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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55

인터넷이 안 되던 날 인터넷 와이파이가 만 하루동안 장애가 있었다.처음 몇 시간은 방을 옮긴 탓에 와이파이 거리가 멀어서 그런가 하고, 원격장치를 사야하나 생각했다.며칠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컴퓨터에서 지시하는대로 셋톱박스와 공유기 재부팅을 수십번 한 것 같다. 실패.혹시나 하고 검색을 해 보았더니 아니나다를까 인터넷 공유기 장애라고 했다.차라리 안심이 되었다. 우리 집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에서 일어난 일이니 어쨌든 고쳐주겠지.처음에는 아파트 전체 전기 관리의 날이라 몇 시간동안 정전되었던 것이 문제를 일으킨 걸까이런 저런 생각을 했던 걸 보면,기계나 컴퓨터 같은 것들을 또래에 비해 잘 다룬다고 생각했지만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긴장감은 늘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잠들기 전 핸펀을 보는 대신, 오랫만에 전자책 리더기를 꺼내.. 2024. 9. 7.
일곱시 반 기상 그리고 네 권의 책 일곱시 반에 일어난 것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일곱시 반에 회의에 참석한 것도 아니고, 출근을 한 것도 아니고, 여행지에서 산책을 한 것도 아니고,그저 일어났을 뿐인데,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여름내내 너무 더워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일어나면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하루 종일 짜증을 낼 일 외에는 아무 것도 없으니 정신 건강을 위해서 최대한 늦게 일어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최근에 정치권에서 많이 떠돌았던 이야기.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딱 그거였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창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들어왔다.움직일만한 날씨가 되었다. 9월이다. 일곱시 반에 일어난 기념으로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블로그를 열었더니, 14년 전 사르트르의 라는 희곡을 읽고 쓴 글에 이 .. 2024. 9. 3.
어제와 오늘의 메시지들 1.그저께 늦은 밤 부재 중 전화가 두 통이나 있었다. 한 사람에게서. 확인한 시간이 너무 늦어 그냥 뒀는데, 새벽에 문자메시지가 왔다.'아깐 문득 너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어서....'그리고,'문득 문득 드는 생각들? 너라면 재밌게 들어줄 것 같은 얘기들'그래, 그럴 때가 있고 그럴 사람이 있지.문득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치 연기처럼 사라져 다시 그 이야기를 할래도 그 마음이 아닌거지.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그런 시간이었고, 그런 이야기였다는 것을 아는 사이는 좀 괜찮은 거 아닌가.나는 전화 온 이에 대해 생각을 좀 달리 하기로 했다.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그 이야기 해도 되는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 하는 후회가 없도록누군가가 어떤 사람인 것보다는 내게 어떤 사람인가가 더.. 2024. 8. 24.
태풍 종다리가 온다는데, 그래서인지 나무가 흔들리고 바람이 분다 도서관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은 가을이다. 나무들은 초록에서 노랗게들 변해가는 중이고, 아파트 사이로 경작해 놓은 텃밭들은 이미 수확을 끝낸 곳도 많이 보인다. 도서관의 실내는 에어컨으로 서늘하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것과 피부로 느끼는 것은 깊은 가을의 풍경이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내가 생각한 계절과 겪은 계절의 차이이다.8월은 가장 강렬한 여름이므로, 나무나 풀들도 그들의 절정기일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7월말부터 나무나 풀들은 내가 아는 가을의 모습이었다. 봄에 심은 상추, 토마토, 오이 뭐 이런 것들은 이미 역할을 끝내고 다음 작물들을 위해 자리를 내 준 지 오래다.물론, 나같이 초보라 남들보다 늦게 심고, 게으르게 가을 작물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이들은 작물들의 생노병사를 오롯이.. 2024. 8. 20.
조용한 오전이 좋긴 하다 '우리를 자기 껍데기 속에 틀어박히게 하는 정념은 최악의 감옥 중 하나다. 행복의 비결은 이것이다. 네 흥미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그리고 내 흥미를 끄는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 적의가 아니라 되도록 호의적으로 반응해라.' - 사이토 다키시,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중에서 오늘 오전은 나 혼자 서울에서 살 때처럼 조용하다. 조용, 평화, 내 숨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먼데서 들리는 자동차소리, 전기제품들의 소리만 조금 들릴 뿐, 티비나 라디오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내게는 천국이다. 엄마와 사는 중 가장 힘든 것이 뭐냐고 물으면, 난 소리라고 할 것 같다. 성격, 라이프스타일, 음식 등도 그렇지만 그 중 가장 큰 스트레스는 소리이다. 여느 노인들도 다 그렇겠지만 늘 티비를 켜놓고, 티비가 .. 2024. 4. 9.
