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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정현종] 방문객

by 발비(發飛) 2017. 12. 12.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내가 기대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곧 그를 만난다. 

나는 늘 그를 만나길 기대하면서도 두렵다. 


대부분. 내게 만남은 지속적이기보다 '만남'이라는 똑 떨어지는 발음 같이 "만남"으로 똑 떨어진다. 


만남이 지속을 담보하는 것인 줄 이제야 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하는 곳에는 작을 지라도 반드시 '발견'과 '깨달음'이 있다.

-사이토 다카시, [내가 대화하는 이유] 중에서



발견과 깨달음인 줄 이제야 알게 된다. 


오롯이 나로 버텨야 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내가 누군가와 섞이면 나의 문체는 사라지는 것이라고, 

만남을 불안해 했다. 


아침 신문기사를 보다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서 시 낭송 사이트에서 이 시를 낭송할 거라는 기사를 보았다. 

내가 좋아한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도 나왔던 시다. 

그때도 그렇지.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이 내게 오는 것이지, 그랬구나 했다. 

수많은 인생이 내게 왔었구나. 

시인의 표현처럼 바람처럼 더듬으면 될 것을 

가시를 세우고 있었구나.


오늘은 미팅이 두 건이 있고, 

학교에 가서 50명의 수강생도 만나 수업도 해야 한다.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들과 눈을 마주쳐야겠다. 

바람처럼 스윽 더듬어봐야겠다. 


곧 만나게 될 그에게도

그가 내게 방문객임을 잊지 말고 대해야겠다. 

손님으로 잘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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