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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607

[9호선 에세이] 저 백팩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남자의 백팩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출근길이던, 퇴근길이던 지하철 9호선은 1센티의 틈도 없이 서로에게 끼여있다. 지하철 성추행 사건이 가끔 뉴스에 나올 때, 서로 1센티의 간격도 없이 끼어있는 9호선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에게 끼어있는 상태보다 더 최악인 상황은 남자들의 백팩이다. 백팩을 맨 남자가 앞에 서 있고,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밀고 들어가 1센티의 간격도 없이 끼일 때, 나의 상반신과 하반신은 앞에 백팩을 맨 남자로 인해, 적어도 그 백팩의 두께만큼 꺾인 상태가 되고 만다. 때에 따라 허리가 앞뒤로 꺾인 채, 때로는 어깨가 오른쪽 왼쪽으로 휘어진 채 그냥 견뎌야 한다. 그것이 백팩을 멘 어떤 남자들의 잘못이겠는가? 9호선 전철이 이따위인 것을 탓해야지, 하면서도 드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2019. 3. 21.
북극성 오늘 출근을 하는 길이었다. 같이 횡단보도를 건너 걷던 사람과 나란히 걷게 되었다. 보폭과 속도가 비슷한 까닭이겠지. 좁은 인도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 불편했다. 몇 걸음 더. 나는 두 스텝으로 몇 걸음을 걸어, 앞으로 나갔다. 길이 확 트였다. 햇빛은 쏟아졌고, 바람도 시원했다. 나란히 걷는 것이 싫으면 두 스텝으로 걷자, 라고 생각했다. (자기계발 1) . . 늘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한다. 두 스텝으로 몇 걸음 더 나아가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할 일이 아니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만난 사람과는 그럴 순 없지만, 나란히 걷기 싫은 사람을 만날지라도. (자기계발 2) . . 어제 점심시간에 산책을 할 때 진아가 그랬다. "언니는 왜 팔짱을 껴. 나 못 가게 하려.. 2018. 10. 11.
눈물-떠났다 떠났다. 헤어졌다. 방금 2년 넘게 3년 가까이 함께 일한 동료가 떠났다. 마지막 날이라 오전 근무로 업무를 마쳤다. 그는 이직을 하기 위해서 옮긴거다. 여기보다 더 좋은 자리로 갔다. 잘 된 일이었고, 앞으로 2주 동안은 후임자가 없는 관계로 인수인계를 내가 받았다. 성실하게 일한 사람.. 2018. 9. 14.
가수면(假睡眠)이 준 사인(sign) 발바닥에서 먼지가 인다. 한 걸음 디딜 때마다 먼지가 풀풀 날린다. 먼지냄새가 난다. 가수면상태였다. 월요일 아침의 노곤함을 이겨보고자 2주동안 끊었던 커피를 마셨다. 아마 그 여파일 것이다. 이번 달부터 다니기 시작한 구민스포츠센터의 요가필라테스(요가인줄 알았더니 필라테스.. 2018. 9. 11.
태풍 솔릭을 대하는 자세 더 완벽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을 달성하는 걸 도와줄 어떤 방식, 장소, 혹은 식습관이 존재하리라는 믿음. 나는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사람들이 그 마음을 지나치게 따를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이 말.. 2018. 8. 23.
새벽 소리 멍했다. 어제 종일 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콩 한 통은 먹었다.) 딱히 이유가 있지는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정신이 쏙 빠진거다. 일을 지시 받았다. 그런데, 그 일을 해낼 수 없었다. 그 일을 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가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주.. 2018. 8. 7.
꽃무늬 원피스 어제와 오늘 같은 원피스를 입고 출근을 했다. 아마 7,8년 전 쯤 사서 2년을 열심히 입다가 그 다음에는 한번도 입지 않았다. 꽃무늬가 있는 랩 원피스이다. 한 마디로 여자 여자한 원피스이다. 참 더운 날들이다. 여자라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엄청 더워지면 원피스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2018. 7. 20.
On the road-말 길 위에서 하는 말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하는 말은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침묵했다. 말들은 가슴 속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뒤엉킨다. 가슴이 아팠다. 정리되지 않은 말들을 순서없이 내보내고 싶었다. 문득 탈무드에서 읽은 말을 되뇌이며 가.. 2018. 7. 19.
폭우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라. 넘어지면 안된다. 비가 많이 온다잖아." 엄마는 비가 와 더 바쁜 아침 출근길에 말했다. 알았어, 하고 핸펀을 주머니에 넣었다. 비가 오면, 미끄러지지. 나는 비가 오지 않아도 잘 넘어지지. 다리도 부러지고, 발가락도 부러진 적이 있었다. 그걸 아는 엄마는 빗.. 2018.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