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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집사 식물집사

낙오(미나리 물꽂이 2)

by 발비(發飛) 2022. 5. 17.

 

미나리 물꽂이, 뿌리 내린 미나리 사이에서 오늘 아침 두 줄기가 시들어 죽어있어 빼냈다. 

어제는 그제는 괜찮았는지, 안 보였는지 모두 잘 자라나 했었는데, 두 줄기가 낙오되었다. 

 

두 줄기 미나리를 솎아내며 '낙오되었구나' 생각했다. 

낙오라니, 나는 이겨내지 못한 것을 낙오라고 생각하는 구나. 

 

낙오 (落伍)의 뜻은 1. 대오에서 처져 뒤떨어짐. 2. 사회나 시대의 진보에 뒤떨어짐.

연관검색어는 낙후, 실패, 탈락이고, 유의어와 반의어는 없다. 

 

군사정권에서 초등, 중등, 고등을 다녀서 그런가........ 

미나리 물꽂이에서 시든 미나리를 솎아내며 낙오를 떠올린다는 것,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중얼거린다. 나는 그런 사람이구나. 

 

말이 안 된다. 

 

초등 중등 때 나는 학교에서 친구랑 잘 어울리지 못했다. 

부족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른이 되고 알았다.

유치원이 없었던 시절, 글씨를 빨리 깨우쳤다는 이유로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의 뒷배로 청강생으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해, 그냥 대충 학년이 계속 올라간 나는 글씨는 알지만, 놀 줄은 몰랐던 것 같다.

왼손, 왼발에 놀이에 끼기 힘들었다.  끼고 싶지도 않았다.  

 

엄마는 학교에 갔다오면  "그게 무슨 말이야?" 하고 물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가서야 질문을 멈췄다고 했다. 

한 마디로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함께 어울리지 못했던 초등, 중등이었던 듯 싶다. 

늘 혼자 놀았고, 집이 좋았고, 운동장보다는 마당이 좋았다.  그래서 그때의 기억이 없다. 

 

고등학교 2학년때 마치 알에서 깬 것처럼 환한 세상에서 신나게 놀았다. 

물론 친구들은 그때도 어린이 취급이었다.  괜찮았다. 

 

그래서 나는 낙오에 익숙하다. 

 

고등학교 올라갈 때 본 체력장에서 전교에서 딱 두명이 만점을 못 받았는데, 그 중 한 명이 나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못 뛴다고 체육시간이 지옥은 아니었다. 선생님들이 혼내지 않으면 애들도 괴롭히지 않는다. 

그냥 열외였을 뿐이다. 

 

친구가 없었으므로 나에 대한 친구들의 피드백을 몰랐다. 그냥 혼자 잘 지냈다. 

 

나중에 친구들이 중학교때 나를 기억하고 들려주는 말에 의하면, 자발적 왕따였다고 한다. 자신 외에 모두를 왕따시켰다고, 자신들이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무척 놀랬다. 

나는 못한 건데 안 한거라고? 괜히 그게 좋아보여 그렇게 하기로 한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 대부분은 직장을 다니면서 만난 친구들이다. 

나는 중학교때 내가 되어, 그들과 함께이기 보다 혼자 노는 것이 좋고, 집이 좋고, 집에서 꼼지락거리며 옷을 만들고 쿠키를 만들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보는 것이 좋다. 

 

낙오인가?

낙오 (落伍)의 뜻은 1. 대오에서 처져 뒤떨어짐. 2. 사회나 시대의 진보에 뒤떨어짐.

대오에서 뒤떨어지는 것이 사회나 시대의 진본에 뒤떨어진 것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낙오. 

아무리 생각해도 군사용어이고 군사적 사고이다. 

 

맘에 안 든다. 

낙오라는 말이 왜 떠올랐는지 더는 생각지 말기로 하고, 

오늘 꺼낸 죽은 미나리 두 줄기는 흙으로 심어주지도 않는 주인에 대해 과감히 구차스런 생을 스스로 포기한거고, 

나는 서로의 어깨를 끼고 오른발 왼발 맞추어 함께 내딛는 힘있는 한 발자국보다 흐느적거리며 내딛는 한 발자국을 선택한 것이라고,

 

대오에서의 낙오에 대해 부정해본다. 

 

내가 들어도 좀 촌스런? 그런데 엄청 편안해지는 '백건우의 쇼팽 녹턴'은 혼자라서 하루 종일 들을 수 있다. 

이게 뭐가 낙오야?

 

오늘도 나와 잘 타협했다. OK

 

낙오된 미나리 두 줄기....................................................... 그래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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