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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비(發飛) 전체보기2208

[사고] 차 안에 물이 가득 고였다 차 안에 물이 가득 고였다 차를 탈 일이 없다. 안동을 갈 때가 아니면, 차는 아파트 주차장에 몇 달이고, 그냥 서 있다. 좀 전 같으면 어찌저찌 가까운 곳이라도 다녔기에 좀 타고 다녔는데, 그렇게 다니기에는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 아껴서 살아야 하니까. 지하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라 그냥 지상주차인데, 하루 이틀이면 차가 너무 더려워진다. 먼지에, 눌러다니는 낙엽에, 비둘기 똥에, 못 봐줄 꼴이 된다. 폐허. 햇빛도 가리고, 먼지도 막고, 적어도 앞 유리창이라도 가리기 위해 반커버를 사서 덮어두었다. 그런데...., 반커버 고정끈 여섯개 중 두 개를 차 뒷문 사이로 끈을 넣어 차 안에서 서로 고정하는 방법이었는데, 지난 2주 내린 폭우, 장마비, 보슬비... 각종 비에 끈을 타고 차 안으로 비가 들어간거다.. 2022. 7. 11.
[갑자기]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이곳에서 태어났으니 이곳에서 살고 이곳에 살고 있으니 이곳에서 살고 그저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태생적으로 역마살이 있어서일까? 일정 시간이 되면 나는 늘 내가 있는 현재를 의심한다. 지금 막 이탈리아 영상을 보다가(사실은 언젠가부터 이탈리아 시골풍경이 그립다. 가보지 않은 곳인데도 그리울 수 있다) 이탈리아가 가고 싶다. 생각하다가 가는 길, 나눠야 하는 대화 등이 부담스럽다. 이젠 귀찮다. 젊지 않으니 이젠 그게 힘들다. 힘들어서 가만히 있는데, 답답하다.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산다고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것, 지금과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모르는 척 한다. 낮에 지난 주에 이어 성당에 갔었다. 편안했다. 오랫동안 불교신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괜찮은데, 절에 가면 종교로 .. 2022. 7. 11.
[성당] 수호천사 토요일 아침에 느닷없이 성진이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 성당 가실래요?" "왜?" "가고 싶어요." "왜?" "기대고 싶어요." "어." "내일요." 하고 전화를 끊는다. 이 아이는 왜 성당이 가고 싶을까? 멍하니 있다가, 다대오신부님께 전화를 했다. (스물두 살에 신부님을 오락실에서 만난 이후 신앙에 관해 내가 의논을 한 적은 없었는데) "어이. 발비!" "성진이가 성당을 가자고 해요." "좋은 일이네." "요즘 화살기도를 자꾸 하게 되긴 했는데, 저는 좀.... 아직... 준비가 안 되었고,.... 가기 싫고, 싫은데, 성진이가 어릴 때 복사했던 기억과 기도했던 기억이 좋았대요. 성진이를 도와주고 싶어서 가야겠는데, 저는... 아직..... 어쩌지요?" "수호천사 알아? 누구에게나 수호천사가 있는데,.. 2022. 7. 4.
[반려식물] 영농일지 1 가로 35센티 세로 20센티 텃밭이 두개 있다. 지난 토요일부터이니, 이제 일주일이 되었다. 오자마자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한여름처럼 뜨거운 날도 있었고, 바람만 엄청 부는 날도 있었고, 어제 그제는 비가 미친 듯이 왔다. 두 개의 텃밭은 베란다 화분걸이에 있었는데, 날씨때문에 앞으로 들어왔다 밖으로 나갔다는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텃밭 하나에는 바질 6포기, 또 하나에는 루꼴라가 10포기쯤 있다. 1일차(토) *저면관수화분에 끈이 두 줄만 달려있어 물을 좋아한다는 바질과 루골라의 특성을 감안하여 두툼한 면 끈 두 줄을 더 걸어 모두 네 줄을 걸었다. *베란다 화분대에 놓을 예정이라 마사토보다 가벼운 난석을 깨끗이 씻어 저면관수화분 맨 아래 깔고, 그 위에 분갈이용 배양토로 모종을 심었다. 모종화분에.. 2022. 7. 1.
[반려식물] 난석을 무한반복 씻다 1. 화분들은 일주일에 한 번 욕실에 가 샤워와 함께 물을 흠뻑 먹고, 반나절 정도 물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화분들이 시원하게 물을 맞는 모습을 보면, 속이 시원했다. 또 하루에 두 시간쯤 선풍기를 틀어 그 바람에 줄기와 잎이 흔들리게 한다. 줄기와 잎들이 근육 운동을 한다. 이 아이들의 운동시간이다. 이러는 것으로 마음에 미안함을 던다. 식물인데, 비도 맞지 못하고, 바람도 맞지 못하고, 햇빛을 직접 쬐지도 못하는, 내가 가둬놓은 듯한 미안함. 그래서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이 아이들을 데리고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면서 테라스에 나란히 두고 싶고 미안함이 아니라 뿌듯함으로 이 아이들을 보고 싶다. 2. 난석은 휴가토라고도 한다고 했다. 화분 물받이에 물이 고이면 화분 아래 구멍으로 공.. 2022. 6. 27.
