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40년 전, 10년 전, 작년, 올해, 내년, 10년 뒤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이렇고.
그런게 많지.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면,
아닌 건 아니지만, 이건 좀 이상한 거지.
인연이 오래된 사람, 너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새삼스럽게 지금 '나는 이렇다' 라고 강조해서 말할 때가 있다.
그러면 너는, 그땐 안 그랬는데, 지금은 왜 그래?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부정교합처럼 어긋난다고 불편해 한다.
나는 현재 상태로 너를 마주하고 싶은데, 너는 이미 잊어버린 과거의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
오래되었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아 기억에서 지워진 과거의 사실이 너에게서 낱낱이 파헤쳐지기도 한다.
너가 소환한 과거가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현재의 나를 기준으로 보면 마치 내가 아닌 듯 거짓인 듯 느껴지기도 하는데.
너는 현재가 거짓이거나 변했다고 가끔 말한다.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다.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이렇다고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이 구질구질하다.
난 너를 만날 때 현재가 아니라 되도록이면 과거의 나를 앉힌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나는 때로 현재의 나를 부정하고 과거 어느 시간의 나를 끊임없이 소환하기도 한다.
너는 지금의 나와 이야기를 나누길 원하지만 나는 과거 어느 시간의 나를 마주 앉혀놓을 때가 있었다.
너의 마음은 어땠을까? 무료하였을 것이다.
내가 숨은 것을 너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무료함을 참고 있었겠지.
나의 지난 것들이 지금의 나보다 너를 대하기에 더 유리했기 때문이겠지,
.
.
.
립살리스크랩암이 빠르게 기운을 회복하고 있다.
척박한 마사토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버티었던 지난 1년, 고난의 흔적이 거의 지워져간다.
언제 앙상하게 시들거리렸냐는 듯 통통하게 물이 올라 쪼글거리던 줄기들이 마디마디 팽팽하게 부풀어 힘있게 서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이 원래 그랬었던 듯,
부족함 없이 살아왔던 듯, 당당하다.
거침없이 자유롭게 자라고 있는 립살리스크랩암이 된다.
그때는 그랬던 거고, 지금은 이렇다고.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
.
오늘 1회부터 6회까지 정주행을 한 <왜 오수재인가>를 보면서
역시! 모든 이야기는 과거에 코어, 중심이 있다.
서사의 80%는 과거, 20% 현재는 사건을 이끈다.
20%의 사건이 없는 현재는 80%의 과거를 공허하게 만들며 산산히 흩어지게 한다.
크지 않더라도 현재 사건이 필요하다.
그것이 과거를 견고하게 만들 것이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이렇다 하더라도
이런 지금을 만들어야 이야기거리라도 있어 너와 마주 앉을 수 있다.
이런, 저런의 향연...., 맥락없이 주절주절, 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런 말들이 자꾸 새어 나온다.
할 수 없지... 뭐....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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