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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집사 식물집사

[반려식물] 립살리스크랩암-이유가 있었다

by 발비(發飛) 2022. 6. 15.

안동 친구에게서 물꽂이해서 뿌리를 내려둔 '자바'를 얻어왔다. 

어제 하루를 그냥 둔 터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화분 흙에 옮겨 심었다. 

 

 

-잠시 딴 소리부터-

 

우리집 반려식물들이 대체로 잘 지내는 편이다. 

빨리 자라지는 않지만 몇년이 넘도록 아주 조금씩 자라며 곁에 있다.

꽃이 피는 것 아니고 입만 보는 것들.

그렇다고 관엽식물은 아니고, 선인장과에 족하는 애들 몇 개와 덩굴에 속하는 애들 몇 개가 있다. 

 

아, 관엽식물은 내 취향이 아니라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봄 물꽂이해서 뿌리를 내린 실버스워드를 아는 이가  집에 놀러오면서 선물로 가져와 잘 있고,

어제 친구집에서 얻어온  '자바' 도 관엽식물이니, 우리집에 관엽식물이 두개, 한 그룹이 있는거네. 

관엽들! 너무 빨리 자라지는 마라, 미리 온 실버스워드가 어쩌려고 일주일에 하나씩 하나씩 잎을 낸다.

자바 너는 그러지 않겠지. 다른 애들이 좀 그렇잖아. 치와와 옆에 시베리안허스키 같이...,

천천히~~~~크자.

 

-잠시 딴 소리 끝-

 

'자바'를 화분에 옮겨심어주고,

아차! 심하게 골골거려 조치가 필요한 '립살리스크랩암' 화분을 가져와 엎었다.

 

깜짝이야. 대체 뭐지.

당황스러웠다. 내가 이 애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쏟아진 것들은 흙이 아니고 대부분 마사토였다. 그러니 당연히 골골거렸지. 

작년에 분갈이를 했으니, 1년을 이러고 있었던 거라고, 살아있는 것이 용하다. 진짜 미안해.

 

내가 왜? 내가 이랬을 리가 없어 하며, 기억을 되살려보니 

단체로 분갈이를 하다 흙이 모자라 우선 급한대로 마사토에 식재만 해놓고, 흙을 사면 갈아주리라 했던 것이 지금까지 .있었던듯 싶다. 

립살리스가 선인장 종류이니, 잠깐인 괜찮으려니 하며...........

얘가 한없이 골골거렸던 이유가 있었던 거다. 

작년은 내 몸 일으키기 바빠 그랬었다고 핑계를 대고, 난 이제 살만하고, 너가 살아날 차례다. 미안해라 

 

얘는 왜 이럴까 하며 보기만 했지, 태생을 의심했지. 화분을 열어볼 생각을 안 했던거다. 

바보, 나를 의심했어야지, 왜 죄도 없는 얘를 의심한거니. 

앞으로는 너가 아니라 나를 의심하자. 어떤 일이라도. 

 

그런데, 말이지.

내가 일년 너머 이년을 골골거렸던 것, 얘처럼 마사토에 내가? 

태생적으로 약한 것이 아니라 주위를 볼 필요가 있었던 건 아닐까? 

흐음~

니체의 약효가 떨어질 때가 되었나보다, 니체의 망치가 필요한 시간이다. 

그렇다치고, 

 

 난 살아났고, 얘가 살아날 차례다. 

 

 

참나, 뭐 이래. 

'자바' 화분에 흙을 채우고 남은  흙인데, 또.......................  흙이 모자란다. 

사람도 꼭 이런 때가 있다. 자꾸만 뭔가 안 맞는, 하염없이 시도해도 자꾸 꼬이는. 

너는 그런 때였던 거고, 오늘부터 너 립살리스그램암의 운명을 바꿔보자.

튼실한 크랩암이 되어보자꾸나.

이건 너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바보같았던 거야. 에고 또 미안하다. 

 

좀 있다 수영장에 다녀올 때 흙을 사와 채워 줄거다. 특별히 구운 계란껍질도 넣어줄게.

비가 억수로 와도, 설마 펑펑 눈이 오더라도 꼭 다녀오꾸마. 

 

사진을 보니, 이 아이가 힘겹게 버틴 시간들이 더욱 느껴진다. 

 

엄마친구가 왜 이렇게 삐쩍 말랐냐고 걱정하시던데, 나도 그런가...................... . 

정성을 들이자. 잘해주자. 

립살리스크랩암에게도. 나에게도, 

 

AS: 다이소에 가서 원예용 흙을 사와 잘 심어주었다. 친구가 챙겨준 구운 계란 껍질도 잊지 않고 흙과 잘 섞어주었다. 

 

 

잘 살고 있는 박쥐란, 다른 립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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