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년은 옷을 사지 않았다.
귀촌프로젝트를 위해 옷 만드는 법을 배우고, 옷을 만들면서 옷을 사지 않다가..계속 옷을 사지 않았다.
옷을 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없앴다.
회사 출퇴근, 미팅할 때 입었던 옷, 강의할 때 입었던 옷...암튼 더는 회사에 출근할 일이 없는 삶을 살 듯 하여,
옷을 입는 것이 삶의 낙이기도 하고, 그래서 옷을 만들고 싶었을 정도로 옷을 좋아했던 내가 의지를 다지기 위해 꽤 많은 옷들을 정리했다.
주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녔고, 불편하지 않았을 뿐더러 편하기까지 해 만족스러웠다.
옷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옷이 성가시기도 했다.
그런데, 봄이 되고, 여름이 시작되고
두문불출 칩거를 멈추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합정동도 나가고, 강남도 나가고, 거리의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바깥은 환했다.
어느새 내 옷방은 흰색, 회색, 검은색, 수도자의 방 같다.
같은 방인데, 작년이나 재작년은 그 색들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안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눈을 비비고 싶을만큼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밝은 색 옷이 입고 싶어.
그 말을 하고 싶어, 친구에게 카톡을 보낸다.
친구의 답 "갑자기?"
그니까 갑자기 노랑색 니트를 입고 싶고,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싶고, 하얀 백바지도 입고 싶어.
눈을 뜨고 싶어. 환하고 싶어. 밝은 색 옷을 사고 싶어.
오늘 후배 회사에 갔다가 막 도착한 택배박스에 든 후배 옷 두 벌을 갈취하듯 사왔다.
돈 보낼게, 너는 또 주문해라
초록색 여름 자켓과 핑크색 스트라이프 니트. 밝은 옷이다. 환하다.
지난 주 뽀글이 파마에 이어 밝은 옷,
나는 어디에 이끌려가고 있다.
환한 세상으로? 그쪽으로?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밝게 신나게 내 삶을 살아나갔으면 한다. 경박한 것이 아니라 환한 사람이었으면 한다.
버틸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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