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한참을 서있었던...
기다림
광화문 너른 길에서 오지 말란다.
캄캄한 새벽길을 걷는데,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는데, 오지 말란다.
기다리란다.
너른 길을 뻥 비워두고 오지 말고 기다리란다.
빨간
등 켜놓고 오지 말란다.
내가 빨간 등에 건너지 못하는 사이
저 멀리 어떤 이는 너른 길을 건너고 있다
내가
멈춘 사이 너른 길 건너는 그.
기다리란다.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그가 오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아니다.
빨간 불이 바뀌고 내가 그에게 건너가야 하는거다.
난 기다리고
그가 날 기다리길 하고 맘으로
조바심을 내며,
난 불이 바뀌기만을 기다린다.
광화문 너른 길에서 기다리라기에 기다린다.
그도 기다리라면
기다리기를,,,, 그가 그럴 수 있을까.
그가 나를 기다릴까?
기다리라기에 너른 길 이 편에서 저 편을 보며 기다리고 서
있다.
이제 됐어요
지나가는 것들.
세상엔 지나가는 것들이 모여있다.
사람이
지나간다
차들이 지나간다
새들이 지나간다
바람이 지나간다
사랑도 지나간다.
지금은 불빛이
지나간다. 빨간 불이 지나가고 파란 불이 왔다
지나간다.
그것들도 지나간다.
파란 불이 지금 내게 오라고 한다.
하지만
난 언제처럼 기뻐 뛰지 않는다.
(그땐 그랬지. 오라는 눈빛 하나에 기뻐 날 뛰었지. 단숨에 달려갔지)
지나갈 것이다.
사람들이 차들이 새들이 바람이 지나간다.
이제 저 초록불도 지나갈 것이다.
"이제 됐어요....
오세요... "
그렇지만, 난 뛰지 않는다. 또 지나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를 지나갈 때 알게 되었다.
"이제 됐어요" 하고 나에게 눈빛을 주면, 난 되묻는다.
"언제 지나가실거죠? 몇 시간 남았나요? 몇 분 남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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