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 물이 가득 고였다
차를 탈 일이 없다.
안동을 갈 때가 아니면, 차는 아파트 주차장에 몇 달이고, 그냥 서 있다.
좀 전 같으면 어찌저찌 가까운 곳이라도 다녔기에 좀 타고 다녔는데, 그렇게 다니기에는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
아껴서 살아야 하니까.
지하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라 그냥 지상주차인데,
하루 이틀이면 차가 너무 더려워진다.
먼지에, 눌러다니는 낙엽에, 비둘기 똥에, 못 봐줄 꼴이 된다.
폐허.
햇빛도 가리고, 먼지도 막고, 적어도 앞 유리창이라도 가리기 위해 반커버를 사서 덮어두었다.
그런데....,
반커버 고정끈 여섯개 중 두 개를 차 뒷문 사이로 끈을 넣어 차 안에서 서로 고정하는 방법이었는데,
지난 2주 내린 폭우, 장마비, 보슬비... 각종 비에 끈을 타고 차 안으로 비가 들어간거다.
차를 안 타니 몰랐지.
범퍼에 비둘기똥이 있어 그걸 치우러 내려갔는데,
차 안이 완전 ..................,
사랑해 마지 않는 내 차가 완전 망했다.
우산을 두었던 시트에 곰팡이까지 올라와 있었고,
바닥 깔판에 물이 흥건하고.
뭐 이런 경우가 있는지.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급히 스팀세차장에 갔더니, 이걸 다 치우려면 20만원이 든다면서,
그 돈 들이더라도 습기를 제거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다.
현대 정비소에 가서 바닥 깔판을 교체하는 것을 추천했다.
1. 돈이 드네.
2. 미쳤군.
3. 한번만 더 생각했으면 비를 타고 들어온다는 것을 알아챘을건데. 바보다..
현대자동차서비스에 정비예약을 했는데, 담주 금요일이다.
그 사이에 이 차는 어떻게....곰팡이가 창궐하게 둬야하나. 안된다.
말릴만큼이라도 말리자.
야채를 싸려고 엄마에게 얻어온 신문들을 모두 가지고 내려가 차 바닥에 고인물을 최대한 담아내고,
여기저기 흡습이 잘 될 것 같은 종이들을 바닥에 깔고,
어제도 오늘도 한 시간 가까이 양쪽 차문들과 트렁크를 열고,
에어컨 틀어놓고, 냉방시트도 켜두고 원시적으로 말렸다.
아마 매일 이러고 있겠지. 금요일 정비소에 가기 전까지.
쿠팡에서 어제 주문해둔 '물 먹는 하마' 8개를 차 여기저기에 갖다 두었다.
혹시 그 사이에 곰팡이가 생기지는 않았을까 하고 좀 전에 내려가봤는데, 바닥이 조금씩 마르고 있다.
한 번만 더 생각했더라면,
차 밖의 끈을 차 안으로 끌어 넣어놓는다는 것은 물받이가 될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면관수화분도 쓰면서...... 자괴감으로 온 몸을 떤다.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누군가에게 주절거렸다면, 누군가가 내게 그러면 안된다고 하지 않았을까.
별 일 아닌 것이 큰 사고로 이어지는 횟수가 늘고 있다.
사고를 수습하는 일로 에너지를 점점 많이 쓴다.
늙어서인가......................, 자괴감 2
이것이 자괴감이다.
이따 저녁에도, 내일도 아침 저녁으로 내려가 차를 말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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