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나는 청어, 감자는 오징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한 번 거의 한시간 가까이 감자 산책을 한다.
하루 중 해가 가장 좋은 때를 골라나간다.
동네 공원에 가면 같은 시간에 강아지 산책을 하러 나오는 아줌마 아저씨 아가씨 청년을 너댓명은 꼭 만나게 된다.
너댓마리의 강아지들과 함께.
아직 감자보다 어린 강아지는 보지 못했다.
다들 감자더러 애기네요, 라고 인사를 한다.
사람에게 낯을 가리고 섞이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있으니 자연스럽다.
부산스런 감자를 부담스러워하는 강아지는 저 멀리, 관심을 보이면 가까이 두고 견주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사람의 나이는 별 의미가 없다.
그곳은 개들이 서로 아는 척을 하면, 그냥 옆에 같이 서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아님 그냥 보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강서구로 이사온지가 10년이 훨씬 넘는데 동네사람이랑 거의 처음 이야기를 한거다.
동네사람, 나도 동네사람.
봄햇살인 좋은 일요일 아침, 공원 좀 일러서인지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이 두세명.
두살짜리 푸들은 아빠와 공을 잘 가지고 논다. 오직 관심이 공에게만 있다.
감자의 관심은 오직 사람들에게 있고,
나는 그분에게 어떻게 하면 공을 가지고 놀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가지고 노는 것을 보면 곧 가지고 놀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한 둘 떠나고,
운동을 하러 나온 몇몇 가족들이 공원으로 오고,
감자는 그들 사이로 꼬리를 치고,
나는 그들에게는 죄송하다고, 감자에게는 저쪽으로 가자고,
그렇게 말을 이어갔다.
감자와 둘이 공원 둘레 흙길을 걸으면 '나는 이 시간에 공원에 있구나' 싶었다.
살아있구나 싶었다.
나는 청어라 수족관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숨이 곧 넘어가는데.
감자는 오징어라 수족관에서 이리저리 나를 몰아 나는 뺑뺑돌며,
오징어에게 쫓기느라 죽을 시간이 없어 죽지 못하는 청어처럼 제법 힘있게 헤엄을 치며
삶을 유지한다.
삶이 이어진다.
강아지인 감자는 오징어.
사람인 나는 청어
둘은 수족관에서 함께 산다
'주절거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점점 더 [하찮아진] 것에 대해 (0) | 2024.01.20 |
---|---|
[손]의 무게 (0) | 2023.04.12 |
[로비] 바닥에 떨어진 나침반 (1) | 2023.01.14 |
마음과 말 (0) | 2023.01.06 |
2023년의 나는 이랬으면 좋겠다 (0) | 2023.01.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