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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609

[일기] 밝은 옷이 입고 싶어 지난 2,3년은 옷을 사지 않았다. 귀촌프로젝트를 위해 옷 만드는 법을 배우고, 옷을 만들면서 옷을 사지 않다가..계속 옷을 사지 않았다. 옷을 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없앴다. 회사 출퇴근, 미팅할 때 입었던 옷, 강의할 때 입었던 옷...암튼 더는 회사에 출근할 일이 없는 삶을 살 듯 하여, 옷을 입는 것이 삶의 낙이기도 하고, 그래서 옷을 만들고 싶었을 정도로 옷을 좋아했던 내가 의지를 다지기 위해 꽤 많은 옷들을 정리했다. 주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녔고, 불편하지 않았을 뿐더러 편하기까지 해 만족스러웠다. 옷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옷이 성가시기도 했다. 그런데, 봄이 되고, 여름이 시작되고 두문불출 칩거를 멈추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합정동도 나가고, 강남도 나가고, 거리의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바.. 2022. 6. 8.
수영 - 현재를 사는 존재가 되기 위해 수영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수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물 속에서 있기를 즐긴다. 물속에서는 늘 현재이며, 존재가 된다. -스포츠로서의 수영이 아니라 바다 혹은 강이 없으므로 수영장에 가는거다. 수영장 가장 낮은 레인, 할머니들 사이에서 걷기도 잠깐 하고, 수영도 잠깐 하고, 잠영도 잠깐하고, 그 잠깐 사이에 나는 그보다 더할 수 없이 현재에 존재한다. 만약 수영에 능하다면, 나는 현재에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잠시 딴 소리- 현재는 말그대로 이 시간에 드러나 있는 것이다. 존재는 살아있는 것이다. 현재는 시간의 의미가 강하고, 존재는 생명의 의미가 강하다. 현은 나타남, 현상에 가깝고, 재는 실존에 가깝다. 존은 생명에 가깝고, 재는 실존이다. 현은 움직임을 담보로 하고, 존은 생명체를 담보로 한다... 2022. 6. 3.
'각자도생'이 아니라 '도생'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아니라 도생(圖生) 아침에 눈을 뜨자마라 각자도생이라는 단어가 떠있었다. 잠자는 사이 누군가 내게 던져놓고 간 말인듯 그냥 내 베개 옆에 딱 놓여있었다. 가만히 각자도생을 보다가, 오랜만에 붓을 꺼내 각자도생을 써보다가. 너무 오랜만인지 잘 되지 않아 아이패드를 열고 또 各自圖生을 열번 스무번을 썼다. 내게 준 메시지이니 긍정마인드로 그대로 받았는데, 쓰다보니 맘에 안 든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최악의 상황에 피치못한 선택 대열해체 같은 것인데. 나는, 우리는 지금 최악이고, 삶의 질서인 대열해체 해야할만한 상황인가. 맘에 안 든다.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겨우 사는 것은 싫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생이 아니라 삶을 사는 것이 生일 것이다. 스무번쯤 썼을 때, 이렇게 했다. 앞에 .. 2022. 5. 11.
아버지의 국화꽃 분필통 기억 (記憶) 1.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2. [심리 ]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 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아버지는 국어선생님이셨다. 정년 전 15년? 10년 정도는 교감교장으로 계셨으니, 분필로 수업을 하신 건 2, 30년일거다. 아버지, 선생이라는 직업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긴 참 어려운 직업이었을 것 같다. 그땐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으셨던 듯 하다. 컴퓨터가 나오고부터는 컴퓨터가 아버지의 모든 취미들을 싹쓸이했지만, 그 전에는 이것저것 많이도 하셨다. 취미부자, 나처럼 취미부자였다. 만들기, 깎기, 고치기, 키우기 아버지는 저 분필통을 만들어 퇴직할 때까지 늘 .. 2022. 4. 6.
