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견집사 식물집사19

낙오(미나리 물꽂이 2) 미나리 물꽂이, 뿌리 내린 미나리 사이에서 오늘 아침 두 줄기가 시들어 죽어있어 빼냈다. 어제는 그제는 괜찮았는지, 안 보였는지 모두 잘 자라나 했었는데, 두 줄기가 낙오되었다. 두 줄기 미나리를 솎아내며 '낙오되었구나' 생각했다. 낙오라니, 나는 이겨내지 못한 것을 낙오라고 생각하는 구나. 낙오 (落伍)의 뜻은 1. 대오에서 처져 뒤떨어짐. 2. 사회나 시대의 진보에 뒤떨어짐. 연관검색어는 낙후, 실패, 탈락이고, 유의어와 반의어는 없다. 군사정권에서 초등, 중등, 고등을 다녀서 그런가........ 미나리 물꽂이에서 시든 미나리를 솎아내며 낙오를 떠올린다는 것,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중얼거린다. 나는 그런 사람이구나. 말이 안 된다. 초등 중등 때 나는 학교에서 친구랑 잘 어울리지 못했다. 부족.. 2022. 5. 17.
뿌리(미나리 물꽂이 1) 며칠 전 미나리를 줄기를 잘라 물꽂이를 해 두었다. 뿌리가 내렸다. 희한하게 물꽂이가 가능한 식물들을 보면 늘 호기심으로 물꽂이를 하게 된다. 결국 흙에 땅에 심을 거면서 말이다. 어릴 때는 온갖 종류의 아이비를 만날 때마다 신기해서 쥬스병에 유리컵에 박카스병에 기분에 따라 병을 바꿔가며 물꽂이를 했다. 아이비는 늘 뿌리를 내려주었다. 뿌리가 내린 것을 확인한 날을 뭔가 세상에 좋은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후에도 뭔가 가능해보이면 물에 꽂았다. 이름들이 기억나지 않은 수많은 식물들의 가지 하나, 잎 하나를 전지한다는 명목으로 톡 끊었다. 미나리에 뿌리가 내리자 곧 새 잎들이 나기 시작했다. 새 잎의 싱싱함이라거나 신선한 식재료에 대한 목마름이라거나 그런 이유로 싱크대 앞에 갈 때마다 새 잎이 .. 2022. 5. 17.
(대)파가 꽃을 맺었다 파에 꽃봉오리가 맺었다. 꽃봉오리가 맺자 파가 힘을 잃기 시작했고, 색도 좀 바랬다. 꽃이 핀다는 기대가 되기보다 힘을 잃어가는 파를 보면서 넷플릭스의 [친애하는 나의 문어선생님]의 마지막이 생각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동안 밥을 잘 안 해 먹었기 때문에 파도 잘 사지 않았더랬다. 파를 넣는 것을 생략하기도 했다. 혹 꼭 필요해서 사게 되더라도 같은 이유로 대부분 냉동실에 넣어 보관했다. 파는 늘 얼어있는 상태로 먹었다. 언 파는 좀 질겼다. 올 겨울내 대파를 사서 화분에 심어놓고, 밥을 해 먹을 때마다 파는 그때 그때 잘라 먹었다. 이번 겨울은 내내 집에 있으니, 방법을 달리해보고 싶었다. 밥을 먹을 때마다 반찬을 먹을 때마다 부드러운 파를 먹고 싶었다. 밥을 열심히 해 먹어서인지, 어느새 파는.. 2022. 3. 23.
[반려식물] 뿌리를 쌓다 행잉식물들은 포트에 담겨 온 그대로 1년을 살다가 바크 채운 화분에 분갈이를 해서 2년을 살다가 오늘 마사토와 배양토를 섞어 분갈이를 해줬다. 2년 전 분갈이할 때가 생각났다. 포트에 심겨졌다고 생각했는데, 뿌리가 바크는 아닌데, 바크 비슷한 나무에 끼어 철사로 꽁꽁 묶여져 있었다. 원래 그렇게 사는 건지. 어쩐지 싶어 칭칭 감긴 철사만 잘라내고 바크를 화분에 채우는 식으로 분갈이를 했다.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은 잔뿌리가 철사가 감겼던 모습 그대로인 나무를 뚫고 2년전 채워놓은 바크까지 뻗어있었다. 이번에도 뿌리를 감싼 채 딱딱하게 굳어버린 나무에 잔뿌리가 뻗어있는 바크를 그대로 두고 배양토와 마사토 채우는 식으로 분갈이를 했다. 대개 잔뿌리를 떼어내어 정리를 한 뒤 분갈이를 한다는데, 막상 .. 2020. 7. 6.
