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대로 詩446 [이탄] 옮겨 앉는 새 옮겨 앉지 않는 새 이탄 우리 여름은 항상 푸르고 새들은 그 안에 가득하다. 새가 없던 나뭇가지 위에 새가 와서 앉고, 새가 와서 앉던 자리에도 새가 와서 앉는다. 한 마리 새가 한 나뭇가지에 앉아서 한 나무가 다할 때까지 앉아 있는 새를 이따금 마음 속에서 본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앉지 .. 2005. 5. 9. [정호승] 쓰레기통처럼 쓰레기통처럼 정호승 쓰레기통처럼 쭈그리고 앉아 울어본 적이 있다 종로 뒷골목의 쓰레기통처럼 쭈그리고 앉아 하루종일 겨울비에 젖어본 적이 있다 겨울비에 젖어 그대로 쓰레기통이 되고 만 적이 있다 더러 별도 뜨지 않는 밤이면 사람들은 침을 뱉거나 때로 발길로 나를 차고 지나갔다 어떤 여자.. 2005. 5. 9. [이원] 몸 밖에서 몸 안으로 몸 밖에서 몸 안으로 이원 새벽은 어둠의 녹슬어가는 몸이다 사람들은 이 몸을 희망이라고 믿는다 믿음은 오해일수록 좋다 믿음이라는 허방은 사방에 널려 있다 몸이 닿았던 자리는 썩어 들어간다 남김없이 썩어 들어간 허공을 사람들은 하늘이라고 부른다 높은 곳을 찾아가는 것은 하늘에 좀더 가까.. 2005. 5. 9. [서정주] 바다 바다 서정주 귀기우려도 있는 것은 역시 바다와 나뿐 밀려왔다 밀려가는 무수한 물결우에 무수한 밤이 往來하나 길은 恒時 어데나 있고, 길은 결국 아무데도 없다. 아- 반뒷불만한 등불 하나도없이 우름에 젖은 얼굴을 온전한 어둠속에 숨기어가지고......너는, 無言의 海心에 홀로 타오르는 한낫 꽃같.. 2005. 5. 9. [백석] 여승 여승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2005. 5. 9. 이전 1 ··· 47 48 49 5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