책이 좋은 이유 -잠시 딴 소리부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엄마는 엄마친구나 친척들과 나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하는 질문을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늘 한다. 내 기억에도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애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늘 몰랐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 말들을 차례로 엄마에게 물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선생님께서 수업하실 때 그 말소리들이 윙윙거릴 때가 많았다. 어느 때부터 엄마에게 묻지도 않고 그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도 별일 없었던 거 같다. 3월생인데도 7살에 초등학교를 갔으니, 친구들과 1년 차이가 났다. 몸집도 작았고,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애들은 동생을 대하듯 나를 대했다. 그 관계는 .. 2022. 4. 5.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나는 여전히 블로그가 좋다. 누구는 브런치에 글을 써보라고 하는데, 별로다. 페이스북은 전전 회사를 다닐때 작가 동향을 파악하고자 어쩔 수 없이 근근히 이어가다 퇴사하면서 얼른 잠수탔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섬인 듯 했다. 중학교때처럼 모두들 모여 재잘거리는데 나 혼자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느낌이었다. 인스타그램은 옷을 만들면서 시작했다. 옷을 만들어서 홍보하고, 옷 만드는 사람끼리 소통하는 곳이 인스타그램이었다. 옷을 만들다가 회사에 다시 나가게 되면서 잠수를 탔다. 그곳도 페이스북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모두들 좋아요. 댓글이 풍성한데 나는 가난한 마음이 들었다. 블로그는 원래 조용한 곳이니, 괜찮다. 한때 이 블로그의 글이 다음 메인에 뜬 적도 몇 번 있어 하루에 몇 천명씩 들어와 놀래고 그것.. 2022. 4. 4.
상실(喪失) & 상심(喪心) 상실喪失 1.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됨. 2. 어떤 것이 아주 없어지거나 사라짐. 상심喪心 근심 걱정으로 맥이 빠지고 마음이 산란하여짐. 그 마음은 실연과 같다. 나는 흔히 정치고관여층이지만, 이번처럼 기도를 많이 한 적이 없었다. 이재명 후보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알면 알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좋았고, 존경했다. 민주당원이지만 민주당의 구태함에 실망이 가득했지만, 이재명이라는 지도자의 등장으로 숨구멍을 만난 듯 나는 희망으로 부풀었다.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삶을 개척한다는 것, 자신의 삶을 추리고 난 뒤, 타인들을 위해 공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 마음 한 구석으로 내가 믿는 것이 진실일까 하는 의심이 들때면, 그가 말하는 것이 모두 진심이길, 그리고 앞으로는 우리를 위해 나를 위해 .. 2022. 3. 14.
신(神)의 개입( 介入) 介入: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에 끼어듦. (표준국어대사전) 생각의 진입 1 사람은 누구나 열심히 살고 있구나 생각했다. 나는 2년차 백수다.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직무유기라고 늘 생각했었다. 지금의 나는 몇 년전까지 내가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백수이지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설거지를 하다 문득 생각했다. 모두들 열심히 산다. 생각의 진입 2 친한 선배는 늘 풍족하고(상대적으로, 그 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 풍족한 방향으로 삶이 흘러간다. 오랜 시간을 지켜봤지만,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내 친구는 늘 일이 많다. 누군가의 일로 늘 몸을 움직인다. 그래서 늘 몸이 힘들고 아프다고 한다. 점점 예민해지고 있다. 나의 아들은 자신이 .. 2022. 2. 10.
[준비] 진짜? 준비하는거야? 뭘? 진짜? 이번에는 믿어도 돼? 뭔가 결정을 한거야? 아니, 아니, 아니, 아직도 모르겠어. 하지만 '준비'라고 말하고 싶어. 그래, 그럴 수 있지. 괜히 준비~~~~라고 말하고 싶을수도 있지. 하고 싶은 거 다해. ...... '나'와의 대화 중에서 책을 만드는 일을 했다. 옷을 만드는 것을 배워, 인견으로 옷을 만들어서 팔아봤다. 커피를 내리고, 볶는 것을 배워서 자격증을 5개나 땄다. 귀촌을 위해 귀농어산촌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의 집들을 알아보았다. 집에서 유튜브를 보고 스콘을 만들어보고, 마들렌을 만들어보고, 피자도우도 만들어보고 있다. 지난 2주는 시집들을 보고 있다. 그리고, 공유사무실을 얻어볼까 생각하고 있다. 무슨 준비지? ...... ... 2021.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