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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사고] 차 안에 물이 가득 고였다

by 발비(發飛) 2022. 7. 11.

차 안에 물이 가득 고였다

 

차를 탈 일이 없다. 

안동을 갈 때가 아니면, 차는 아파트 주차장에 몇 달이고, 그냥 서 있다. 

좀 전 같으면 어찌저찌 가까운 곳이라도 다녔기에 좀 타고 다녔는데, 그렇게 다니기에는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 

아껴서 살아야 하니까. 

 

지하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라 그냥 지상주차인데,

하루 이틀이면 차가 너무 더려워진다.

먼지에, 눌러다니는 낙엽에, 비둘기 똥에, 못 봐줄 꼴이 된다.

폐허.

 

햇빛도 가리고, 먼지도 막고, 적어도 앞 유리창이라도 가리기 위해 반커버를 사서 덮어두었다. 

 

그런데...., 

 

반커버 고정끈 여섯개 중 두 개를 차 뒷문 사이로 끈을 넣어 차 안에서 서로 고정하는 방법이었는데, 

지난 2주 내린 폭우, 장마비, 보슬비... 각종 비에 끈을 타고 차 안으로 비가 들어간거다. 

 

차를 안 타니 몰랐지. 

 

범퍼에 비둘기똥이 있어 그걸 치우러 내려갔는데,

차 안이 완전 .................., 

사랑해 마지 않는 내 차가 완전 망했다.

우산을 두었던 시트에 곰팡이까지 올라와 있었고,

바닥 깔판에 물이 흥건하고.

뭐 이런 경우가 있는지.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급히 스팀세차장에 갔더니, 이걸 다 치우려면 20만원이 든다면서, 

그 돈 들이더라도 습기를 제거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다.

현대 정비소에 가서 바닥 깔판을 교체하는 것을 추천했다.

 

1. 돈이 드네.

2. 미쳤군. 

3. 한번만 더 생각했으면 비를 타고 들어온다는 것을 알아챘을건데. 바보다.. 

 

현대자동차서비스에 정비예약을 했는데, 담주 금요일이다.

그 사이에 이 차는 어떻게....곰팡이가 창궐하게 둬야하나. 안된다. 

 

말릴만큼이라도 말리자. 

야채를 싸려고 엄마에게 얻어온 신문들을 모두 가지고 내려가 차 바닥에 고인물을 최대한 담아내고,

여기저기 흡습이 잘 될 것 같은 종이들을 바닥에 깔고, 

어제도 오늘도 한 시간 가까이 양쪽 차문들과 트렁크를 열고,

에어컨 틀어놓고, 냉방시트도 켜두고 원시적으로 말렸다. 

아마 매일 이러고 있겠지. 금요일 정비소에 가기 전까지. 

 

쿠팡에서 어제 주문해둔 '물 먹는 하마' 8개를 차 여기저기에 갖다 두었다. 

 

혹시 그 사이에 곰팡이가 생기지는 않았을까 하고 좀 전에 내려가봤는데, 바닥이 조금씩 마르고 있다. 

 

한 번만 더 생각했더라면,

차 밖의 끈을 차 안으로 끌어 넣어놓는다는 것은 물받이가 될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면관수화분도 쓰면서...... 자괴감으로 온 몸을 떤다.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누군가에게 주절거렸다면, 누군가가 내게 그러면 안된다고 하지 않았을까.

 

별 일 아닌 것이 큰 사고로 이어지는 횟수가 늘고 있다. 

사고를 수습하는 일로 에너지를 점점 많이 쓴다. 

 

늙어서인가......................, 자괴감 2

이것이 자괴감이다. 

 

이따 저녁에도, 내일도 아침 저녁으로 내려가 차를 말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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