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태어났으니 이곳에서 살고
이곳에 살고 있으니 이곳에서 살고
그저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태생적으로 역마살이 있어서일까?
일정 시간이 되면 나는 늘 내가 있는 현재를 의심한다.
지금 막 이탈리아 영상을 보다가(사실은 언젠가부터 이탈리아 시골풍경이 그립다. 가보지 않은 곳인데도 그리울 수 있다)
이탈리아가 가고 싶다. 생각하다가
가는 길, 나눠야 하는 대화 등이 부담스럽다. 이젠 귀찮다. 젊지 않으니 이젠 그게 힘들다.
힘들어서 가만히 있는데, 답답하다.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산다고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것,
지금과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모르는 척 한다.
낮에 지난 주에 이어 성당에 갔었다.
편안했다. 오랫동안 불교신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괜찮은데, 절에 가면 종교로 대해지지 않고, 멋진 건축물 혹은 역사, 풍경으로 대해진다.
그런데 외면하고 싶었던 성당은 2주만에 편안한 마음이 느껴졌다.
맘껏 기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나는 모든 이들 중에 이 세상을 떠난 이들은 하느님이 기억해주시길
떠오르는 사람들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평화를 빌었다.
위해 주고 싶은 이들을 실컷 위해 빌 수 있는 곳이라서 좋았다.
미사가 끝날 즈음 함께 미사를 보던 신자들의 뒷 모습을 보면서 이들은 이곳에 뿌리를 내렸구나.
이곳이 편안하구나, 나도 곧 이곳이 좋겠구나, 그럼 나는 여기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건 별로다.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선택의 폭이 넓다.
어제 지연이와 피자 비슷한 것을 만들어 먹다가, 아버지가 이런 음식을 좋아하셨다니까 아저씨는 된장 김치찌개만 드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찌개류를 안 좋아하셨다. 짜다고,
아버지는 치즈와 버터를 좋아하셨고, 피자를 처음 드셨을 때 마치 천상의 음식을 드신 듯 좋아하셨다.
녹차는 중 머리 감은 물 같다고 싫어하셨고, 토닉워터와 같은 탄산수 소다수를 좋아하셨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버지는 음식으로 보자면 여기서 태어나셨지만 여기 음식과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다른 세상에 대한 경험이 없으셔서 답답하다고 생각은 하지 않으셨지만,
만약 천상의 음식이라고 하셨던 피자의 나라 이탈리아에 가 보셨다면 이민을 생각하셨을지도 모른다.
그대로 있는 것.
순응하며, 간혹 일어나는 마음은 성당에서 누르며 살아가는 것이 좋은 건가.
차분하거나 평화로운 모습으로 앉아있던 신자들처럼.
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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