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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446

[최영미] 돼지들에게 시가 아니라 말부터 하기로 한다. 어제 jtbc 뉴스에서 최영미 시인의 인터뷰를 봤다. 나는 생각했다. 시인이 말한 같은 곳은 아니어도 같은 조건의 현장에 나도 끼어 있었다. 1,2년 전 유명 소설가의 성추행 사건이 있었을 때, (아마 이 블로그에도 비슷한 글을 썼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2018. 2. 7.
[허연] 장마의 나날 장마의 나날 허연 강물은 무심하게 이 지지부진한 보호구역을 지나쳐 갑니다. 강물에게 묻습니다. "사랑했던 거 맞죠?" "네" "그런데 사랑이 식었죠?" "네" 상소 한 통 써놓고 목을 내민 유생들이나, 신념 때문에 기꺼이 화형을 당한 사람들에게는 장마의 미덕이 있습니다. 사연은 경전만큼.. 2018. 1. 4.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산 가장 높고 깊은 곳에 사는 께로족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희박한 공기는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고 발길에 떨어지는 돌들이 아찔한 벼랑을 구르며 태초의 정적을 깨뜨리는 칠흑 같은 밤의 고원 어둠이 이토록 무겁고 두텁고.. 2018. 1. 2.
[김용택] 울고 돌아온 너에게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2017년 마지막 근무일이다. 그제는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다. 52명 수강생.. 2017. 12. 29.
[한용운] 나는 잊고자 나는 잊고자 한용운 남들은 님을 생각한다지만 나는 님을 잊고자 하여요, 잊고자 할수록 생각하기로 행여 잊을까하고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잊으려고 생각하고 생각하면 잊히지 아니하니 잊도 말고 생각도 말아 볼까요. 잊든지 생각든지 내버려 두어 볼까요, 그러나 그리도 아니되고 끊.. 2017. 12. 26.
[Zion.T] 눈 눈 Zion.T 내일 아침 하얀 눈이 쌓여 있었으면 해요그럼 따뜻한 차를 한 잔 내려드릴게요계속 내 옆에만 있어 주면 돼요약속해요눈이 올까요우리 자는 동안에눈이 올까요그대 감은 눈 위에눈이 올까요아침 커튼을 열면 눈이 올까요서두르지 마요 못다 한 얘기가 있어요잠이 들고 나면 오.. 2017. 12. 18.
[정현종] 방문객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 2017. 12. 12.
[칼릴 지브란] 길이 보이면 떠나는 것을 생각한다 2주 전부터 위독하신 아버지. 지지난 주, 지난 주 그 병상을 시켰다.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아버지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고, 아버지는 아버지의 방법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일요일 아침. 저기 길이 보인다 하셨다. 길이 넓고 좋으냐는 물음에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셨.. 2017. 11. 13.
[헤르만 헤세] 9월 9월 헤르만 헤세 뜰이 슬퍼한다 꽃 사이로 차가운 비가 내린다 여름은 몸서리를 치며 말없이 종말을 향해 간다. 금빛으로 물든 나뭇잎이 키 큰 아카시아 나무에서 하나둘 떨어진다 여름은 시들어 가는 뜰의 꿈속으로 놀란 듯 창백한 미소를 띄운다. 여름은 앞으로 오래 장미 곁에 발길을 .. 201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