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게 만드는 서울우유 그린라벨을 마시고 있다.
감성우유?
특히 다 마시고 병의 라벨비닐을 차르륵 하며 싹 벗겨지는 건 예술이다.
흔한 스티커자국 1도 없이 깔끔하게 벗겨진 투명 플라스틱 병은 뭘 넣어도 될 것 같아 한쪽에 쌓아두었다.
쌀도 넣고, 잡곡도 넣고.....
오늘 아침은 우유에다 마시는 요거트를 섞어 시리얼을 먹기로 했다.
싱크대 위에 나란히 놓인 서울우유병과 매일우유의 마시는 요거트를 보다 '기회'를 생각했다.
기회는 의타적인 단어이다.
내가 만든다기 보다 나는 기회를 준비하는 것이고, 상황 혹은 타인의 의지로 내게 주어진다.
내게는 그걸 해낼 수 있느냐, 스쳐보내느냐는 능력에 따른 선택이 남는다.
남양유업은 황하나의 문제도 있고, 기업 배경, 내부 갑질 문제.. 등으로 이미지가 한없이 떨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착한기업이 된 서울우유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관심도 없고, 당연히 아는 것이 1도 없었지만,
그린라벨 우유를 비롯해 기존 제품도 아주 미세하게 레트로 느낌으로 라벨디자인을 정리하면서 올곧은 느낌으로 변화되면서 언젠가부터 나는 서울우유를 계속 마신다. 기분좋게.
서울우유는 기회와 짝을 이루는 타이밍을 제대로 잡았다.
함께 놓은 매일유업은 뭔가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늘 그대로 하던대로...
내용과 형태 사이.
나,
삶이 저벅저벅 길을 가다 움푹 파인 작은 웅덩이를 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머뭇거리는 것은 멈추는 것과 다르긴 하다.
하늘이 내 몸에 반영되어 고스란히 안긴다는 느낌도 들고,
지나가던 산들바람이 내 몸을 기분좋게 흔들어 주기도 하고, 출렁이게 하기도 하고,
저 멀리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소리가 아련할 때면 그립기도 하고,
깊은 밤이면 사방이 모두 사라진 곳에 겨우 내 숨소리만 세상 가득하여 삶과 죽음이 엉키기도 하고,
머뭇거리는 시간 속에 수만가지 세상이 오간다.
나쁜 짓도 하지 않고, 할 일을 열심히 하고, 그리고 도태.
매일우유.
지금 싱크대에 놓인 매일우유를 보면서 1년전 쯤의 나를 생각한다.
티 나지 않아 1년이 지나고서야 그 때 그 시간이 내가 원하는 것과 타인이 준 기회가 만나 선택이라는 것을 잘 했었어야 하는 때였구나.
시리얼로 아침을 때우려다 생각이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까지 뻗쳤다.
나와 다른 선택을 한 서울우유가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차르륵 잘 뜯기는 라벨, 격하게 응원한다.
가지 않은길
R. 프로스트
나는 노란 숲 속 두 갈래로 갈라진 길에서 서서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하며
오랫동안 한 길이 굽이 꺾여져 내려간 곳 까지
몸을 구부려 가며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선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아까 그 길 만큼 아름답고 어쩌면 더 나은 것 같기도 한 이 길은
풀들이 자라 있어서 사람의 그리 많이 안 다니는 길이었습니다.
사실 다른 길도 풀들이 자라나 있고
이 길과 별반 차이가 없었을꺼라 생각되지만요.
더군다나 그 날 아침 두 길은 모두
그 누구도 밟지 않은 하얀 낙엽들로 덮여 있었으니까요.
아, 첫번째 길은 또 다른 날을 위해 남겨 두었습니다.
길이란 것이 어떻게 다른 길로 이어지는지 알기에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지 자신은 없었지만요
세월이 흐르고 흐른 후 어디에선가
난 한숨을 지으며 이렇게 이야기하겠지요
숲 속에 두 개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난...
난 하나의 길을 따라 걸었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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