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집으로 복귀
금요일 오후에 갑자기 안동으로 갔었다. 오전에 다니던 병원 의사가 평영도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팔을 돌리는 모든 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난번에는 평영은 괜찮다고 했는데... 내가 뭐 수영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근근히 떠가는 건데도 그렇단다. 주사 맞은 당일 수영은 더 안된다고 하는 바람에 그럼 안동에 가자. 원래는 5월말에 엄마와 울릉도에 가기로 하였는데, 엄마가 몇 년을 가고 싶다고 하더니 이제 시간도 나고, 몸 상태도 좋아져 가자고, 배와 호텔 모두 예약했더니, 겁이 난다며 안가겠다고, 근처 어디를 돌아다니자며 마음이 변해, 그러자고 했고, 그 약속이 남아있었다. 숙제해결을 위한 안동행이었다. 서울을 출발하며 안동집에 전화를 했더니, 엄마는 집에 없다. 핸펀으로 하려다가 엄마..
2022. 6. 15.
[일기] 밝은 옷이 입고 싶어
지난 2,3년은 옷을 사지 않았다. 귀촌프로젝트를 위해 옷 만드는 법을 배우고, 옷을 만들면서 옷을 사지 않다가..계속 옷을 사지 않았다. 옷을 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없앴다. 회사 출퇴근, 미팅할 때 입었던 옷, 강의할 때 입었던 옷...암튼 더는 회사에 출근할 일이 없는 삶을 살 듯 하여, 옷을 입는 것이 삶의 낙이기도 하고, 그래서 옷을 만들고 싶었을 정도로 옷을 좋아했던 내가 의지를 다지기 위해 꽤 많은 옷들을 정리했다. 주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녔고, 불편하지 않았을 뿐더러 편하기까지 해 만족스러웠다. 옷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옷이 성가시기도 했다. 그런데, 봄이 되고, 여름이 시작되고 두문불출 칩거를 멈추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합정동도 나가고, 강남도 나가고, 거리의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바..
2022. 6. 8.
수영 - 현재를 사는 존재가 되기 위해
수영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수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물 속에서 있기를 즐긴다. 물속에서는 늘 현재이며, 존재가 된다. -스포츠로서의 수영이 아니라 바다 혹은 강이 없으므로 수영장에 가는거다. 수영장 가장 낮은 레인, 할머니들 사이에서 걷기도 잠깐 하고, 수영도 잠깐 하고, 잠영도 잠깐하고, 그 잠깐 사이에 나는 그보다 더할 수 없이 현재에 존재한다. 만약 수영에 능하다면, 나는 현재에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잠시 딴 소리- 현재는 말그대로 이 시간에 드러나 있는 것이다. 존재는 살아있는 것이다. 현재는 시간의 의미가 강하고, 존재는 생명의 의미가 강하다. 현은 나타남, 현상에 가깝고, 재는 실존에 가깝다. 존은 생명에 가깝고, 재는 실존이다. 현은 움직임을 담보로 하고, 존은 생명체를 담보로 한다...
2022. 6. 3.
낙오(미나리 물꽂이 2)
미나리 물꽂이, 뿌리 내린 미나리 사이에서 오늘 아침 두 줄기가 시들어 죽어있어 빼냈다. 어제는 그제는 괜찮았는지, 안 보였는지 모두 잘 자라나 했었는데, 두 줄기가 낙오되었다. 두 줄기 미나리를 솎아내며 '낙오되었구나' 생각했다. 낙오라니, 나는 이겨내지 못한 것을 낙오라고 생각하는 구나. 낙오 (落伍)의 뜻은 1. 대오에서 처져 뒤떨어짐. 2. 사회나 시대의 진보에 뒤떨어짐. 연관검색어는 낙후, 실패, 탈락이고, 유의어와 반의어는 없다. 군사정권에서 초등, 중등, 고등을 다녀서 그런가........ 미나리 물꽂이에서 시든 미나리를 솎아내며 낙오를 떠올린다는 것,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중얼거린다. 나는 그런 사람이구나. 말이 안 된다. 초등 중등 때 나는 학교에서 친구랑 잘 어울리지 못했다. 부족..
2022.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