 자아였다. 그 의미와 본질을 알려던 자아였다. 내가 피하려고도 하고 정복하려고도 하던 자아였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정보할수는 없었으나 속일수는 있었다. 다만 그것을 도피하여 한때 숨을 수 있을 뿐이었다. 실제 세상에서 이 자아같이 나의 생각을 괴롭혔던 물건은 없었다. 헤르만 헤세, 중에서 영혼의 도시라는 바라나시입니다. 3일동안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지요. 몇몇 한국인이 있었던 지난 곳과는 달리 이곳은 일본사람들만 묵고 있네요. 그것도 일본의 젊은이들! 그들 사이에서 갠지스강을 보고 있습니다. 방금 화장터에서 화장을 끝낸 듯한 상주가 나무보트에서 재들을 강가(갠지스의 힌디어)에 뿌리고 돌아갔습니다. 온도때문인지, 재들 주위로 갠지스 강물이 편편히 펴집니다. 참 오랜 .. 2023. 7. 19. [인도] 바라나시-악마의 숲 갠지스 강 건너 악마의 숲이 어둠 속에 사라졌다. 갠지스에 밤이 오면 악마의 숲은 세상 밖으로 사라지고, 악마는 세상을 떠다니니라. 너의 어깨 위에 혹은 나의 어깨 위에 악마는 분주히 옮겨다니니라. 시바는 머리를 풀어 은하수 물을 끌어당겨 갠지스에 물을 다시 흐르게 하였으나 이제 시바는 사라지고 악마는 살아남아 가트에 사는 이들의 어깨에 옮겨다닌다. 악마의 숲은 어둠 속에 자취를 감추고 보이지 않는데, "마리화나" "마리화나" 열댓살 먹은 아이가 허리춤을 잡는다. 어둠 속에 사라진 악마의 숲, 악마가 나를 채려 바람으로 싼다. 허리춤을, 목덜미를 잡힌 나는 어째야 하나. "마리화나"를 속삭이는 아이는 어둠 속에서 붉은 이를 드러내며 허리춤을 고쳐 잡는다. 검은 바람은 인내를 품고 다시 한 번 목덜미 머리.. 2023. 7. 19. 두 번의 이별 Nelson Alves 한 두달 전 넬슨에 관한 이야기를 이 블로그에 쓴 적이 있다. 강한 끌림, 넬슨 생각이 자꾸 났더랬다. 왜? 하는 마음으로 넬슨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았다. 왜 그리운건지, 왜 계속 생각이 나는건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었다. 넬슨과의 하루는 내가 가장 가벼웠고, 자유로웠고, 삶의 앞뒤가 없었던 듯 완전히 달랐던, 새로운 나로 살았던 하루, 그 하루가 내 삶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고서야 넬슨이 자꾸 생각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하루는 내게 보석이었다. 보석을 선물해 준 넬슨에게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구나. 그때는 몰랐으나 시간이 지난 듯 알았다는 말도 해주어야겠다. 포르투를 가면 찾을 수 있는데..., 가야하나. 지난 한 두달은 넬슨에게 어떻게 고맙.. 2022. 5. 23. [파키스탄 훈자] 이야기가 된 한 끼 -잠시 딴 이야기부터- 오늘 아침은 프랑스사람처럼 카페오레를 마셨다. 맛은, 성공에 가까웠다. 프렌치프레스로 우유거품을 만들어 어제 커피수업에서 내려온 더치커피에다 올렸다. 커피에 우유를 더하니 끼니가 되었다. -잠시 딴 이야기 끝- 파키스탄 훈자에서 열흘에서 보름정도를 머물렀는데, 밥 먹고 하는 일이라고는 훈자의 뒷산인 히말라야의 산길을 걷는 것 뿐이었다. 바스락거리는 에델바이스를 꺾어 손에 들고 독수리만 산다는 이글네스트를 지나다녔다. 인도여행의 치열함 뒤에 머문 훈자라서 그럴 수도 있고, 훈자 자체의 심심함 때문일수도 있고, 하루 세끼를 꼭꼭 챙겨먹었다. 아침은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해주는 계란후라이, 짜파티 그리고 우유였나 커피였나 (커피였을리가 없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점심에는 작은 가게에서 .. 2021. 9. 1. [치앙라이] 리조트 숙박 아름다운 프랑스 아가씨 두 명이 비키니를 입고 수영 중이다. 나긋하고 부드러운 불어가 웃음소리와 함께 오간다. 자유형 배영 이런 거 아니고, 개헤엄이다 비키니에 개헤엄이 딱이구나 생각한다. 만약 자유형이면 웃기지! 우리가 조금만 늦게 도착했으면, 수영 못했을 지도 모른다. 난 .. 2019. 11. 5. [치앙마이] 남매는 남인가? 남매는 남인가? 10월 31일, 4년 반을 다닌 퇴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안식년이라 일 사이사이에 여행 중이던 동생은 퇴사한 나를 위로 하기 위해 카톡을 보냈다, 괜찮아? 기분은 어때? 그러다 평소 우리답게 시크하게 오간 말 중에 '남매는 남이지' '차갑게 나오시네.' . . . 남매는.. 2019. 11. 5. [이선희] 인연-먼물깍 제주 동백동산에서 먼물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이었다. 친구 중 한 명이 이선희의 '인연'을 흥얼거렸다. 그 첫소절이 끝날즈음 눈물이 뚝 떨어졌다. '몰랐다' '지나갔다' 울컥한 마음을 숨기기 위해, 그 노래를 흥얼거리던 친구에게 '인연'은 그 친구도 아는 K가 잘 부르는 노래라고 말했.. 2019. 6. 7. 3rd-제주 삼합 제주를 다녀왔다. 올해만 세번째 갔던 2박3일 제주여행이었다. 첫번째는 엄마와 동생과 조카, 넷이서 한 첫 여행이었고, 두번째 제주는 오래고도 오랜, 늘 만나는 친구 두 명과 함께 한 첫 여행이었고, 세번째 제주는 오래고도 오랜, 아주 가끔 만나는 친구 세명과 함께 한, 두 번째 여행이.. 2019. 6. 5. 이전 1 2 3 4 ··· 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