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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책이 좋은 이유

by 발비(發飛) 2022. 4. 5.

-잠시 딴 소리부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엄마는 엄마친구나 친척들과 나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하는 질문을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늘 한다. 
 
내 기억에도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애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늘 몰랐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 말들을 차례로 엄마에게 물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선생님께서 수업하실 때 그 말소리들이 윙윙거릴 때가 많았다. 
어느 때부터 엄마에게 묻지도 않고 그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도 별일 없었던 거 같다. 
 
3월생인데도 7살에 초등학교를 갔으니, 
친구들과 1년 차이가 났다. 
몸집도 작았고,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애들은 동생을 대하듯 나를 대했다. 
그 관계는 지금도 계속이다. 
익숙해서 그런지 나쁘지 않다.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께서는 한글을 일찍 깨쳐서 똑똑한 줄 알았다고 하셨다.  
 
그런데, 여기서 포인트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하는 질문에 있다. 

 

나는 질문이 많은 사람에 속한다. 

 

그래서 책 만드는 일이 좋았다. 
질문이 생기면, 질문을 정리해 기획서를 쓰고, 질문에 답해 줄 저자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질문이 해결되기도 하고, 저자를 만나 원고를 통해서 그 답을 얻기도 했다. 
그 일이 좋았다. 
 
-잠시 딴 소리 끝-

 

이것이 책이 좋은 이유다. 
 

무슨 말인지 말귀를 못 알아들어도

부끄럽지 않게
다시,
또 다시, 또 또 다시
같은 질문을 계속할 수 있다.
 
무슨 뜻인지 몰라도 다음 책장을 넘길 수 있고, 
넘긴 뒷장에서 맥락이 끊어지면, 
앞으로 다시 넘겨 또 읽으면 된다. 
이상하게도 읽고 넘긴 페이지를 되돌아 읽을 땐 늘 기분이 좋다. 
 
답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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