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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칼릴 지브란] 길이 보이면 떠나는 것을 생각한다

by 발비(發飛) 2017. 11. 13.




2주 전부터 위독하신 아버지.

지지난 주, 지난 주 그 병상을 시켰다.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아버지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고, 

아버지는 아버지의 방법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일요일 아침.

저기 길이 보인다 하셨다. 

길이 넓고 좋으냐는 물음에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길이 보이면 떠나는 것을 생각한다.


칼릴 지브란


길 끝에는 무엇이든 반드시 있고

무엇이든 만나게 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가 자신이 꿈꾸어온

가장 멋진 길로 들어설 수는 없다

하지만 길을 나서야 한다. 

들어선 길은 또 하나의 길이기 때문에

똑바로 걸어야 한다. 

잘못 들어선 길, 그 길에도 분명

기쁨과 슬픔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꿈꾸게 하는 돌은 어디에나 있고

패랭이꽃 한 무더기 쯤은

어디에나 피어있기 때문이다. 

길 위라면 어디에든

파랑새는 울고 있기 때문이다. 

기쁨이 넘칠 때에도 

우리가 느끼는 기쁨은 자기 자신 속에 있지 않고

삶 그 자체에 속해 있으며

고통스러운 순간도

상처 속에 있지 않고 

가슴 속에 있다. 

낙관적인 사람은 장미만 보고

가시를 보지 못하며

비관적인 사람은 장미는 보지 못하고

가지만 본다. 




아주 멀리 떠날 길을 준비하고 계신 아버지에게 이 시를 들려드리고 싶다. 


우리가 울며 보내드리는 그 길에도 

우리는 아버지가 본 길이 잘못되는 것이라 생각하더라도 

그 길에는, 그 길의 끝에는

꽃이 피어있고, 새가 울고 있고, 

아버지를 기다릴 또 다른 사랑이 그 곳에도 있을 것이라고,

힘겹게 두 팔을 올려 보여주신 하트를 그 곳에서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의치가 않았다. 

엄마가 울기 때문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하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본 길이 어쩌면 어쩌면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일 수도 있다고, 

다만 내가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아버지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아버지를  보지 못하여, 

그 길이 잘못된 길이라고, 

그 길목에서 아버지의 발목을 꼭 잡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아버지는 두려워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오래 전에 먼저 그 길을 떠난 

아버지가 가장 사랑했던 큰아들이 그 길 끝에서 아버지를 마중 나와 있을 것은 분명하다. 


길의 양 끝으로 우리 남매가 서 있고,

그 길을 가로질러 아버지는 걷게 되는 것이라고 

아버지가 우리 남매를 닿게 해 주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엄마가 너무 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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