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607 [니체] 값진 삶을 살고 싶다면 그대가 값진 삶을 살고 싶다면 날마다 아침에 눈 뜨는 순간 이렇게 생각하라 '오늘은 단 한사람을 위해서라도 좋으니, 누군가 기뻐할 만한 일을 하고 싶다.' -프리드리히 니체 '책장 파먹기' 중 하나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라는 필사책 옆에 두고, 하루에 한 편씩 필사를 하고 있다. 순서대로 필사하는 것은 아니고, 그날 그날 스르륵 읽다가 맘에 꽂히는 시나 글이 있으면 그 장을 필사하고 있다. 안 꽂히면 지나가고. '오늘은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좋으니. 누군가 기뻐할 만한 일을 하고 싶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이렇게 소망하는 것. 꽂히는 말이고, 하고 싶은 일이고, 원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해야지, 하며, 그런 아침을 생각하는데 보탰으면 하는 마음 하나가 더 생긴다. -잠.. 2024. 1. 25. 점점 더 [하찮아진] 것에 대해 한방 침은 조심스러운 손끝이 내 몸에 닿는 것이다. 한의사의 촉진과 미세한 바늘, 그리고 경련으로 빳빳해진 근육의 신경전이다. 무술의 합과 같이 서로가 맞아야 한다. 나의 지병이라고 할 수 있는 허리통증. 어느 정형외과에서는 디스크가 보인다고 하고, 정형외과 의사인 아는 동생은 늙어서 그런 거라고 하고, 누군가는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생긴 직업병이라고 하고. 그렇더라도 정형외과의 약처방과 도스치료는 내게는 별로였다. 난 한의원이 좋았다. 약을 안 먹어도 되고, 다행히 집 가까운 곳에 있는 한의원이 있어서 간혹 다녔는데 괜찮았다. 본격적으로 통증관리를 위해 침을 맞은지 5,6년, 그 전까지 하면 13년 정도 되는 것이니 믿고 다닌 것 같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원장님이 티비에도 나오는 꽤 유명하신 분이셨다.. 2024. 1. 20. [손]의 무게 20년도 전에 손이 돌이 되는 환각(?) 같은 것 때문에 괴로웠다. 그땐 잠을 자려고 누울 때마다 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손을 차렷자세로 누우면 손끝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손가락, 손목... 으로 점점 돌이 되었다. 그 무게때문에 손은 아래로 점점 아래로 방바닥 아래까지 가라앉는 듯 어깨까지 그 무게에 쓸리는 것 같았다. 두 손을 가슴에 올리면, 두 손은 돌덩이가 되어 가슴을 눌러, 어느 순간에는 손이 무거워, 손을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이 숨이 막혔다. 잠을 자면서 가위 눌리는 것이 아니라 눈을 뜬 채 이런 몸의 이상현상을 느꼈다. 그때의 일기장을 보면 손의 무게에 눌린 내가 있다. 정신신경과 치료를 받고,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바뀌고, 삶이 바뀌고..., 그러면서 그때를 잊어버렸다. 최근 .. 2023. 4. 12. [청어와 오징어] 효과 어제부터 나는 청어, 감자는 오징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한 번 거의 한시간 가까이 감자 산책을 한다. 하루 중 해가 가장 좋은 때를 골라나간다. 동네 공원에 가면 같은 시간에 강아지 산책을 하러 나오는 아줌마 아저씨 아가씨 청년을 너댓명은 꼭 만나게 된다. 너댓마리의 강아지들과 함께. 아직 감자보다 어린 강아지는 보지 못했다. 다들 감자더러 애기네요, 라고 인사를 한다. 사람에게 낯을 가리고 섞이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있으니 자연스럽다. 부산스런 감자를 부담스러워하는 강아지는 저 멀리, 관심을 보이면 가까이 두고 견주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사람의 나이는 별 의미가 없다. 그곳은 개들이 서로 아는 척을 하면, 그냥 옆에 같이 서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아님 그냥 보기도 하고,.. 2023. 3. 5. [로비] 바닥에 떨어진 나침반 설날이 되지 않은 23년 1월에 나의 위치에서는 방향 가늠이 안 된다는 듯이 나침반이 팽팽 돈다. 심지어 나는 이미 어떤 낯선 건물로 들어와 로비 한 가운데 서 있는데 말이다. 건물에 들어왔으나 목적지가 아닌 로비에 기억상실증처럼, 치매환자처럼, 어린 아이처럼 둘러볼 뿐이다. 지하에는 사우나가 있고 1층에는 카페가 있고, 잠잘 곳이 있고,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 있고, 근사한 식사를 하는 곳이 있고 미화원들이 수다를 떨며 들어가는 복도도 있다. 높은 사방 벽에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들의 사진과 초상화가 걸려있다. 가족사진이 있고, 나혜석이 있고, 친구가 있고, 함께 일했던 상사가 있고, 동료가 있다. 