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 전에 손이 돌이 되는 환각(?) 같은 것 때문에 괴로웠다.
그땐 잠을 자려고 누울 때마다 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손을 차렷자세로 누우면 손끝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손가락, 손목... 으로 점점 돌이 되었다.
그 무게때문에 손은 아래로 점점 아래로 방바닥 아래까지 가라앉는 듯 어깨까지 그 무게에 쓸리는 것 같았다.
두 손을 가슴에 올리면, 두 손은 돌덩이가 되어 가슴을 눌러, 어느 순간에는 손이 무거워, 손을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이 숨이 막혔다.
잠을 자면서 가위 눌리는 것이 아니라 눈을 뜬 채 이런 몸의 이상현상을 느꼈다.
그때의 일기장을 보면 손의 무게에 눌린 내가 있다.
정신신경과 치료를 받고,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바뀌고, 삶이 바뀌고..., 그러면서 그때를 잊어버렸다.
최근 나의 화두는 다시 '손'이다.
퇴행성관절염이라고 한다.
마지막 회사를 그만둘 때, 저자에게 메일 한 통을 보낼 수 없을만큼 손가락이 아팠다.
지난 몇년간 손을 쓰지 않고, 최대한 키보드와 마우스를 만지지 않았다.
좀 나아진 것 같았다. 그리고 살만해졌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조금씩 그리기 시작하고,
뭔가 해야한다면 아이패드에 아이펜슬로, 아니면 노트에 연필로, 이렇게 살면 되겠구나 했다.
키보드가 되었건, 마우스가 되었건, 펜슬이던 손으로 쓰는 것이다.
어젯밤에는 자는데도 손가락이 아팠다.
손이 돌이 되던 환각때문에 질식해서 죽을 것 같았던 그때가 생각났다.
대개 지금쯤의 통증은 노화라고 규정짓는다.
내 관심은 통증으로 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것이다.
'손'이 아니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손'을 쓰기 힘든 나는 여기저기에서 실종상태이다.
어제 감자는 내 손가락을 핥았다.
강아지가 벌겋게 부은 손가락마디를 핥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기가 찼다.
이런..., 삶이 웃기게 되어버렸군.
원하는 모양은 없었다.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았다.
몸에 삶을 얹어가는데, 몸이 망가지고 있다. 삶 또한 함께 망가져간다.
손이 돌이 되지는 않는데, 그 때의 손이 소환되고 있다.
그때의 불행이 소환되는 듯 하다.
사로잡히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른 아침 아파트 공원에 감자와 함께 나가
가장 좋아하는 라일락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그 꽃향기를 맡으며 4월의 햇살을 쬐며
'언젠가의 꿈이었지' 하며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다.
'손'은 이런 식이다.
-잠시 딴 소리-
이 정도로 키보드를 치고, 스스로 대견하다 생각했다.
이 정도만 하지 뭐.
많은 것을 할 필요는 없잖아.
-잠시 딴 소리 끝-
돌이 되는 환각이 없음에도 '손'의 무게로 낑낑거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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