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식 작가의 페이스북을 보며, 그가 지금 여행하며 올려놓은 마다가스카르의 길들을 보며
그의 사진들을 처음 만났을 때쯤을 떠올렸다. 그의 사진을 보며 쓴 글이다.
신미식 작가의 네이버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을 보며 남미여행을 꿈꿨다.그가 안내한 사진 속의 그 풍경. 우물 속에서 동그란 하늘을 보던 나는 사각형 사진 가득 찬 하늘이 놀라웠고, 붉은 땅이 놀라웠고검게 탄 얼굴의 강인한 사람들의 모습에 참 많이 놀랐다. 내 꿈은 그 곳에 가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곳을 갔다. 신작가를 통해 꿈을 만들고, 꿈을 이루었다. 이 글을 쓸 때는 꿈을 품고 있었을 때였을 것이다.
빠스코의 여자아이는 어른이 되고도 남았을 거다.
오늘 페이스북에 올라온 신미식 작가의 마다가스카르의 길, 이를 어쩌나.
그 길에 나도 서고 싶다.
---2003년 아니면 2004년쯤 쓴 신미식 작가의 사진 감상문
희망에 관한 인터뷰
페루 빠스코 사막을 맨발로 걷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다
사막을 걷는 어자아이는 나무 등짐을 지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몸을 앞뒤로 흔들어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빠스코 붉은 사막을 맨발로 걷고 있는 여자아이는
빨강파랑실로 짠 남자판초를 입었다
여자아이는 좀 큰 판초를 펄럭이면 사막바람과 마주 걷고 있었다.
여자아이에게 다가가자 내게 웃는다
어딜가냐고 묻자, 집에 간다고 말했다
나무는 무엇에 쓸거냐고 묻자, 아이는 저녁 땔감이라고 말했다
판초를 가리키며, 누구 옷이냐고 묻자, 죽은 오빠의 옷이라고 말했다
오빠는 왜 죽었냐고 묻자, 광산에서 죽었다고 말했다
집은 어디냐고 묻자 아이는 사막 건너편이라고 땅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얼마를 더 가야하냐고 묻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발 물러섰다.
무엇이 하고 싶냐고 묻자, 빠스코를 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마지막이라며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묻자, 빠스코를 내려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또 마지막이라며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냐고 묻자, 아이는 입을 막았다.
판초를 입고 나무등짐을 지고 걷고 있는 여자아이는
내게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나도 빠스코를 내려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대학로에 있는 갤러리카페에 걸려있는 신미식작가의 사진을 보았다.
작은 액자 속에 담긴 사진에는 열 두 세살 정도의 여자아이가 나무 등짐을 지고 하늘과 닿아있는 고원의 언덕 위를 걷고 있는 사진이었다.
여자아이는 남자들이 입는 빨강파랑실로 짠 판초를 펄럭이며 고원바람을 마주하고 걷고 있었다.
타이어로 만든 검은 샌들,
갈색 얼굴에 헝클어져 바람에 날리는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자갈들이 흩어져 있는 붉은 길까지,
모두 한 덩어리로 내게 달려드는 듯했다.
나 자신, 그 순간에도 이건 너무 과장된 느낌이라고 자제하려고 하였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심장이 정신없이 뛴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자갈 굴러가는 소리를 내며 귀에서 들렸다.
내가 사진에서 본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나는 사진 액자 아래 놓인 같은 사진의 엽서를 가방에 넣었다.
나는 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카메라 뷰파인더로 그 아이를 보고 있었을 그를 생각했다.
그러면 곧 나는 신미식작가 되어 그 여자아이와 함께 안데스 어느 고원에 서 있었다.
나는 사진 속의 여자아이에게 어딜 가냐고, 나무는 무엇에 쓸 거냐고, 판초는 누구 것이냐고, 그럼 오빠는 왜 죽었냐고, 집은 얼마나 더 가야 하냐고, 뭘 하고 싶냐고, 그리고 무엇이 되고 싶냐고도 물었다.
책상 옆에 붙여둔 사진을 볼 때마다 매번 같은 질문을 했다.
때로는 같은 답을 듣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답을 했다.
나는 사진 속의 여자 아이와 나눈 대화로 ‘희망에 관한 인터뷰’라는 단막 대본을 썼다.
단막대본에 대한 남들의 평가를 받을만한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그것과 상관없이 내가 쓴 대본 속에서 처음으로 무대를 상상했고, 그 무대 위에서 자유로운 동선과 대사를 경험했다.
-2003년 혹은 04년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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