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간 것들에 대한 생각은 후회이고, 올 것들에 대한 생각은 근심이라던가.
신기하다. 후회되는 점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왜 없는거지.
사는 것이 힘겹고, 여전히 아니 전보다 백배 천배 막막한데도
돌이키고 싶은 포인트가 생각나지 않는다.
잘 살지도 못했는데, 이건 또 뭐지 싶다.
매순간 의미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이러니 하네. 뭐지 이 후회없음은.
후회없음이 아니라 어쩔 수 없었음을 인정하는 것이겠지 싶다. 그렇게 지금 막 정리해보려고 한다.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을 할 수 밖에 없을거라는 거지.
며칠 전 어쩔 수 없는 선택 하나를 또 했다.
차를 계약했다.
지금 타는 모닝은 십년도 넘었다.
운전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공포스러워 웬만하면 차를 타지 않는데, 파주 출퇴근은 어쩔 수 없다.
모닝이라, 오래되어, 소리가 너무 많이 나, 너무 흔들려....
그런 줄 알았다가 한 마디씩 하면 괜히 어쩌지 하는 걱정이 늘었다.
걱정이 싫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덜컥 차를 계약했다.
벤뉴,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SUV중에 가장 작은 차.
옛날 파주에서 서울 가는 길, 눈길에 모닝이 뺑하고 돈 적이 있는데, 그 트라우마가 있어서 겨울이 곧 다가올 생각을 하니.... 난 눈길 모드가 있는 SUV를 포함해 온갖 옵션들을 다 집어넣고 계약을 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옵션이다.
내가 능력이 있어 차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차가 나를 도와야 한다.
오지 않은 것을 생각하는 것은 근심이다.
나는 주차를 할 때마다 근심이다. 오지도 않은 벤뉴때문에.
벤뉴는 국민차인 아반떼보다도 짧은데 모닝보다는 크다.
모닝이 주차하기에는 딱인데, 앞으로 어떻게 주차를 하지?
주차를 할 때마다 걱정근심이 한 줄이다.
아직 오려면 한달 반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도, 하루에 두번씩 걱정근심을 하다니,
내 회사 수명이 얼마나 될거라고, 나는 새차를 계약한 걸까... 후회? .... 아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겨울이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면
나의 모닝은 그것을 견디기에는 주인의 운전력이 너무 약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므로 후회가 될 수는 없다. 힘겹기는 하더라도 말이지.
후회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인 것이고,
힘겨운 것은 힘겨워서 그렇지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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