토마토 마리네이드 외 레몬 2종 간만에 요리! 토마토가 흔한 계절이다. 토마토가 맛있다고 생각했던 건 스페인 여행 중에 먹었던, 토마토 마리네이드와 냉토마토스프(?) 토마토 마리네이드는 올리브유를 과하게 많이, 레몬즙에 허브, 양파, 꿀 넣어 절여 피클인 듯 샐러드인 듯, 빵에 찍어 먹어도, 밥에 얹어 먹어도, 야채 듬뿍 넣고 샐러드로 먹어도, 그냥 오며가며 집어 먹어도 맛있다. 냉토마토스프는 뭐 대단한 음식인 줄 알고 타파스로 시켰는데, 씨가 있는 부분을 빼고 갈아서 '걸쭉한 토마토 쥬스' 올리브유와 파마산치즈를 뿌린 건데 맛있었다. -요리 시작- 토마토 십자내고 삶아 껍질 벗기고, 레몬즙 만들어놓고, 올리브유(2), 레몬즙(1), 소금, 꿀, 양파 다지고, 허브(난 바질이랑 파슬리) 있는 거 아무거나 넣고 섞어 병에 넣고 와다다 부.. 2022. 6. 21.
발라드를 듣는 월요일 아침 .... 내가 뭔가 잘못했나요 그랬다면 미안합니다 그대는 내가 불쌍한가요 어떻게라도 그대곁에 남아있고 싶은게 내 맘이라면 알아줄래요 그렇다면 대답해줘요 그대가 숨겨놨던 아픈 상처들 다 다 내게 옮겨주세요 지치지 않고 슬퍼할수있게 나를 좀 더 가까이 둬요 ...... 의 ost 중에서 의 ost 를 듣는 아침이다. 라르고 선생님이 계셨으면 좋겠다. 내가 다시 블로그에 일기도 쓰고, 화분 키우는 이야기도 주절거리고, (시는 읽지 않지만) 페이스북도 일주일에 한 두번은 올리는데, 선생님이 계셨으면 반갑다 하시면서 따뜻하고 여운 많은 댓글을 달아주셨을 거다. 별일 없구나 하면서. 그리고, 그렇게 댓글로 안부를 하다가 가끔 함 보죠 하고 톡도 올거다. 그럼 사람 많은 프렌차이즈 커피숍에서 침묵이 대부분인 만남을 .. 2022. 6. 20.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이렇고 50년 전, 40년 전, 10년 전, 작년, 올해, 내년, 10년 뒤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이렇고. 그런게 많지.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면, 아닌 건 아니지만, 이건 좀 이상한 거지. 인연이 오래된 사람, 너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새삼스럽게 지금 '나는 이렇다' 라고 강조해서 말할 때가 있다. 그러면 너는, 그땐 안 그랬는데, 지금은 왜 그래?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부정교합처럼 어긋난다고 불편해 한다. 나는 현재 상태로 너를 마주하고 싶은데, 너는 이미 잊어버린 과거의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 오래되었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아 기억에서 지워진 과거의 사실이 너에게서 낱낱이 파헤쳐지기도 한다. 너가 소환한 과거가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현재의 나를 기준으로 보면 마치 내가 아닌 듯 .. 2022. 6. 20.
나는, 나는 차분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편이다. 차분함과 차가움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어제는 지연이가 내가 엄마처럼 말이 빠르다고 했다. 지난 번에도 그러더니 또 그런다. 그러고보니 그렇기도 하다. 엄마가 늘 급한 건 아니지만 암튼 급한 성격과 동반하는 빠른 말을 나는 엄청 싫어하는데, 내가 닮았다니.. 나도 어느 정도 인정이 된다니... 그게 싫으니까 뭐지. 하고 생각하다 알아낸 것. 엄마 이야기를 할 때, 엄마처럼 말이 빨라지고 격해지는 거였다. 지연이는 엄마 고모의 손녀다. 엄마의 고모가 지연이 할머니시다. 어른들은 지연이와 나의 촌수를 3월성(越姓) 6촌이라 했다. 모계 쪽으로 姓을 세 번 건너는데 촌수로는 6촌인거다. 지연이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아버지는 엄마와 그 할머니가 판박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2022.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