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11장
(......)
鑿戶有以爲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니
當其無有室之用 그 없는 것으로 방의 쓰임이 있게 된다.
故有之以爲利 고로 있다는 것은 이로움을 주고,
無之以爲用 없다는
것은 쓰이게 한다.
문과 창을 뚫는다?
뚫어서 방을 만든다?
뚫어 공간을 만들어야 쓰임이 된다?
공간에 뭘 들인다?
들인 무엇이 나에게 이로움이 된다?
그러므로 빈 공간은 나에게 쓰임이 된다?
참 많은 사람이 주위를 왔다갔다한다.
꽉찬 느낌이다. 빈 자리가 없는 느낌. 그러므로 더 담을 곳이 없는 느낌. 좀 답답함.
비워야 할 때인 듯 하다.
지난 주 영화를 잠시 쉬겠다고 선언하고도 몇 편을 더 본 건지...
영화를 본 폴더가 미어터지고, 그림을 본 폴더도 미어터지고....
오늘 아침 갑자기 이 말이 내게 온 이유가 쓸데없이 꽉꽉 차고 있는 폴더 때문일까?
누구의 말처럼 부질없는 것이라는 말을 전하러 온 것일까?
텅 빈 공간이 좀 그리운 아침이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니, 그 없는 것으로 방의 쓰임이 있게
된다.
고로 있다는 것은 이로움을 주고, 없다는 것은 쓰이게 한다.
지금 답답하다고 느낀다면 방법은 두가지.
1. 비운다
2. 뚫는다.
내 몸이 방이고 그릇이다.
내 몸이 큰 공간(空間)이어야 할 것이다.
담고 또 담아도 널널하게 담을 수 있는 넉넉한 크기의 방, 넉넉한 크기의 그릇.
몸의 주인인 내가 숨을 쉬고, 내 몸으로 들어오는 타인이 쉴 공간이 필요하다.
비울 생각
뚫을 생각
이런 생각 모두가 어딘가에 쓰임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건 노자의 생각과는 상충되는 것이지만.
내 비움은 그리고 내 뚫음은 쓰임을 원하는 욕심에서 나온다.
어디엔가 잘 쓰여질 나를 기다리며.
아직도 그런 나를 기대하며.
그런 욕심으로 비우고 뚫을 궁리를 한다.
공간(空間)
1.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는 칸.
2.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
3. 영역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
4. 물리학에서, 물질이 존재하고 여러 현상이 일어나는
장소.
5. 철학에서, 시간과 함께 세계를 성립시키는 기본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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