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發飛가 쓴 詩, 小說

이명

by 발비(發飛) 2025. 2. 9.
이명. 20250204


여자의 귀에서는 끊임없이 소리가 만들어진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여자만의 소리.
그 소리는 끌로 쇠를 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숲속 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같기도 하고, 때로는 먼데서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다.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른다.
늘 곁에 있었던 듯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것이 여자의 신경을 더 날카롭게 하고 있는지, 멍한 표정을 짓게 만든 원인이 되는 건지.
여자에 대해 수근대는 이들이 여자의 이명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어쩌면 누군가 한 두명 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도 때도 없이 짓는 멍한 표정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도 모르는 것이 이명이다.
함께 할 수도 없는 것이 이명이다.

언젠가 여자의 곁에 누운 적이 있었던 남자가 물었다.

무슨 생각해?
생각은 안 해. 그냥 소리를 들어.
무슨 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공장소리, 한숨소리, 그리고 또...
뭔 소리 하는 거야?
매번 다른 소리를 들어. 심심하면, 난 심심하면 내 귀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어.

여자가 고개를 들려 남자의 얼굴을 보았을 때,
남자는 하얀 천정 모서리 끝, 세 개의 면과 선이 만나는 검은 점에 시선을 꽂아두고 있었다.

하얀 천정에 검은 점이라니, 어쩌면 모든 소리는 저곳에서 새어들어오는 걸지도 모른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여자의 몸속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소리보다는 천정 어디에서 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었다.

아무튼, 그 밤 이후로 여자는 그 남자를 다시 만난 적이 없다.

이명은 처음부터 여자에게만 들리는 소리였지만, 그 밤 이후 쇠소리, 바람소리, 먼데서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다가 가끔 남자가 생각날 때가 있었다.
남자는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을 여자의 이명을 함께 듣기라도 한 것처럼,
함께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던 남자와 무엇을 나누기라도 했던 것처럼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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