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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듣는 曰(왈)144

존재의 산화 현명한 인간은 존재를 살아간다. 지금 눈 앞의 현실을 살아간다. 존재가 어디에서 오는지 왜 걱정하는가? 그것이 어디에서 오든 무슨 상관이 있는가? 누가 그것을 창조하느냐, 않느냐 하는 것은 어긋난 질문이다. 그대는 이곳에서 고동치며 살아있으므로 존재와 더불어 춤추라. 살아라! 존재가 되라! 그리고 그 신비가 완전한 형태로 그대 마음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그냥 내버려 두라. - 증에서, B.S 라즈니시 ... ... ;; '존재' (라는 단어)에 도착하자 마침표같은 방점이 찍히고 꼼짝할 수 없었다. 불면인지 가수면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시간 내내 '부재'에 연연했다. '부재'라는 수렁에 깊이 빠지면 빠질수록 '부재'라는 바닥을 만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깊은 수렁 밑바닥에서 지반이 솟아 오르듯 꿈들거리는 거대.. 2020. 10. 13.
가을에 핀 봄꽃 봄꽃 중에 봄꽃, 벚나무에 벚꽃 봉오리들이 가득 맺은 걸 보았다. 어제 출근길 자유로 벚나무 어느 한 그루에 핑크빛 봉오리를 보고 눈을 의심하고는, 출판단지 진입 5킬로미터 전인 것을 확인하였다. 오늘 출근길 그 지점 지날 즈음 최대한 갓길 쪽으로 붙어 꽃봉오리들이 맺힌 벚나무를 찾기는 쉬웠다. . 갈색으로 물든 나무들 사이에 분홍빛 꽃봉오리는 눈에 잘 띄었다. 아주 오래전 성철스님이 돌아가신 다음해인가, 마지막에 머무르시던 백련암을 간 적이 있었다. 백련암 마당 한켠에 빨간 장미가 피기 직전에 얼어있었다. 5월에 피어야 할 장미가 아마 11월 즈음에 핀 모양이다. 많이 빠르거나 많이 늦거나 움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맺고, 꽃을 피우다 추운 겨울을 만나 그대로 얼었다. 언 장미는 자주빛이었고, 작았다. .. 2020. 10. 6.
[옷 만드는 편집자] 지문 이 말을 하면 안 믿을 수도 있다.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 나도 놀랬으니까...., 나도 설마 했으니까. 퇴근을 하고, 밥을 먹고, 침대에서 잠시 쉬다가. 주문받은 원피스 마무리를 하기 시작했다. 다섯벌의 원피스, 허리 감아 박기와 밑단을 박으면 끝이 난다. 주말에 결국 다 하지 못한거다. 티비를 틀어놓고 일을 한 건데. 어느 예능프로에서 지문 모양에 따른 성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 지문은 어떤가 본거다. 근데...., 지문이 없어졌다. 정말 당황스럽고 놀라웠다. 엄지, 검지, 중지까지 지문이 없이 맨질맨질했다. 그러고 보니, 새로 산 노트20에 지문등록을 했는데, 늘 인식이 잘 안되어 결국 패턴으로 잠금화면을 열었었다. 대체 왜 인식을 못하는거지 하면서 속으로 툴툴거렸었다. 지문이 없다. 재단을.. 2020. 9. 22.
[일상] 해를 등진다는 것 파주 출퇴근길을 좋아하는 이유, '해를 등진다'는 것이다. 가양대교에서 자유로 진입하는 삼사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동쪽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여름의 아침해는 눈부시고 뜨거웠다. 태양은 그의 무시무시한 직사광선으로 그 도시를 내리 누르고 있었다. 중에서 그 짧은 거리를 지나 해를 등지고 서쪽을 향했을 때, 나무가 보이고, 꽃이 보이고, 길이 보였다.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퇴근길에는 떨어지는 해를 등진다. 등진 해는 마주한 풍경에 아침과는 다른 색으로 필터링을 걸어준다. 내가 유난히 파주 출근길을 좋아하는 것은 해를 등질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해를 등지면, 선명하고, 아름다워진다. 뿐만 아니라 조용해진다. 나는 재빠르게 말을 좀 더듬으면서 그리고 자기의 범행을 시인학 그것은 태양의 탓이라고 말했.. 2020. 8. 26.
[파커 J. 파머] 삶이 말을 걸어올 때 회사 모니터 앞에 붙여둔 말이다. 아마 6개월쯤 전부터. 파커 J. 파머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원제 Let Your Life Speak' (당신의 삶이 말하도록 내버려 두라)를 모두 읽지는 않았지만, 끌리는 말이다. 파커 J. 파머의 책이 하나 더 있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 나는 이 둘을 붙여서 내 격언.. 2018. 8. 30.
호모 사피엔스의 '...' 1. 말 사이에 유난히 여운이 긴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학교에서 영화음악 강의를 했는데 그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저 남자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저렇게 긴 여운을 어떻게 견딜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의 긴 여운을 늘 좋아했다. 그는 문자를 포함한 메신저를 하지 .. 2018. 4. 18.
[김경주] 밀어- 몸에 관한 시적 몽상 머리카락은 애잔한 풍경의 비밀을 감추고 있다. 인체가 하나의 풍경이라면 그 속을 드나드는 사계 역시 하나의 신체에 해당할 터, 우리의 몸을 드나드는 사계에 머무는 머리카락들의 발음을 시라고 불러보는 일에 곧잘 놀라곤 한다. 인체 속에 스며 사는 머리카락의 풍경은 애절하다. 머.. 2018. 1. 24.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면,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갈았구나 하고 깨닫는 .. 2017. 8. 31.
[최영미] 흉터와 무늬 시인의 소설 중 나오는 문장들이다. 흉터와 무늬 [출처] 최영미의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개정판이 나왔습니다|작성자 no party “서럽다는 건, 서러움을 느낀다는 건 받아줄 품이 있고, 비빌 언덕이 있을 때 부리는 앙탈같은 거다.” "한동안 나는 어디를 가든지 누런 레이스자락을 끌.. 2017.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