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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609

[귀촌] 커피를 배우고 만드는 이유 오늘 커피브루잉과정 수료증을 받았다. 7월부터 커피 핸드드립을 시작했고, 다음주에 자격시험을 봐야 한다. 바리스타 수업을 듣고 있고, 로스팅수업도 이번주에 시작했다. 사람들이 왜 커피를 배우냐고, 카페를 할거냐고 물으면, 나는 어........., 하고 여운이 있는 대답을 하게 된다. 작년에는 공방에서 옷 만드는 것을 배웠다. 그때 나는 광목이나 인견같은 자연섬유로 옷을 만들고 싶었다. 지난 7월에는 한옥고택관리사 수업을 듣고, 자격시험을 봤다. 이건 커피나 옷을 만드는 것에 비하면 좀 간단한 거였지만, 그때도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냐고 물었고, 나는 무엇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용한 시골에서 뭘하게 되지않을까, 답했다. 이것저것이지만 열심히 해왔다. 돈을 벌기 위한 일자리에 맞춰, 출퇴근.. 2021. 9. 10.
[귀촌] 1. 하고 싶다 수십년전부터 율도국을 만들고 싶었다. 한동안 마음 맞는 이를 만나면 '혹시 저랑 율도국을 만드실래요?' 했으나, 실패. 지금은 혼자 내려갈 생각을 하고 있다. (마음 한쪽으로는 혹시 같이 갈 사람이 있나. 늘 눈을 돌리게 된다.) 아무래도 혼자하는 귀촌은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는다. 내게 귀촌은 자급자족에 가깝다 그래서, -간단한 옷을 만들 수 있다. -읽을 책이 있다. -커피를 배우고 있다. (기계커피 아닌 핸드드립과 같은 커피 브루잉) -식습관을 심플한 채식 중심으로 바꿨다. -짐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귀촌에서 살 집을 이미지네이션하고 있다. (원룸형 사는 집+작업실) -살 곳+살 집 구하기 -함께 할 사람 구하기 -함께 할 강아지 구하기 -디저트를 배우고 커피를 함께 하는 읍내 카페를 만들 궁리도.. 2021. 7. 29.
서울우유, 매일우유 (feat 남양우유) 기분 좋게 만드는 서울우유 그린라벨을 마시고 있다. 감성우유? 특히 다 마시고 병의 라벨비닐을 차르륵 하며 싹 벗겨지는 건 예술이다. 흔한 스티커자국 1도 없이 깔끔하게 벗겨진 투명 플라스틱 병은 뭘 넣어도 될 것 같아 한쪽에 쌓아두었다. 쌀도 넣고, 잡곡도 넣고..... 오늘 아침은 우유에다 마시는 요거트를 섞어 시리얼을 먹기로 했다. 싱크대 위에 나란히 놓인 서울우유병과 매일우유의 마시는 요거트를 보다 '기회'를 생각했다. 기회는 의타적인 단어이다. 내가 만든다기 보다 나는 기회를 준비하는 것이고, 상황 혹은 타인의 의지로 내게 주어진다. 내게는 그걸 해낼 수 있느냐, 스쳐보내느냐는 능력에 따른 선택이 남는다. 남양유업은 황하나의 문제도 있고, 기업 배경, 내부 갑질 문제.. 등으로 이미지가 한없이 .. 2021. 6. 25.
마음이라는 것 모든 것이 마음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일체유심. 실제 마음일까? “인간을 알기 위한 유일한 기초는 경험과 관찰이어야 한다” -데이비드 흄 혹시 노루벌을 들어봤는지. 노루벌: (동물) 애벌레가 살아있는 노루의 가죽 속에서 자란 후 성충이 되어 가죽을 뚫고 나오는 기생벌. 고등학교 때인가, 대학교 때인가 노루벌이야기를 들었다. 노루벌은 노루의 가죽 속에 알을 낳고, 그 속에서 애벌레로 자라고, 성충이 되면 일제히 노루의 가죽을 뚫고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곤충들은 알을 낳으면 하나만 낳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수십 개를 낳으니 수십 마리의 성충이 된 벌이 노루의 살가죽을 뚫고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다. 개미라도 나비라도 아플 건데, 뾰족한 침을 가지고 있는 벌이 일제히 노루의 살가죽을 뚫고 나온다고 생각하면, 정.. 2020. 11. 5.
