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페소아4 일곱시 반 기상 그리고 네 권의 책 일곱시 반에 일어난 것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일곱시 반에 회의에 참석한 것도 아니고, 출근을 한 것도 아니고, 여행지에서 산책을 한 것도 아니고,그저 일어났을 뿐인데,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여름내내 너무 더워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일어나면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하루 종일 짜증을 낼 일 외에는 아무 것도 없으니 정신 건강을 위해서 최대한 늦게 일어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최근에 정치권에서 많이 떠돌았던 이야기.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딱 그거였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창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들어왔다.움직일만한 날씨가 되었다. 9월이다. 일곱시 반에 일어난 기념으로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블로그를 열었더니, 14년 전 사르트르의 라는 희곡을 읽고 쓴 글에 이 .. 2024. 9. 3. [바로 전] 혹은 [끊임없이 낯선 나]를 위하여 -잠시 딴 소리부터- 우리집은 그 당시 지방소도시 중 제법 큰 안동. 위에 오빠, 아래 남동생. 아버지는 공립 중고등학교 국어선생님. 이런 나열만으로도 뭔가 안정적이고 평화롭다. 그중 내게 가장 봄날의 햇살 같은 기억은 '탁구'에 관한 것이다. 아버지는 운동을 좋아하셔서 특히 테니스와 탁구를 잘 치셔서 전국 교직원 체육대회에서 입상도 하신 것 같다. 오빠와 남동생은 그 당시 남학생들처럼 탁구를 잘 쳤지만 나는 못쳤다. 휴일에 아버지께서 근무하는 학교에 가서 시멘트 탁구대에서 남자들 셋이서 탁구를 치면 나는 늘 구경꾼이었다. 절대 끼워주지 않았다. 하루는 울면서 조른 적이 있었는데, 셋이서 네트만 넘기는 것을 배워오면 끼워준다고 했다. 나는 엄마를 졸라 탁구체육관에 등록을 했지만, 고입 체력장에서 전교생 .. 2024. 1. 12. [페르난도 페소아] 이리로 와서 내 곁에 앉아, 리디아 인간은 '의지'라는 것을 가져 다른 동물보다 나은 점이라고도 한다.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것이 '의지'말고도 많은 것이 있을 것이다. 직립보행을 한다는 것 의지와 함께 사고를 한다는 것 그에 따라 도구를 사용하고 발명한다는 것 계획을 하고 반성을 한다는 것 부모님이 주양육을 했던 강아지가 아니라 내가 주양육을 한 반려동물은 감자가 처음인지라 낯선 눈으로 동물을 보게 된다. 나와 비교하며. 나와 다른 점을 생각하며 나와 같은 점을 생각하며 -이른 새벽이면 일어나 밥을 찾는다. 배워야 할 점이다. 나는 아침잠을 좋아하고, 아침에 개기기를 좋아하고, 아침밥에 별 취미가 없다. -끝까지 요구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감자는 끝까지 요구한다. 나의 강압적인 제제가 있지 않는 한 짖다가 애교를 부리다가 포기했다가 .. 2023. 1. 29. [페르난도 페소아] 내 그리움의 가장 큰 대상은 잠이다. '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내 꿈은 이루어진거다. 내 그리움의 가장 큰 대상은 잠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잠처럼 때가 되면 당연히 찾아오거나 설사 질병으로 인한 것이라도 결국은 신체에게 평온이라는 특권을 누리게 하는 잠이 아니다. 삶을 잊게 해주고 꿈을 선사한다는 이유로 궁극의 체념이라는 평온한 지참물을 들고 우리의 영혼으로 다가오는 그런 잠이 아니다. 아니다. 그 잠은 잘 수 없는 잠. 눈꺼풀을 닫지는 않으면서 무겁게만 만드는 잠이면서 불신의 입술을 씁쓸하게 비틀면서 혐오스러운 인상을 지어보이게 하는 잠일 뿐이다. 그것은 영혼의 오랜 불면 상태에서 육체에 헛되이 가해지는 그런 잠일 뿐이다. - 페르난도 페소아 [불안의 서], 텍스트 465 내가 이루고 싶은 가장 큰 꿈을 '잠을 자는 것'이다. 수.. 2023. 1.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