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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상실(喪失) & 상심(喪心)

by 발비(發飛) 2022. 3. 14.

상실喪失
 

1.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됨.
2. 어떤 것이 아주 없어지거나 사라짐.

 

상심喪心

근심 걱정으로 맥이 빠지고 마음이 산란하여짐.

 

그 마음은 실연과 같다.

 

 
나는 흔히 정치고관여층이지만, 이번처럼 기도를 많이 한 적이 없었다. 
이재명 후보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알면 알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좋았고, 존경했다. 
민주당원이지만 민주당의 구태함에 실망이 가득했지만,
이재명이라는 지도자의 등장으로 숨구멍을 만난 듯 나는 희망으로 부풀었다.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삶을 개척한다는 것, 
자신의 삶을 추리고 난 뒤, 타인들을 위해 공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
마음 한 구석으로 내가 믿는 것이 진실일까 하는 의심이 들때면,
그가 말하는 것이 모두 진심이길, 그리고 앞으로는 우리를 위해 나를 위해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길 간절히 기도했다. 
 
사는 것에 꽤나 지친 나는, 믿고 의지할 지도자가 간절히 필요해서였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삶이 가지런하게 예측가능한 삶이다.
그의 공약들을 보면서 막막했던 나의 미래가 조금씩 보였다. 
그래서 안도가 되었다. 
기도하고, 지지했다. 

 

 

-잠시 딴 소리-

 

 
너무나 오래전 이야기인데,
나의 문청시절, 이 블로그는 나의 시, 소설읽기나 그림 혹은 영화보기에 관한 글을 주로 올릴 때였다. 
노무현대통령께서 돌아가시고, '곡비'라는 글을 포스팅했다.

 

https://blog.daum.net/binaida01/15950542

 

노무현대통령추모-곡비가 필요해

곡비(哭婢 ) 옛날 장례 때 곡하며 따라가던 여자 종  곡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 사대부가에서 초상이 나면 곡비를 고용했다고 한다. 사람이 계속 울 수는 없는 일이다. 계속 슬플 수

blog.daum.net

 
그때 친구는 내게 비밀댓글로, 전화로, 만나서 왜 시나 소설을 읽지 공개적으로 정치에 관여하는 글을 쓰냐고 했다. 
세월호 때도 그랬고, 문재인대통령의 첫 대선때도 그랬고, 두번째 대선때도 나는 내 생각을 썼고,
지지를 보내고, 상대편에 대해 비난을 했다.  
내 근처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는 없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거나 무관심했다.
그때마다 나는 외로웠다.
 
-잠시 딴 이야기 끝-

 

 
 

1. 생일

 

3월 9일은 선거일이었고, 3월 10일은 내 생일이었다. 
누군가 내 생일을 이야기하거나,
생일선물이야기를 할 때면,
선물은 필요없고 이재명후보가 당선되면 가장 큰 선물이라고,
그것으로 충분하고도 남는다고 같이 기도해달라고 했다. 
 
선거가 끝나고, 
개표가 시작되고, 
내 생일로 날짜가 바뀔 즈음 역전이 되었다. 
그리고 윤석열이 대통령 당선자가 되었다. 
 
내 생일,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캄캄한 밤에 이재명 후보자를 태운 하얀 차가 여의도 어느 사거리에서 비상등을 깜빡이며 한참 서 있었다. 
나도 비상등처럼 의식이 깜빡깜빡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사기를 치고도, 세상을 멋대로 재단을 하고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살기 싫다.
공정하지 않은 사람의 입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내놓고, 그것이 뉴스에 나오는 그런 나라에서 살기 싫다. 

 

내 생일이 그날의 시작이 되었다. 

 

 

 

2. 상실喪失

 

 
3월 11일, '나는 상실했다' 는 생각이 들었다.
'상실' 이 뭐지? 
나는 무엇을 상실했길래, 나는 상실했다는 생각이 든거지?
 
 

1.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됨.
2. 어떤 것이 아주 없어지거나 사라짐.

