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發飛가 쓴 詩, 小說11

이명 여자의 귀에서는 끊임없이 소리가 만들어진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여자만의 소리.그 소리는 끌로 쇠를 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숲속 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같기도 하고, 때로는 먼데서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다.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른다. 늘 곁에 있었던 듯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그것이 여자의 신경을 더 날카롭게 하고 있는지, 멍한 표정을 짓게 만든 원인이 되는 건지.여자에 대해 수근대는 이들이 여자의 이명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어쩌면 누군가 한 두명 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도 때도 없이 짓는 멍한 표정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도 모르는 것이 이명이다. 함께 할 수도 없는 것이 이명이다. 언젠가 여자의 곁에 누운 적이 있었던 남자가.. 2025. 2. 9.
[발비] 낮은 새벽 낮은 새벽  새벽하늘에 비스듬히 뜬 별이 숨을 간당거리며 매달려 있다. 숨이 몸에 매달려있다.몸이 낮아진다. 이제 겨우 자라기 시작한 손톱을 세워 누운 자리를 긁는다한 줌 흙을 움켜잡아 보지만 흙은 없다 긁는다. 또 긁는다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돌부리가 손톱 끝에 긁힌다. 피, 따뜻한 피  돌부리 위에  그려지는 몸에 매달린 숨,별의 숨이 끊어질 때, 나의 숨이 끊어질 때,손끝에서 흘러나온 붉은 숨은 그림이 되었다수천 년 전 동굴 벽화에도 있었던 붉고 굵은 선, 생명이었다는 증거  몸이 낮아진다. 붉은 무늬 땅은 더 낮아진다. 별은 숨을 끊고 내려와 눈꺼풀 위에 내려앉는다.   해가 뜨자 눈물이 멈췄다. 어둠 속에 몸과 마음과 눈물을 숨기고 발악을 하던 내가 멈췄다.내가 아직 여기 있다. --------.. 2025. 1. 30.
[발비詩]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며, 안녕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며, 안녕 오래된 일기장 속에 꽂혀있는 나뭇잎에 인사를 한다. 안녕 발밑에서 잠든 강아지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남향집 거실을 가득 채운 아침햇살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현관문 앞에 놓인 택배상자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1층 엘리베이터 앞으로 굴러들어온 지난 가을 낙엽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보도블럭 틈을 밀고 올라온 민들레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핸들에 두 손을 올리고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길가에 굴러다니는 과자봉지들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강변으로 내려가는 언덕길에 박힌 작은 돌멩이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억새들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귀밑 머리카락 사이에 맴도는 바람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강물에 뿌려진.. 2023. 12. 23.
[발비] 희망에 관한 인터뷰 신미식 작가의 페이스북을 보며, 그가 지금 여행하며 올려놓은 마다가스카르의 길들을 보며 그의 사진들을 처음 만났을 때쯤을 떠올렸다. 그의 사진을 보며 쓴 글이다. 신미식 작가의 네이버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을 보며 남미여행을 꿈꿨다.그가 안내한 사진 속의 그 풍경. 우물 속에서 동그란 하늘을 보던 나는 사각형 사진 가득 찬 하늘이 놀라웠고, 붉은 땅이 놀라웠고검게 탄 얼굴의 강인한 사람들의 모습에 참 많이 놀랐다. 내 꿈은 그 곳에 가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곳을 갔다. 신작가를 통해 꿈을 만들고, 꿈을 이루었다. 이 글을 쓸 때는 꿈을 품고 있었을 때였을 것이다. 빠스코의 여자아이는 어른이 되고도 남았을 거다. 오늘 페이스북에 올라온 신미식 작가의 마다가스카르의 길, 이를 어쩌나. 그 길에 나도 서고 .. 2023. 2. 8.
[발비] 당신은 내게 그러하다 당신은 내게 그러하다 발비 여름 소나기 억세게 내리던 날 당신이 비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당신이 여름 소나기로 세차게 내린다면 우산 따위로 당신을 피하지 않을테야. 그저 회색 하늘 아래 술잔 하나 들고 서 있을테야. 비로 내리는 당신을 술잔으로 가득 받아 당신이 한 잔 .. 2018. 6. 7.
[발비] 남김없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신뢰 남김없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신뢰 발비 내가 신뢰하여 함께 했던 홍가슴개미는 모든 교회가 쉬는 월요일에 사라졌다. 노을이 빨갛게 북향 주방창으로 비껴 들어온 일요일 저녁, 노릇하게 투명한 꿀 항아리 속에 자지러지듯 웃는 꼴로 몸을 돌돌 만 채, 홍가슴개미는 티끌만한 빨간 점.. 2018. 6. 4.
[발비] 도요새와 비금도 염전(鹽田)에 심은 변장(變裝)된 진실 도요새와 비금도 염전(鹽田)에 심은 변장(變裝)된 진실 발비 정오의 염전(鹽田)은 날선 태양을 품고 있는 하얀 포해자(抱孩子)였다. 도요새는 창(窓)이라고 부르던 네모난 염전으로 먼지처럼 반짝이며 들어갔다. 염도 높은 물이 도요새의 발목까지 찰랑거렸다. 머리를 조아리며 네 개의 발가락을 부리로 쪼아 염전에 발을 심는다. 날선 태양을 품은 포해자(抱孩子)는 도요새의 빨간 발목에 태양의 날을 대었다. 잘려나간, 도요새의 발, 발은 거기 염전에, 발 없는 도요새는 빛이 되어 태평양을 건넜다. 나는 염전의 수차(水車)를 돌리는 무당이다. 나의 말(言)은 없었다. 변장(變裝)된 진실들을 풀어놓으며 몸을 흔든다. 발로 선 것이 아니라, 흔들림이 나를 서게 한다. 내 변장(變裝)된 진실은 도요새의 것이 아니었으나, .. 2016. 2. 2.
[발비] 낙타의 발에는 뼈가 없다 낙타의 발에는 뼈가 없다 발비 자이살메르에 가기 위해서는 모래사막을 건너야 한다 도시로 가는 길목에서 사막은 뼈가 있는 것들을 걸려내고 있다 낙타의 물렁한 발이 필요하다 뼈 있는 발로 모래사막을 건너면 사막은 발을 삼켜버린다 모래는 뼈가 있는 것들을 삼킨다 낙타의 물렁한 .. 2016. 2. 2.
[발비] 너라고 부르기 위해.2 생일까지 잘 버텨보자고 했다. 생일은 무슨..., 잇는 말은 없었다. 달력에서 표시한 생일은 월요일. 두툼한 빨간 글씨 뒤에서 벽에 기댄 듯 서 있는 너의 생일. 주황색 형광펜으로 칠했다. "아무 문제 없지." 나는 오늘도 생일까지 잘 버텨보기로 오늘 아침에도 다짐했다. 미역국을 앞에 두.. 2015.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