그리고 내가 그린 여자들도 있다. 나침반은 여전히 핑핑 돌아 멈출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어제 일이 .. 2023. 1. 14. 마음과 말 사람들이 모두 다른 것에 비해 사람들의 마음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말, 언어뿐만 아니라 목소리와 말투는 모두 다르지만 그 사람들의 마음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나와 같기가 어렵다. 그런데 누군가의 마음을 듣는다는 것은 나와 같기가 쉬울 것이다. 말이 아니라 마음을 받는 일.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통하는 일. 그 소중한 일에 연습이 필요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말을 듣게 된다. 말이 나오게 한 마음까지 살피지 못해 오해가 생기고, 섭섭하고 소원해진다. 마음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지 못해서 그렇다. 후광이 비치는 사람들, 풍기는 아우라때문에 고개를 숙이게 되는 사람들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한 템포 쉰다. 말이 느리다. 그건 마음을 읽는 중이었기.. 2023. 1. 6. 2023년의 나는 이랬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10년 전쯤의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의 나처럼 차분했으면 좋겠다. 늘 일기를 썼으면 좋겠다. 그때처럼 시 한 편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좋은 그림과 연극도 봤으면 좋겠다. 그때의 나는 일밖에 없었지만, 일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기획했고, 내가 궁금한 것을 기획서에 썼고, 내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작가로 모셨다. 내 삶에서 자연스레 나온 질문을 책으로 만드는 일은 즐거웠다. 이미 나온 책들에서 답을 얻는 일도 좋았다. 그렇게 사색과 탐색을 하며 나의 삶을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언젠가부터 아니다. 언제일까 생각해보면, 흔히 이야기하는 무릎이 꺾인다는 그때, 그때는 아마 산티아고를 가기 바로 전이었던 것 같다. 산티아고 길에서 회복을 위.. 2023. 1. 3. 무장해제 어쩌면 처음부터 견고하지 않았다. 물컹물컹한, 액체에서 고체가 되기 전 어느 사이 젤리처럼, 사람이 되기 전 양수에 갇힌 태아처럼, 나는 견고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흘러가는 시간에 덮히고 아무데서나 부는 바람에 덮히고 시도 때도 내리는 비에 젖어 스스로 굳지 못한 태아의 몸을 에워쌌다. 몸에 덧대어진 이물들이 몸인듯 단단해졌다. 딱딱한 몸 내 것이 아닌 몸 나는 견고한 적이 없었다. 26. 바람직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 되라. 사려깊은 사람들은 우아하고 품위있는 다독으로 무장되어 있으며, 시대를 풍미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적절한 지식을 갖고 있다. 더욱이 그것은 범상한 방식이 아닌 교양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사려깊은 사람들은 재치있는 언변과 고상한 행동을 현명하게 비축해 두었다가 적절한 시가에 사용할.. 2022. 12. 18. [블로그] 전세로 이사 온 다음날 같다 이사 끝! 정리 끝! 오래 잘 살았던 다음블로그가 엄청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20년 가까이를 한 집에서 지냈던지라 익숙했던 거다. 강제이주로 그곳이 내 집이 아니라 전세로 산 집임을 실감했다. 별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흔적이 사라졌을 뿐, 흔적 또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먼지가 될 뿐인데, 그 또한 일종의 미련이다. 솔직해지면 그저 귀찮아서 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이사하기 싫어서 내 집을 사는 것과 비슷한 거겠지. 오래 살았던 만큼 익숙하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별다른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맘을 달리 먹으면 되는 것이겠지. 영차, 다시 잘 살아보자. 하면서 말이지. 블로그의 대문과 스킨을 바꾸고 싶었다. 실패, 대문은 없다. 티스토리는 개인이 작은 취향이라고 스킨에 적용시키려.. 2022. 10. 7. 이전 1 2 3 4 5 ··· 6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