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35센티 세로 20센티 텃밭이 두개 있다.
지난 토요일부터이니, 이제 일주일이 되었다.
오자마자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한여름처럼 뜨거운 날도 있었고, 바람만 엄청 부는 날도 있었고, 어제 그제는 비가 미친 듯이 왔다.
두 개의 텃밭은 베란다 화분걸이에 있었는데, 날씨때문에 앞으로 들어왔다 밖으로 나갔다는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텃밭 하나에는 바질 6포기, 또 하나에는 루꼴라가 10포기쯤 있다.
1일차(토)
*저면관수화분에 끈이 두 줄만 달려있어 물을 좋아한다는 바질과 루골라의 특성을 감안하여 두툼한 면 끈 두 줄을 더 걸어 모두 네 줄을 걸었다.
*베란다 화분대에 놓을 예정이라 마사토보다 가벼운 난석을 깨끗이 씻어 저면관수화분 맨 아래 깔고, 그 위에 분갈이용 배양토로 모종을 심었다. 모종화분에서 꺼내고 보니 오래되었는지 뿌리가 서로 엉켜 포기를 나눌 수가 없어 찝찝했지만 세포기씩 덩어리진 그대로 심었다.
*저면관수 화분 물받이부분에 물을 적정선까지 부어주고, 공기구멍을 열어주었다. (한쪽 더 뚫어주고 싶은데, 참았다)
-주문한 모종이 오면서 함께 시킨 바질이 어마어마한 양이 와서, 바질페스토, 토마토마리네이드, 바질레몬버터 등을 만들고, 바질페스토파스타까지 만드느라 노동의 극치를 달한 날이다.
2일차(일)
*새벽에 일어나 텃밭을 살피니, 그 사이에 씩씩해지고 바글바글해진 듯 했다. 줄기 밑쪽에 공기를 통하게 하기 위해 아래쪽에 있는 바질 잎들을 땄다. 뜯으며 다 먹어버렸다. 모종인데도 향이 너무 좋다. 솎아냈는데도 바글거린다. 아무래도 포기를 나누지 않고 덩어리 그대로 심어서 그런 듯... 또 어쩌지 고민만 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애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군무를 춘다. 귀엽다.
*흙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보니 촉촉하고 폭신하니 딱 좋다. 저면관수, 이름도 어려운, 과학적인 화분 덕이다.
3일차 (월)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리고 남은 커피찌꺼기를 렌지에 돌려 수분을 날리고, 좀 더 말리고 화분 흙 위에 뿌리고 배달음식에 딸려온 플라스틱 포크를 곡괭이 삼아 밭갈듯이 흙을 뒤집고 펴고를 반복해줬다.
4일차(화)
*비가 조금 내렸다. 흙이 더 뽀슬해지고, 부드러워졌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바질 모종을 살짝 일으켜 세 개씩 붙어있는 포기를 한 포기씩 나눠 다시 심었다. 살짝...., 흙이 부드럽고, 그 사이 서로 강하게 엉켰던 뿌리들도 힘을 뺐는지 잘 분리되었다. 간격을 두고 심었더니 두 포기가 남아 페트병으로 같은 방식의 화분을 만들어 각각 하나씩 심었다. 왠지 불쌍한 모습인데, 이겨주길 바란다.
5일차(수)
*비가 억수같이 그리고 세차게 온다. 바람도 거세게 분다. 자다가 빗소리에 깨어 텃밭에 가보니 화분 아래 물통에 물높이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 넘친 것 같아 텃밭을 싱크대로 옮겨 가득찬 물을 쏟았다. 검은 물이다. 흙의 퇴비성분과 커피거름일 것 같은데..., 아깝다. 텃밭을 집안으로 들여놓았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가여워서 바깥에 둘 수 없었다.
*밤새 비를 맞아 그런가. 어린 아이들에게 바람이 너무 세서 그런가 애들이 힘이 없다. 아님 내가 포기를 나눈다고 뿌리를 흔들어놔서 그런가. 농부 발소리로 작물들이 자란댔는데, 우리 애들은 내가 너무 많이 만져서 손독이 오른 건지도 모르겠다. 무심히 둬야 하는 건가.
6일차(목)
*비가 계속 내려, 베란다 밖 화분대는 집안에 있던 반려식물들을 차례로 비바람 맞게 자리를 내어주고, 텃밭은 창틀 위에 올려두었다. 단 몇 센티 차이인데도 바람이 다른가보다. 잎들이 흔들리지 않는다. 늘 바람에 움직이던 모습만 보다가 가만히 있으니 힘이 없어보이고, 아파보이고 그런다. 움직이던 것들은 움직여야 정상으로 보인다.
*하드작대기로 흙을 살짝 긁어주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 했으니. 땅이 굳지 않도록 살살 뒤적여 주었다. 사실은 그 말때문이 아니라 자꾸만 건드리고 싶어서. 아무래도 다정이 병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에게 옐로카드! 적당히 해라.
7일차(금)
*계란 껍질이 드디어 두 개가 되었다. 계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계란 껍질 한 개 만드는데 일주일, 또 한 개 만드는 데 일주일, 결론적으로 보면 나는 일주일에 계란 한 개를 먹는다. 비료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애를 쓴 것이 이정도다. 두 개의 계란 껍질을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바짝 굽고, 믹서기에 갈아서 텃밭에 살살 뿌려주었다. 포크곡괭이와 하드호미로 흙을 뒤집어 계란껍질을 살살 묻어주었다. 비에 영양분이 너무 많이 씻겨내려간 듯 해서 비료 삼아 주었다.
지난 일주일이 텃밭 영농일지다.
'견집사 식물집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쿠쿠]가 왔다 (0) | 2022.12.28 |
---|---|
[늦은 나팔꽃] 늦게 피기 시작한, 오늘은 두 송이 (0) | 2022.09.16 |
[반려식물] 난석을 무한반복 씻다 (0) | 2022.06.27 |
[반려식물] 미안을 넘어 민망 (0) | 2022.06.17 |
[반려식물] 립살리스크랩암-이유가 있었다 (0) | 2022.06.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