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인견6 [풍기인견] 캐미솔: 끈나시 여름에는 '끈나시'만큼 시원한 옷이 없다. (끈나시는 일본말이고, 캐미솔이 맞다. 하지만 끈나시라고 부른다) 집에서는 맨살에 그냥 입고, 나갈때는 속옷 위에만 입어도 되고, 아님 얇은 티셔츠 위에 조끼처럼 입어도 이쁘다. 작년 맘에 드는 끈나시를 얼마나 찾아다녔던지, 내가 원하는 건 남들도 원할거야 하는 마음으로 끈나시로 여러가지 패턴을 그리고, 재단하고 박음질하고, 입어보고, 몇 번의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 풍기인견은 모두가 알다시피 패브릭 패턴이 나이가 들어보이고, 세련된 것을 찾기 힘들다. 아마도 주 사용자층이 연세드신 분이다보니 어쩔수 없다. 작년부터 뒤지고 뒤져 '청나뭇잎 패턴'과 '베이지꽃 패턴', 이 두 종류의 패브릭으로 픽하고 이것들로만 옷들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책 하나를 끝내고 펼쳐보고.. 2020. 7. 13. 시접을 넘기는 방향 옷을 만드는 일은 원단과 원단을 자르고 이어붙이는 것이다. 옷이 이쁘려면 자르고 이어붙이는 것을 잘하면 되는 거지. 잘 이어붙이면 몸에 잘 맞는 입체적인 디자인이 된다. 오늘도 잘 자르고 잘 이어붙이려고 애쓰는데, 잘 되다가 안되다가, 내 마음에는 자신감과 자괴감이 번갈아 드나든다. 시접. 잘라낸 옷감의 솔기를 맞춰 박음질을 하고 나면 시접이 생긴다. 시접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옷의 안쪽에 최대한 없는 듯이 처리해야 한다. 시접을 솔기 속에 숨기는 통솔이나 쌈솔도 있고, 시접을 반으로 갈라 평평하게 만드는 가름솔도 있다. 요즘 만드는 풍기인견 옷들은 솔기가 잘 빠지고 미끄러운 원단의 성격때문에 주로 통솔로 시접정리를 한다. 그때마다 가장 많이 실수를 하는 것이 솔기를 꺽는 방향이다. 이어붙이고 박는 동.. 2020. 7. 10. [반려식물] 뿌리를 쌓다 행잉식물들은 포트에 담겨 온 그대로 1년을 살다가 바크 채운 화분에 분갈이를 해서 2년을 살다가 오늘 마사토와 배양토를 섞어 분갈이를 해줬다. 2년 전 분갈이할 때가 생각났다. 포트에 심겨졌다고 생각했는데, 뿌리가 바크는 아닌데, 바크 비슷한 나무에 끼어 철사로 꽁꽁 묶여져 있었다. 원래 그렇게 사는 건지. 어쩐지 싶어 칭칭 감긴 철사만 잘라내고 바크를 화분에 채우는 식으로 분갈이를 했다.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은 잔뿌리가 철사가 감겼던 모습 그대로인 나무를 뚫고 2년전 채워놓은 바크까지 뻗어있었다. 이번에도 뿌리를 감싼 채 딱딱하게 굳어버린 나무에 잔뿌리가 뻗어있는 바크를 그대로 두고 배양토와 마사토 채우는 식으로 분갈이를 했다. 대개 잔뿌리를 떼어내어 정리를 한 뒤 분갈이를 한다는데, 막상 .. 2020. 7. 6. [자발적 노동]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좋다 "손으로 만드는 것은 느리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좋다. 나를 닮은 것 같아서 좋다. 빠르지 못하고 실수투성이인 내가 만든 것이기에 바느질도, 못질도, 페인트칠도 그렇게 나를 닮았다. 어느 쪽은 비뚫고, 어느 쪽은 바르다. 조금씩 고치고, 맞춰 나가고, 다시 칠하는 번거로움이 있어도, 차츰차츰 내 것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좋다." -한세진 [매일매일 핸드메이드] 프롤로그 중에서 [매일매일 핸드메이드]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좋다. -풍기인견 꽃무늬 앞치마 풍기인견으로 무엇을 만든다는 것과 꽃무늬 앞치마, 원피스를 입고 있는 일상을 산다는 것 어제 여름용 앞치마로 디자인을 최대한 간결하게 해서 완성한 풍기인견 꽃무늬 앞치마를 입었다. -엘더목으로 만든 베란다 서재 베란다 한 켠에 마.. 2020. 7. 5. [풍기인견] 다림질 해가 떠서 하얗게 밝은 베란다 창밖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고야, 하는 신세한탄이 절로 새나왔다. 해가 지고서야 일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면서, '원고를 보는 것도 아니면서...,' '이 나이에 밤을 새며 뭐하는 거지?' 왜 그랬지? 하며 아침잠이 들었다. 11시, 서너시간을 잘 잤다. 눈을 뜨자마자 바로 박음질이 완성된 옷을 다리기 시작한다. 박음질선을 따라 시접방향을 따라 스팀다리미로 천천히 눌러주니 박음선으로 이어진 양쪽 천의 높이가 나란해진다. 다림질 끝낸 옷을 옷걸이에 걸어놓으니 천과 박음실과 박음선이 하나로 흘러내린다. 눈 가는 곳없이 옷에 광이 나기 시작한다. 작가의 초고는 손 대지 않은 상태로도 충분히 감동을 주고, 깨달음도 주지만, 좋은 편집자를 만나 교정을 시작으로 편집을 잘 끝내고 나.. 2020. 7. 5. [풍기인견] 언젠가의 꿈 오늘도 어제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 그제 패턴을 그리고, 재봉을 하느라 밤을 샌 여파가 아직까지다. 아침에 하얗게 밝아오는 바깥을 보며 오랜만에 머리 속이 쌔했다. 출판사에서 작가 피드백 혹은 교정을 보느라 밤을 샌 적이 꽤 있었다. 이삭줍기처럼 원고를 읽을 때마다 작가에게 해 줄 말이 있고, 교정을 봐야 할 문장이 있었다. 혹 빠진 것이 있을까봐 보고 또 보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 되곤 하였다 그 하얀 아침엔 여지없이 기분좋게 머리가 쌔해지곤 했었다. 간혹은 깊은 밤 작업이라 작가 피드백에 감정에 치우지거나, 집중력 부족으로 교정이 엉망이 되어 밤샘을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뻔 한 적도 있었다. 그제 밤샘으로 '옷' 한 벌이 완성되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꿈에 그리던 '내 마음에 드는 풍기인견'.. 2020. 6.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