베뉴에 관한 근심 지난 간 것들에 대한 생각은 후회이고, 올 것들에 대한 생각은 근심이라던가. 신기하다. 후회되는 점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왜 없는거지. 사는 것이 힘겹고, 여전히 아니 전보다 백배 천배 막막한데도 돌이키고 싶은 포인트가 생각나지 않는다. 잘 살지도 못했는데, 이건 또 뭐지 싶다. 매순간 의미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이러니 하네. 뭐지 이 후회없음은. 후회없음이 아니라 어쩔 수 없었음을 인정하는 것이겠지 싶다. 그렇게 지금 막 정리해보려고 한다.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을 할 수 밖에 없을거라는 거지. 며칠 전 어쩔 수 없는 선택 하나를 또 했다. 차를 계약했다. 지금 타는 모닝은 십년도 넘었다. 운전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공포스러워 웬만하면 차를 타지 않는데, 파주 출퇴근은 .. 2020. 10. 30.
파리 - 페르 라 쉐즈 묘지(Cimetière du Père Lachaise) 독자가 문의를 해 왔다. 내년에 마르셀 프루스트의 100주기인데 리스트에 넣어주었으면 했다. 책을 정리할 때 살아남아 내 간단한 책꽂이에 아직도 새책으로 꽂혀있는, 어떻게라도 읽어보겠다며 전차책으로도 핸펀에 담겨있다. 생각난 김에 찾아봤다. 생각난 김에 프루스트를 찾아봤다. 그가 묻힌 곳, 파리 - 페르 라 쉐즈 묘지(Cimetière du Père Lachaise)에 필이 꽂혔다. 그곳인가? 구글지도에서 뷰를 봤다. 낯설지 않다. 구글이 5년전 방문한 곳이라고 알려주었다. 5년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며칠 들렀던 파리. 가보고 싶었던 곳 1순위, 내가 좋아하는 오스카 와일드의 묘를 찾아갔던 곳이다. 기대하는 곳을 갈 때는 천천히 걸어간다. 두어시간 파리 외곽의 빈민가 골목들을 걸어 갔더랬는데, .. 2020. 9. 21.
[자발적 노동]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좋다 "손으로 만드는 것은 느리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좋다. 나를 닮은 것 같아서 좋다. 빠르지 못하고 실수투성이인 내가 만든 것이기에 바느질도, 못질도, 페인트칠도 그렇게 나를 닮았다. 어느 쪽은 비뚫고, 어느 쪽은 바르다. 조금씩 고치고, 맞춰 나가고, 다시 칠하는 번거로움이 있어도, 차츰차츰 내 것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좋다." -한세진 [매일매일 핸드메이드] 프롤로그 중에서 [매일매일 핸드메이드]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좋다. -풍기인견 꽃무늬 앞치마 풍기인견으로 무엇을 만든다는 것과 꽃무늬 앞치마, 원피스를 입고 있는 일상을 산다는 것 어제 여름용 앞치마로 디자인을 최대한 간결하게 해서 완성한 풍기인견 꽃무늬 앞치마를 입었다. -엘더목으로 만든 베란다 서재 베란다 한 켠에 마.. 2020. 7. 5.
[자발적노동] 콩나물이 된 콩 검은 콩에 하얀 싹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들 눈에도 보이는지 모르겠다. 블로그에 글을 안 쓴지 반년이 훌쩍 지나 이걸 1년이 다 되어간다고 해야 할지... 어떨지 모르겠다. 내게는 이상하고도 굉장한 일이다. 블로그 개설이래 이렇게 오래도록 비운 일이 없다. 그 사이에 각종 sns와 유튜브, 그렇더라도 다시 가보기로 한다. 콩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콩나물을 생각했다. 몇 년째 방치된 콩이 있었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몸에 좋다는 콩이라서, 쉽게 상하지도 않아서, 모양도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계속 못 본척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혹시나 콩나물이 될까 하는 생각에 콩 한 줌을 구멍이 뚫린 그릇에다 담아 싱크대에 올려놓고 볼때마다 물을 줬다. 과연, 지금까지의 핵심은 물을 띄엄띄엄주면 콩은 아.. 2020. 6. 15.
[9호선 에세이] 팔짱 평소와 달리 가방을 두 개 들고 출근을 했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손이, 누군가의 엉덩이에 스치기도 하고, 누군가의 등을 스치기도 하고, 그 때마다 앗! 싶다. 나는 가방을 하나씩 어깨에 맨 다음 손을 겨느랑이에 말아넣고 팔짱을 꼈다. 편하고 익숙했다. 그랬다. 나는 늘 팔짱을 꼈었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은 가방을 두 개 드는 바람에 오토메틱이 작동하지 않은 건가 보다. 그래서 앗! 하는 순간이 온 거였다. 팔짱를 끼고 주변을 보니,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그들이 스마트폰을 그리도 보는 이유는, 어쩌면, 스마트폰을 가슴 정도에 놓고, 보지 않으면, 그 손들은 어떻게 할거야, 라는 거지. 스마트폰 중독자가 아니라 어쩌면 앗!의 순간을 맞지 않으려는 자구책이었을지도 모른다... 2019.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