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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는대로 책 & 그림162

[우지현] 풍덩 완전한 휴식 속으로 몸을 담글 수 있는 물을 찾아  안동에 있는 학가산 온천을 다녀왔다. 그곳에는 노천탕이 있고, 꽤  넓고 깊은 냉탕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든 물에 몸을 얹어두고 싶기도 하고, 물 속에 몸을 눌러 보고 싶기도 하고, 발을 조금 움직여 물 속에서 조금 전진하고 싶기도 했다.  우지현작가의 다 읽지도 않았는데, 나는 참을 수 없이 물 속에 잠기고 싶었다. 물속에서의 적막과 고막으로 들려오는 울림, 몸의 구석구석 밀고 들어오는 수압까지, 물의 섬세한 친밀함을 느끼고 싶었다.  '넓고 탁 트인 강과 마주하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고,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모든 걱정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쏟아지는 폭포수는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주었고,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면 .. 2024. 9. 22.
[조르주 페렉] 생각하기 / 분류하기 1 조르주 페렉에 생각하기 /분류하기를 읽다가 그를 따라 나도 해 내 공간과 내 물건에 대한 정리를 해 보고 싶다. 페렉은 책상 위, 방, 책 등의 순서였지만, 나는 우선 책을 해 보기로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은 나의 지난 날의 행적이거나 미래에 대한 예언 혹은 희망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서울에서 매번 이사를 하면서 그 때마다의 관심사나 삶에 대한 시선이 달라져 번번히 수많은 책들을 정리했고, 이번 이사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책들이야말로 과거의 행적보다는 미래의 희망 같은 것에 훨씬 가깝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책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책들은 몇가지로 구분이 된다. 문학 시집- 한국시> 해외시 소설-한국소설 철학 실용적 관심사 글쓰기에 관련된 책 옷 패턴 만드는 책 / .. 2024. 3. 29.
[책장파먹기] 청춘의 민낯-내 몸, 내 시간의 주인 되지 못하는 슬픔 2014년 부터 4년 반 대학에서 출판기획 강의를 했다. 강의를 시작한 첫해, 야심차게 학생들의 책을 만들 수 있는 기획을 완성하고, 한 학기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원고가 완성이 되었고 선배의 출판사에서 책이 나왔다. 이 책이 출판과정에 들어갈 무렵 다니던 출판사 일로 멘붕이 되었고 사표를 된 뒤 산티아고를 걷기 위해 한국을 떠났다. 출판과정을 함께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돌아와서도 이 책을 정독할 기획을 놓쳐버렸다. 책장파먹기, 이사를 하고 책들을 정리하면서 이 책들을 모두 읽으리라 결심했다. 그 첫번째 책이 이다. 내 몸, 내 시간의 주인 되지 못한 슬픔(부제)는 수강생 중 한 명이 블로그에 적은 글의 제목이었다. 20대의 멋진 통찰이다. #돌팔이 상담사는 버려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다들 힘.. 2023. 12. 23.
[죽음 2]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죽기 직전, 눈앞에는 인생이 파노라마 필름처럼 펼쳐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아닐세.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니야. 한 커트의 프레임이야. 한 커트 한 커트 소중한 장면을 연결해보니 파노라마처럼 보이는 거지. 한 커트의 프레임에서 관찰이 이뤄지고, 관계가 이뤄져. 찍지 못한 것, 버렸던 것들이 나중에 다시 연결돼서 돌아오기도 해.”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이어령선생님의 인터뷰다. "성공한 인생을 사셨다고 생각하십니까?" "남들이 보는 이 아무개는 성공한 사람이라고 보는데, 나는 사실상 겸손이 아니라 실패한 삶을 살았구나. 그거를 느끼는 거다. 나를 보고 성공했다고 말하겠지요. 세속적인 의미로 문필가로 교수로 장관으로 활동했으니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나는 실패한 삶을 살았습.. 2021. 12. 3.
[죽음 3]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지. 그제부터 오늘까지 내게 죽음이야기가 연이어 오고 있다. 첫번째 죽음이야기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원순 사장의 죽음 [비극의 탄생] 두번재 죽음이야기는 암선고를 받고 죽음을 준비하는 87세의 석학 이어령 선생님의 죽음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그리고 오늘, 아무생각없이 티비를 보다가 mbc 60주년 특집 다큐 를 보았다. 세번째 죽음이야기는 이명박정부때 mbc 파업을 주도했던 이용마기자의 암투병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의 이야기였다. 연 사흘째 의도치 않게 죽음이야기가 내게 연이어 온다. 이용마기자는 지금은 까마득해진 mbc 파업때 서울광장에서 투병 중 연설할 때 그 자리에 있어 뵌 적이 있다. 그리고 mbc가 빛나고, 빛을 잃고, 도무지 빛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지금까지의 이용마기자.. 2021. 12. 3.
[죽음 1] 비극의 탄생 지난 며칠 의도하지 않은 두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더더욱 의도치 않게 두 권의 책은 '죽음'에 관한 책이다. '죽음' 얼마전부터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게서 떠나지 않아, 내심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왜 내게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을까? 나는 죽음을 원하는가? 죽음이 나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아마 삶의 의미를 생각할수록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삶은 잘 산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무의미한 삶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귀착하면, 무의미한 삶은 죽음과 무엇이 다를까...., 문득 사로잡힌 질문이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을 다룬 [비극의 탄생]을 먼저 읽었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이 보.. 2021. 12. 2.
[최옥정] 매창 "모두들 나를 조용히 보내주고 하루나 이틀 옛 기억을 뒤적이다가 사흘 뒤에는 깨끗이 잊어주길 바랍니다. 다만 내 살과 땀과 피 같은 거문고만은 나와 함께 묻어주길. 사실을 고하자면 참으로 분에 넘치게 복된 인생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뼈를 녹이는 사랑, 부리기 버거운 재주, 아름다운 산천 속에서 한 생 잘 살다 갑니다. 가장 큰 기쁨과 가장 큰 고통을 감당할 근기까지 받아 태어났으니 이번 생에서 무슨 불평을 입에 담을 수 있겠습니까. 잔은 차면 넘치고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니 복록도 충분히 누리고 나면 넘치기 전에 거둬들이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감사한 마음 가슴에 품고 떠납니다. 부디 모두들 강녕하시길 앙상한 부끄러운 두 손 모아 비옵니다." -최옥정, 매창 중에서 작가는 좋다. 아.. 2016. 12. 13.
[오스카 와일드]오스카리아나, 도리언그레이의 초상 며칠 전부터 떠나지 않은 오스카와일드. 전자책으로 한 권, 종이책으로 한 권을 주문했다. 엉켰다. 나의 무질서와 대한민국의 무질서와 나의 무력함과 대한민국의 무력함, 엄마의 뱃속에 든 아이처럼 온전히 지배받으며 엉켜버렸다. 오늘 내 말은 특별히 더 뒤죽박죽일 것이다. 마치 행위.. 2016. 10. 28.
[이화경] 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이화경] 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상상출판 바쁜생활은 피로를 낳고, 피로는 신경질을 낳고, 신경질은 무관심을 낳고, 무관심은 죄책감을 낳고, 죄책감은 우울을 낳고, 우울은 슬픔을 낳고, 슬픔은 외로움을 낳고, 외로움은 절망을 낳고, 절망은 고통은 낳고, 고통.. 2016.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