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3 점점 더 [하찮아진] 것에 대해 한방 침은 조심스러운 손끝이 내 몸에 닿는 것이다. 한의사의 촉진과 미세한 바늘, 그리고 경련으로 빳빳해진 근육의 신경전이다. 무술의 합과 같이 서로가 맞아야 한다. 나의 지병이라고 할 수 있는 허리통증. 어느 정형외과에서는 디스크가 보인다고 하고, 정형외과 의사인 아는 동생은 늙어서 그런 거라고 하고, 누군가는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생긴 직업병이라고 하고. 그렇더라도 정형외과의 약처방과 도스치료는 내게는 별로였다. 난 한의원이 좋았다. 약을 안 먹어도 되고, 다행히 집 가까운 곳에 있는 한의원이 있어서 간혹 다녔는데 괜찮았다. 본격적으로 통증관리를 위해 침을 맞은지 5,6년, 그 전까지 하면 13년 정도 되는 것이니 믿고 다닌 것 같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원장님이 티비에도 나오는 꽤 유명하신 분이셨다.. 2024. 1. 20. [선택]의 필수 조건은 [자각], 그리고 [자유]라는 생각을 했다 -잠시 딴 소리부터- 고향이 안동이라고 말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데, 고향으로의 귀향은 더 낯설다. 이미 고향으로 돌아왔음에도. 흔히 티비에 나오는 논과 밭이 있고, 그 동네 토박이들이 있고, 늘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일가친척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 내가 자란 안동이라는 곳은, 논밭이 있는 시골이 아니라 지방중소도시였으므로 일년에 한두번 들렀지만, 그때마다 그 변화를 봐왔지만 실제는 상상이상이다. 안동이 제법 관광지로 자리잡아서인지 외부사람들이 오가는 곳은 정리가 된 듯 보이지만 내가 살던 구도심(?)은 폐허에 가까운 모습으로 방치되었고, 신도심은 사람들의 욕심들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기형적으로 큰 거대한 간판과 무질서해보이는 경계로 다음 블럭이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부대.. 2024. 1. 11.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어제는 조카와 저녁을 먹었다. 조카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중학교 입학 무렵 한국에 왔다. 고등학교는 일반고를 다니지 않고 흔히 말하는 대안학교를 다녔다. 검정고시를 본 뒤, 노량진 재수학원에서 공부하고 이번 입시를 치뤘다. 어제는 논술시험을 마무리한 것을 축하하는 일종의 '쫑파티'였다. 누가 잘 봤다고 이야기하겠냐만, 잘 보지 못했지만 재수는 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조카에게 하나라도 걸리면 그냥 대학을 가서 잘 놀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웃으며 그럴거란다. 한국말을 유치원생 수준도 안되게 겨우 말하고, 쓸 줄도 모르고 와서 잘해냈다고 그정도면 대단한 거라고 동생과 함께 칭찬해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스무살, 조카는 늘 여기라고 말할 수 없는 삶을 살았구나 싶었다. 가족 빼고는, .. 2021. 12.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