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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비(發飛) 전체보기2208

[반려식물] 미안을 넘어 민망 *미안하다: 1. 남에게 대하여 마음이 편치 못하고 부끄럽다 *민망하다: 2. 낯을 들고 대하기가 부끄럽다 -네이버사전 크랩암에게 절로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던 그제, 어제 오늘은 민망했다. 계란껍질 구워 곱게 간 가루를 흙과 섞어 화분에 잘 채워주고, 이틀밤이 지났다. 어젯밤, 오늘 아침 시간 단위로 통통해지고 있다. 그냥 사진으로는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고 할까? 마치 재난사고로 빌딩이나 탄광에 갖혔다가 1년만에 구출된 뒤, 물 한 모금에 화색이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과 같다고 할까? 진즉에 잘 살폈으면 될 것을, 바로 옆에 두고 이렇게 방치하다니, 미안함을 넘어 민망했다. 그리고 대단하다. 식물의 힘. 간혹 동물보다 강인한 식물을 볼 때면 섬뜩할 정도일 때가 있.. 2022. 6. 17.
[반려식물] 립살리스크랩암-이유가 있었다 안동 친구에게서 물꽂이해서 뿌리를 내려둔 '자바'를 얻어왔다. 어제 하루를 그냥 둔 터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화분 흙에 옮겨 심었다. -잠시 딴 소리부터- 우리집 반려식물들이 대체로 잘 지내는 편이다. 빨리 자라지는 않지만 몇년이 넘도록 아주 조금씩 자라며 곁에 있다. 꽃이 피는 것 아니고 입만 보는 것들. 그렇다고 관엽식물은 아니고, 선인장과에 족하는 애들 몇 개와 덩굴에 속하는 애들 몇 개가 있다. 아, 관엽식물은 내 취향이 아니라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봄 물꽂이해서 뿌리를 내린 실버스워드를 아는 이가 집에 놀러오면서 선물로 가져와 잘 있고, 어제 친구집에서 얻어온 '자바' 도 관엽식물이니, 우리집에 관엽식물이 두개, 한 그룹이 있는거네. 관엽들! 너무 빨리 자라지는 마라, 미리 온 실버스.. 2022. 6. 15.
[일기]집으로 복귀 금요일 오후에 갑자기 안동으로 갔었다. 오전에 다니던 병원 의사가 평영도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팔을 돌리는 모든 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난번에는 평영은 괜찮다고 했는데... 내가 뭐 수영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근근히 떠가는 건데도 그렇단다. 주사 맞은 당일 수영은 더 안된다고 하는 바람에 그럼 안동에 가자. 원래는 5월말에 엄마와 울릉도에 가기로 하였는데, 엄마가 몇 년을 가고 싶다고 하더니 이제 시간도 나고, 몸 상태도 좋아져 가자고, 배와 호텔 모두 예약했더니, 겁이 난다며 안가겠다고, 근처 어디를 돌아다니자며 마음이 변해, 그러자고 했고, 그 약속이 남아있었다. 숙제해결을 위한 안동행이었다. 서울을 출발하며 안동집에 전화를 했더니, 엄마는 집에 없다. 핸펀으로 하려다가 엄마.. 2022. 6. 15.
[일기] 밝은 옷이 입고 싶어 지난 2,3년은 옷을 사지 않았다. 귀촌프로젝트를 위해 옷 만드는 법을 배우고, 옷을 만들면서 옷을 사지 않다가..계속 옷을 사지 않았다. 옷을 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없앴다. 회사 출퇴근, 미팅할 때 입었던 옷, 강의할 때 입었던 옷...암튼 더는 회사에 출근할 일이 없는 삶을 살 듯 하여, 옷을 입는 것이 삶의 낙이기도 하고, 그래서 옷을 만들고 싶었을 정도로 옷을 좋아했던 내가 의지를 다지기 위해 꽤 많은 옷들을 정리했다. 주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녔고, 불편하지 않았을 뿐더러 편하기까지 해 만족스러웠다. 옷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옷이 성가시기도 했다. 그런데, 봄이 되고, 여름이 시작되고 두문불출 칩거를 멈추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합정동도 나가고, 강남도 나가고, 거리의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바.. 2022. 6. 8.