[반려식물] 뿌리가 떠 있다 뿌리가 떠있다. 우리집 반려식물들 중 떡갈고무나무, 호야, 행운목을 빼고는 대부분 행잉식물이다. 애초 바닥에 두는 화분은 아무래도 걸리적거리니까. 행잉으로 키울 수 있는 박쥐란종, 디시디아종들로만 골랐다. 퇴사를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있게 되면서 이 아이들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니 마음이 달라졌다. 제법 운치있게 보이던 이 아이들이 힘겹게 매달려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쁘다 생각했던 전과는 달리 어느 때부터 나도 함께 매달려있는 듯했다. 일주일에 한 번 내려놓고 물을 흠뻑 주고 나면 뿌듯했던 전과는 달리 제자리에 매달때면 팔에 힘이 들어갔다. 한 달 전쯤 결단을 내리고 화분선반을 사서 좀 큰 아이들은 내려놓았고 아주 작은 아이들은 떡갈고무나무 큰 화분 위에 내려주었다. 아직 세 개의 화분은 매.. 2020. 7. 5.
[반려식물] 성장에 필요한 것 이럴줄 알았으면, 진즉에 흙화분에 심을걸! 행운목을 수경으로 장장 일년간을 키우다가 화분으로 옮겨심은 것이 지난 3월이다. 두 달동안 매일 자라 이제는 짙푸른색 잎을 가진 행운목이 되었다. 사진이 없지만, 수경재배를 하는 동안 껍질 사이를 뚫고 나오려고 하던 폼만 잡던 움은 일년간 그 모양 그대로 애만 쓰고 있었다. 원래 이 행운목은 비실비실인가보다 하고 그냥 세월아 네월아 보는 듯 마는 듯 물만 겨우 바꿔주었었다. 그때의 마음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속으로는 '저걸 어쩌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3월 어느날에 집에 있던 빈 화분에 퇴비흙을 담아 이사를 시켜주었었다. 몇 달이 지난 오늘 아침에 보니 짙은 초록잎에서 청년의 향이 났다. 성장. 물에 있던 것을 흙에 심으니, 움에서 잎으로 가열차.. 2020. 7. 5.
신과 함께 겨울 분갈이 겨울 분갈이를 했다. 큰 화분 하나, 작은 화분 둘. 한 달 쯤 전에 포토스 화분이 깨졌다. 현관 안쪽에 걸어둔 봉에다 포토스 화분을 걸어두었는데, 옆쪽 방문을 아무 생각없이 벌컥 열다가 뚝! 떨어졌다. 화분은 깨지고, 포토스는 겨우 깨진 화분에 붙어있었다. 당장 어쩔 수 없어 깨진 화분에 박스테이프를 붙이고 이번에는 천정에 걸지 않고, 화분대에 올려두었다. 한 달 사이 싱싱하던 초록잎이 조금씩 누렇게 변해갔다. 수북하던 잎들이 성글어졌다. 죽어가는 것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화분을 살 때 맘에 들었던 것과는 달리, 품위가 있지 않아 약간 외면했다. 확,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번은 했던 것 같다. -잠시 딴 소리- 주말에 조조로 [신과 함께]를 봤다. [페터슨]을 다시 보고 싶었는데, 상영관이 없.. 2018. 1. 15.
둥이의 삶에서보면 2 둥이가 사는 집 둥이를 입양해 간 분이 둥이의 근황을 사진으로 보내오셨다. 이틀동안 둥이의 활약이 대단했던 듯 하다. 둥이가 살게 될 마당이 정리가 되질 않아 이틀동안 집안에 두신 모양인데... 이 집이 낯선 집이라 둥이의 세계로 셋팅이 되지 않은 것은 분명할 터. 나의 둥이는 자신이 구축하지 않은 세상은 세상으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끊임없이 존재를 확인했을 것이다. 같이 온 사진에 둥이가 자행한 현장들이 그대로 보였다. 난 그게 좋다. 그리고 오늘 둥이의 새로운 주인은 둥이를 위해 새로운 개집에 하얀 페인트를 칠하고... 마당 한 켠에 둥이의 자리를 마련해주었다고 하셨다. 사진으로 본 둥이의 눈빛이 맘에 든다. 내가 출근할 때 내가 퇴근할 때 나만 바라보던 눈이 아닌, 둥이가 그 마당에서 볼 것은 너무 .. 2008. 9. 11.
둥이의 삶에서 보면 llustration by----- http://blog.naver.com/sosokim627 옷을 입는 너를 잡아보지만, 현관문이 닫히면서 들리는 짜르륵. 문이 잠긴다종일토록, 어두워지면 어둠 속에서 또 기다린다.시간을 모른다.하염없다는 것은 안다.버튼을 누르는 전자음을 타고 너가 온다.처음처럼 너의 옷을 잡고 매달린다.넌, 잠든다.난 너의 발치에서 잔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 둥이의 일과이다. 어쩌면, 둥이의 삶에서 보면 난 저 참새인지도 모를 일이야! 둥의 세상에서 보면, 둥이는 둥이 세상의 중심,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그를 따른 별들이 움직이듯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둥이의 운명에 따라 세상 전체가 움직이는 것. 어제 둥이가 입양을 갔다. 종일 혼자 있는 둥이에게 말했지. 넌, 길을 잃었지. .. 200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