 

내가 그렸던 5년이 꿈처럼 사라졌다. 

그의 공약에 따라 설계했던 계획이 무너졌다. 

 

 

3. 상심

 

'상실'이라는 단어가 하루이틀 돌처럼 마음에 매달리더니,

나는 상심했구나. 생각했다. 

喪心이기도 하고, 이기도 하고 그게 뭐든 상관없이 상심했다. 

가해자는 없다고 봐야하지 않나. 

윤석열이 가해자도 아니고, 윤석열의 지지자가 가해자도 아니고, 흔히 말하는 언론도 가해자가 아니고, 

가해자 없이 그저 상심했다고 해야 하나. 

 

 

4. 친구 1

 

생일인 10일 누구도 만나길 거부했고, 미루다 토요일에 생일모임을 했다.

 

자연스레 나온 선거이야기. 

그 친구도 이재명의 지지자지만, 윤석열은 아니잖아 다. 

걱정이고 싫다고 했지만, 나와 같이 상실, 상심의 단계는 아니었던지.

나더러 얼른 빠져나오라고 한다. 

 

나는 민주당원으로 가입했다고, 어떻게든 더 결연해지기로 했다고 겨우 배에 힘주며 말했다. 

 

친구는 그러지 말란다. 중립을 지키고,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란다. 

지금이 70년대 80년대도 아닌데 조심하라고 한다. 

그런 세상이 된 것이 기가 차다. 대체 지금은 뭐지? 

 

역사는 크게 보면 진보하고 있다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대신 했다. 

부탁할 것은 조심하라는 말이라고 친구가 생일 축하 인사를 했다. 

 

 

5. 친구 2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랑 일주일 넘게 통화를 하지 않다가 좀 전에 통화를 했다. 

서울에 있다가 고향인 안동으로 몇년전 내려간 친구다. 

얼마전부터 이재명후보에 대한 비호감이라는 말들을 해 왔다.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인데, 나와 정반대 생각을 하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상관없는데, 문재인 정부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했다. 

코로나 탓도 있지만..., 말끝을 흐렸다. 

 

나는 오늘 전화를 하면 안되었다. 

 

친구는 내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신경쓰면 힘들지 않냐고, 

그렇게 한쪽 편을 들면, 누군가와 멀어지지 않냐고,

아무 상관없으며, 눈 감고 그쪽으로 눈 돌리지 말고 살란다.

 

상실감, 상심

 

나는 어떻게 상관이 없을 수 있냐고, 

세월호에서 애들이 죽고, 자기들 돈 버는데 급급하고, 

열심히 정직하게가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 줄을 잡고 그 줄로 신도시만한 땅의 주인이 되고,

주가조작을 해서 두어달만에 몇 억을 순식간에 벌고, 그런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남의 죄를 쉽게 단죄하는 것이 어떻게 상관이 없냐고 말해버렸다. 

 

나는 나와 같이 상실과 상심의 아픔을 나눌 수 없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갑자기 너무 많이 외로웠다. 

 

스스로는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함에도

2년 뒤, 5년 뒤, 10년 뒤를 예측할 수 없는 막막한 삶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니면서, 다 보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삶이 가지런해서, 느리게 사는 사람들과 나라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햇살 아래 몸을 늘어뜨리고 누워도 되는 오후가 있는 그런 나라에서 나는 살고 싶다. 

 

개인이 온 힘으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라가 지도자가 믿을만한 버팀목이 되었다면

매순간 소진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남은 힘으로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름다움'을 보며,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를 보며, 세상을 살고 싶고, 떠나고 싶다. 

 

살다 사느라 지쳐 죽고 싶지 않다.

 

"이곳에서의 참혹한 삶이 제가 어떤 곤경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입니다 사람들에게 제가 조금만 고통을 견뎌내면 조금씩 희망을 주고 기회를 만들어주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우리의 삶 우리 서민들에 삶과 이재명의 참혹한 삶이 투영되어있습니다. 앞으로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의 성남 상대원시장 연설 중에서 

 

 

세월호 때 그린 그림인데,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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