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딴 소리부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엄마는 엄마친구나 친척들과 나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하는 질문을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늘 한다.
내 기억에도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애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늘 몰랐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 말들을 차례로 엄마에게 물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선생님께서 수업하실 때 그 말소리들이 윙윙거릴 때가 많았다.
어느 때부터 엄마에게 묻지도 않고 그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도 별일 없었던 거 같다.
3월생인데도 7살에 초등학교를 갔으니,
친구들과 1년 차이가 났다.
몸집도 작았고,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애들은 동생을 대하듯 나를 대했다.
그 관계는 지금도 계속이다.
익숙해서 그런지 나쁘지 않다.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께서는 한글을 일찍 깨쳐서 똑똑한 줄 알았다고 하셨다.
그런데, 여기서 포인트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하는 질문에 있다.
나는 질문이 많은 사람에 속한다.
그래서 책 만드는 일이 좋았다.
질문이 생기면, 질문을 정리해 기획서를 쓰고, 질문에 답해 줄 저자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질문이 해결되기도 하고, 저자를 만나 원고를 통해서 그 답을 얻기도 했다.
그 일이 좋았다.
-잠시 딴 소리 끝-
이것이 책이 좋은 이유다.
무슨 말인지 말귀를 못 알아들어도
부끄럽지 않게
다시,
또 다시, 또 또 다시
같은 질문을 계속할 수 있다.
무슨 뜻인지 몰라도 다음 책장을 넘길 수 있고,
넘긴 뒷장에서 맥락이 끊어지면,
앞으로 다시 넘겨 또 읽으면 된다.
이상하게도 읽고 넘긴 페이지를 되돌아 읽을 땐 늘 기분이 좋다.
답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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