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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집사 식물집사

[반려식물] 난석을 무한반복 씻다

by 발비(發飛) 2022. 6. 27.

 

1. 화분들은 일주일에 한 번 욕실에 가 샤워와 함께 물을 흠뻑 먹고, 반나절 정도 물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화분들이 시원하게 물을 맞는 모습을 보면, 속이 시원했다. 

또 하루에 두 시간쯤 선풍기를 틀어 그 바람에 줄기와 잎이 흔들리게 한다. 

줄기와 잎들이 근육 운동을 한다. 이 아이들의 운동시간이다. 

이러는 것으로 마음에 미안함을 던다. 

 

식물인데, 비도 맞지 못하고, 바람도 맞지 못하고, 햇빛을 직접 쬐지도 못하는, 내가 가둬놓은 듯한 미안함.

그래서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이 아이들을 데리고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면서 테라스에 나란히 두고 싶고

미안함이 아니라 뿌듯함으로 이 아이들을 보고 싶다. 

 

 

2. 난석은 휴가토라고도 한다고 했다.

화분 물받이에 물이 고이면 화분 아래 구멍으로 공기가 통하지 않아 과습이 생길 수 있는데, 

난석을 물받이에 깔아놓으면,

화분과 물받이 사이가 떠서 그 사이로 공기가 잘 통한다고 했다. 

난석이 공기구멍이 많아 가볍고 흡습성과 휘발성이 좋아 마사토보다 물받이에 깔아두고에 좋다고 했다. 

난석을 주문하면서 보니, 먼지가 많아 잘 씻어줘야 한다는 리뷰가 많았다. 

 

난석을 씻었다. 

돌이라고 하는데, 스펀지처럼 물에 둥둥 떠서 채로 건져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씻어도 씻어도 먼지가 계속 나와 헹굼이 끝이 나질 않았다. 무한반복 세척.

그러다 얻은 깨달음.

난석에 붙어있었던 먼지가 아닐 수 있다는,

씻으면서 난석은 먼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제 몸이 가벼운 것들은 스스로 먼지를 만들어낸다는,

가벼운 것들은 부대끼면 스스로 몸을 갉아낸다는,

그것은 먼지가 아니라 제 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난석 씻는 것을 멈추고 가급적 가만히 두기로 한다. 

아무리 가벼운 것들이라도 가만히 두면 무게가 만들어진다. 

 

3. 마음이 부산스러운 것은 내가 가볍기 때문이었다는 것, 내가 가볍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면 가만히 있도록 하자. 

가만히 있다보면, 내가 깃털같이 가볍더라도 그 무게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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