[페이스북] 섬 섬은 바다에 떠 있는 육지다 곁에 작은 섬들과 함께 나란히 떠 있을 수도 있고, 홀로 떠 있을 수도 있다. 섬은 유배를 꿈꾸는 이의 성지이기도 하다. 현실과 멀어지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는, 육지에 사는 사람들에겐 '섬'이라는 말만으로도 판타지 같은 곳이기도 하다. 이건 내가 그랬었다는 이야기다. -잠시 딴 소리- 이러한 고립이라는 환경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엽기적인 사건들의 배경을 쓰인다는 생각이 막 들어버렸다. 이런 생각이 들면 안되는데, 드라마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보다. -잠시 딴 소리 끝- 최근 감자인스타를 올리면서 요즘은 업로드를 안 하고 있던 페이스북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무슨 맘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할 뿐이었다. 그저 공유만 할 뿐 페이스북을 들어가지도 않고 .. 2024. 2. 29.
[엄마]를 따라하면서 [구분]되고 [분명]해 지는 시간 서울에서 이사를 올 때 기대했던 것이 있다. 엄마의 일상 중 내가 그것을 따라하고 싶은 것, 혼자서도 하면 되지만 의지박약형 인간이라 스스로는 할 수 없었던 것, 엄마와 함께 산다면 매일 잊지 않고 하게 되지 않을까 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수하는 것 일주일에 한 번씩 사우나에 가고, 사우나 중 꿀팩을 하는 것 하루 세끼를 정해진 시간에 먹는 것 저녁을 일곱시 전에 먹는 것 저녁시간 맨손체조를 하는 것 그 외에도 너무나 많지만 내가 따라하고 싶은 것은 이 정도이다. 엄마는 내 생각에 자기애가 너무나 강하고, 자기 루틴이 강하게 세팅이 되었고, 그것이 깨어지는 것을 못 참는 사람이다. 강박에 가까워 함께 하기는 힘들지만, 탐나는 루틴이다.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나는 따라하고 싶은 루틴을 하나 둘씩 .. 2024. 1. 26.
산책에 [중독]된 것이 분명하다 연일 영하 10도가 내려가는 강추위다. 바람도 보태어 더 추운 날씨라고들 한다. 안동을 중심으로 북쪽에서도 눈이 왔고, 서쪽에서 눈이 많이 왔다고 하니, 그 냉기가 여기까지 온 듯 그야말로 차다. 어제 저녁 뉴스 인트로에 추위에 강아지 산책은 안 좋다고 신발도 신기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근데, 나는 그제는 감자양이 날아갈 뻔한 바람이 부는대로 낙동강변에 나가 그 바람을 맞았다. 어제는 낙동강은 너무 한 것 같아 감자양을 가방에 넣고 옥동을 한바퀴 돌았다. 오늘은 영하 11도라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 또 낙동강에 나갔다. 나는 산책에 중독이 되어있다. 바람이 불고, 햇빛이 내리쬐고, 간간히 새들의 소리가 들리는 아니 찾아들으며, 저 멀리 점만한 사람들이 있음에 반가워하며, 감자양이 잔디에서 뒹굴기라도 하.. 2024. 1. 24.
[바로 전] 혹은 [끊임없이 낯선 나]를 위하여 -잠시 딴 소리부터- 우리집은 그 당시 지방소도시 중 제법 큰 안동. 위에 오빠, 아래 남동생. 아버지는 공립 중고등학교 국어선생님. 이런 나열만으로도 뭔가 안정적이고 평화롭다. 그중 내게 가장 봄날의 햇살 같은 기억은 '탁구'에 관한 것이다. 아버지는 운동을 좋아하셔서 특히 테니스와 탁구를 잘 치셔서 전국 교직원 체육대회에서 입상도 하신 것 같다. 오빠와 남동생은 그 당시 남학생들처럼 탁구를 잘 쳤지만 나는 못쳤다. 휴일에 아버지께서 근무하는 학교에 가서 시멘트 탁구대에서 남자들 셋이서 탁구를 치면 나는 늘 구경꾼이었다. 절대 끼워주지 않았다. 하루는 울면서 조른 적이 있었는데, 셋이서 네트만 넘기는 것을 배워오면 끼워준다고 했다. 나는 엄마를 졸라 탁구체육관에 등록을 했지만, 고입 체력장에서 전교생 .. 2024.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