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이렇고
50년 전, 40년 전, 10년 전, 작년, 올해, 내년, 10년 뒤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이렇고. 그런게 많지.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면, 아닌 건 아니지만, 이건 좀 이상한 거지. 인연이 오래된 사람, 너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새삼스럽게 지금 '나는 이렇다' 라고 강조해서 말할 때가 있다. 그러면 너는, 그땐 안 그랬는데, 지금은 왜 그래?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부정교합처럼 어긋난다고 불편해 한다. 나는 현재 상태로 너를 마주하고 싶은데, 너는 이미 잊어버린 과거의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 오래되었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아 기억에서 지워진 과거의 사실이 너에게서 낱낱이 파헤쳐지기도 한다. 너가 소환한 과거가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현재의 나를 기준으로 보면 마치 내가 아닌 듯 ..
2022. 6. 20.
[일기] 밝은 옷이 입고 싶어
지난 2,3년은 옷을 사지 않았다. 귀촌프로젝트를 위해 옷 만드는 법을 배우고, 옷을 만들면서 옷을 사지 않다가..계속 옷을 사지 않았다. 옷을 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없앴다. 회사 출퇴근, 미팅할 때 입었던 옷, 강의할 때 입었던 옷...암튼 더는 회사에 출근할 일이 없는 삶을 살 듯 하여, 옷을 입는 것이 삶의 낙이기도 하고, 그래서 옷을 만들고 싶었을 정도로 옷을 좋아했던 내가 의지를 다지기 위해 꽤 많은 옷들을 정리했다. 주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녔고, 불편하지 않았을 뿐더러 편하기까지 해 만족스러웠다. 옷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옷이 성가시기도 했다. 그런데, 봄이 되고, 여름이 시작되고 두문불출 칩거를 멈추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합정동도 나가고, 강남도 나가고, 거리의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바..
2022. 6. 8.
수영 - 현재를 사는 존재가 되기 위해
수영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수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물 속에서 있기를 즐긴다. 물속에서는 늘 현재이며, 존재가 된다. -스포츠로서의 수영이 아니라 바다 혹은 강이 없으므로 수영장에 가는거다. 수영장 가장 낮은 레인, 할머니들 사이에서 걷기도 잠깐 하고, 수영도 잠깐 하고, 잠영도 잠깐하고, 그 잠깐 사이에 나는 그보다 더할 수 없이 현재에 존재한다. 만약 수영에 능하다면, 나는 현재에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잠시 딴 소리- 현재는 말그대로 이 시간에 드러나 있는 것이다. 존재는 살아있는 것이다. 현재는 시간의 의미가 강하고, 존재는 생명의 의미가 강하다. 현은 나타남, 현상에 가깝고, 재는 실존에 가깝다. 존은 생명에 가깝고, 재는 실존이다. 현은 움직임을 담보로 하고, 존은 생명체를 담보로 한다...
2022.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