수영 - 현재를 사는 존재가 되기 위해 수영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수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물 속에서 있기를 즐긴다. 물속에서는 늘 현재이며, 존재가 된다. -스포츠로서의 수영이 아니라 바다 혹은 강이 없으므로 수영장에 가는거다. 수영장 가장 낮은 레인, 할머니들 사이에서 걷기도 잠깐 하고, 수영도 잠깐 하고, 잠영도 잠깐하고, 그 잠깐 사이에 나는 그보다 더할 수 없이 현재에 존재한다. 만약 수영에 능하다면, 나는 현재에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잠시 딴 소리- 현재는 말그대로 이 시간에 드러나 있는 것이다. 존재는 살아있는 것이다. 현재는 시간의 의미가 강하고, 존재는 생명의 의미가 강하다. 현은 나타남, 현상에 가깝고, 재는 실존에 가깝다. 존은 생명에 가깝고, 재는 실존이다. 현은 움직임을 담보로 하고, 존은 생명체를 담보로 한다... 2022. 6. 3.
[Beatles] Strawberry Fields Forever 비틀즈의 노래 를 얼마전에 처음 들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영화제작사 대표가 이 노래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이 노래를 모티브로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는데, 재미있다고, 그래서 새벽마다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했다. 늘 지쳐보였었는데, 시나리오 이야기를 하는데 신이 나 보였다. 어떤 내용인지는 묻지 않았더랬다. 왜냐면 이 노래를 모티브로 했다는데, 이 노래를 몰라서... 알고자 하면 이야기가 한 보따리가 쏟아질 것 같아 더 묻지 않았다. (이게 문제다. 궁금하지 않더라도 물어보고, 호응하고 해야 하는데.. 나는 그걸 못한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고 무심히 링크를 타고 들어가 이 노래를 들었는데, 마음이 꿈틀거렸다. 아득하고 아늑했다. 영어 번역을 찾아봤다. 이후 나는 50번은 들은 것 같다. 그.. 2022. 5. 31.
두 번의 이별 Nelson Alves 두번의 이별7년 동안 ‘아무 일’이 없었던 나와 ‘크나큰 일’을 당한 그를 나란히 세웠다.그가 고되고 긴 여행길 끝에 갑자기 나타났고,지금까지의 내 삶 중에 가장 즐거웠던 하루, 그 하루를 그와 함께 했다. 나는 너무 먼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여행자라 기약없는 이별을 했다. 그곳에 남은 그가 울었었다. 며칠 전 그가 세상을 떠난 것을 알게 되었다.이번에는 그가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났다.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그와 두 번째 이별을 한 것이 되었다.이번에는 이 곳에 남은 내가 울었다. 그때는 사진으로 우리를 기념했고, 오늘은 그림으로 남긴다.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한 두달 전 넬슨에 관.. 2022. 5. 23.
낙오(미나리 물꽂이 2) 미나리 물꽂이, 뿌리 내린 미나리 사이에서 오늘 아침 두 줄기가 시들어 죽어있어 빼냈다. 어제는 그제는 괜찮았는지, 안 보였는지 모두 잘 자라나 했었는데, 두 줄기가 낙오되었다. 두 줄기 미나리를 솎아내며 '낙오되었구나' 생각했다. 낙오라니, 나는 이겨내지 못한 것을 낙오라고 생각하는 구나. 낙오 (落伍)의 뜻은 1. 대오에서 처져 뒤떨어짐. 2. 사회나 시대의 진보에 뒤떨어짐. 연관검색어는 낙후, 실패, 탈락이고, 유의어와 반의어는 없다. 군사정권에서 초등, 중등, 고등을 다녀서 그런가........ 미나리 물꽂이에서 시든 미나리를 솎아내며 낙오를 떠올린다는 것,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중얼거린다. 나는 그런 사람이구나. 말이 안 된다. 초등 중등 때 나는 학교에서 친구랑 잘 어울리지 못했다. 부족.. 2022. 5. 17.
뿌리(미나리 물꽂이 1) 며칠 전 미나리를 줄기를 잘라 물꽂이를 해 두었다. 뿌리가 내렸다. 희한하게 물꽂이가 가능한 식물들을 보면 늘 호기심으로 물꽂이를 하게 된다. 결국 흙에 땅에 심을 거면서 말이다. 어릴 때는 온갖 종류의 아이비를 만날 때마다 신기해서 쥬스병에 유리컵에 박카스병에 기분에 따라 병을 바꿔가며 물꽂이를 했다. 아이비는 늘 뿌리를 내려주었다. 뿌리가 내린 것을 확인한 날을 뭔가 세상에 좋은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후에도 뭔가 가능해보이면 물에 꽂았다. 이름들이 기억나지 않은 수많은 식물들의 가지 하나, 잎 하나를 전지한다는 명목으로 톡 끊었다. 미나리에 뿌리가 내리자 곧 새 잎들이 나기 시작했다. 새 잎의 싱싱함이라거나 신선한 식재료에 대한 목마름이라거나 그런 이유로 싱크대 앞에 갈 때마다 새 잎이 .. 2022.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