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커피브루잉과정 수료증을 받았다.
7월부터 커피 핸드드립을 시작했고, 다음주에 자격시험을 봐야 한다.
바리스타 수업을 듣고 있고, 로스팅수업도 이번주에 시작했다.
사람들이 왜 커피를 배우냐고, 카페를 할거냐고 물으면,
나는 어........., 하고 여운이 있는 대답을 하게 된다.
작년에는 공방에서 옷 만드는 것을 배웠다.
그때 나는 광목이나 인견같은 자연섬유로 옷을 만들고 싶었다.
지난 7월에는 한옥고택관리사 수업을 듣고, 자격시험을 봤다.
이건 커피나 옷을 만드는 것에 비하면 좀 간단한 거였지만,
그때도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냐고 물었고,
나는 무엇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용한 시골에서 뭘하게 되지않을까, 답했다.
이것저것이지만 열심히 해왔다.
돈을 벌기 위한 일자리에 맞춰, 출퇴근하기 좋은 곳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 삶에 맞는 곳과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남의 눈에 이뻐 보이는 옷이 아니라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어 입고,
마당 한 켠에 작은 텃밭을 가꾸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쌈밥을 먹고,
계절마다 혹은 날마다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며 삶과 죽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혼자 고독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
커피를 배워서 핸드드립 커피를 파는 카페를 하는 것도 원하는 일 중 하나이지만,
그보다 더 원하는 것은 이웃과 커피를 나누며 이야기를 하고 싶고,
오고 가는 길에 들르는 '삼거리 주막' 이 내 집이길 원한다.
어느 날은 기억에서 사라진 좋은 영화 파일를 찾아내
오늘 저녁 몇 시쯤 무슨 영화를 볼 예정이라는 공지를 입간판에 써놓을거다.
또 어느 날은 주문한 생두 왔다고 수제 로스팅할 거라고,
일주일이 지나면 가스가 빠지고 잘 숙성된 커피맛을 볼 수 있으니 오시라고,
집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몇 안 되더라도 그 중 한 두명과 영화를 보고,
또 한 두명과 커피를 마시며 꽃 핀 이야기와 꽃 진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영화는 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만 볼 것이니 공짜일 것이고, 커피는 원두를 사야하니 돈을 받을 예정이다.
거기다 몰래 연습한 푸딩이나 티라미슈 같은 디저트 만드는 실력이 늘어 메뉴에 추가할 수 있으면 진짜 좋겠다.
집을 지은 땅과 집을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이웃이 되고,
그들과 오래도록 인사를 나누고,
몇 번쯤은 마음이 상했다가 풀어졌다가 하면서 집과 함께 그 땅에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다.
그곳이 고향이 없는 나의 따뜻한 고향이 되어,
다시는 어디에서 살아야 하나, 무엇을 하며 살아야하나, 누구와 살아야하나 ... 이런 고민을 더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욕심을 더 부리면,
카페 한 켠에 폴딩도어나 미닫이문으로 구획을 나눠놓고, 그곳에는 재봉틀과 노트북과 책들을 두겠다.
단촐한 옷과 이쁜 무늬가 있는 앞치마도 만들고,
부지런히 일기를 쓰고, 마음이 동하면 시나 소설도 다시 쓰고 싶다.
챙겨놓기만한 고전 책도 읽겠다.
내가 커피를 배우고 만드는 이유이다.
늘 이런 꿈을 지었다가 허물었다가... 지었다가 허물었다가 ... 했더니,
어느새 꿈이 단단해졌다.
-잠시 딴 소리-
책상 앞에 붙여놓은 <빨간머리앤> 삽화이다.
이것이 꿈! 이라 늘 본다.
-잠시 딴 소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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