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새겨듣는 曰(왈)

동생 부부의 대화

by 발비(發飛) 2006. 1. 3.

동생네 블로그에 오랜만에 놀러갔다, 동생이 올린 글이 참 재미있기도 하고 맞아! 싶어서 허락없이 퍼왔다.

(사실은 올케다. 난 이 말이 그렇게 싫고 어색하다. 실제는 그냥 이름을 부른다)

 

***********************************************************************

 

-단무지 사람 판별법-

 

오늘 우리는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서 어제 Farmers' market에서 산 생야채를 쓰윽쓰윽~ 비벼가며 맛난 점심을 먹었다.
집을 내놓은 이후로 맘 편하게 요리도 못하고 마음 고생 몸 고생 입 고생이 이만저만하다.

점심을 먹으며 우리는 아이오와를 떠날 날이 열손가락으로 세게 되었음을 아쉬워했고,
이렇게 평화로이 함께 점심을 먹을 여유가 우리에게 있음을 새삼 감사했다.

그러다, 얘기는 흘러흘러 혼자 사는 총각 처녀들을 맺어주는 얘기에 이르렀다.
뭐시기군을 뭐시기양과 맺어주면 좋겠다는 너른 나무의 제안에 시원한 나무가 물었다.


시원한나무 :"사람 괜찮아?"


너른나무 :"어, 사람 좋아. 글구 먹는 것도 되게 좋아한다. 미식가야 미식가..."


시원한나무 : "어, 그럼 괜찮네. 잘 어울리겠다.근데, 텔레비 보는 것도 좋아해?"


너른나무 : "그럼, 진짜 좋아해."


시원한 나무 : "그래? 잘됐다. 내가 뭐시기 양한테 한번 말해보지 뭐..."

우리가 사람을 설명하고 판단하는 법, 참 형이하학적이다.
그래도 사람 사는 일들의 8할이상은 (적어도 내 경우에는) 먹고 보고 노는 등등의 형이하학적인 범주에 속하는지라 판단법 또한 간단하고 실질적일수록 좋은 법이다.


돌아보니,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우리 남편이 내게, 내가 우리 남편에게 물었다.


"혹시 더러운 거 잘 못참는 편이세요?"


"저, 밤에 문 열어 놓고 자요? 닫고 자요?"


"뭐 먹는 거 좋아하세요?"


어쨌거나, 우리의 경우 이런 점검이 우리의 판단에 아주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글쎄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형이하학적 사람판단법이 먹힐지 아닐지 두고 볼일이다.
뺨을 한대 맞을지, 옷을 하나 얻어 입을 지는 모르겠으나 뚜아줌마로 한번 활약을 해볼까 싶다.

 

****************************************************************************

 

 

참. 내 동생들이라서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현명하기도 하다.

 

-잠시 딴 소리-

 

보고 싶다

참 현명한 나의 동생들. 그들의 손을 잡아보고 싶다

참 오랫동안 걔들의 손을 잡아보지 못했구나

손이 어떻게 생겼었지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들이 많다.

하기사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지.

사람을 만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만남은 배우자를 만남일테고... 가장 중요한 만남에서 포인트로 삼아야 할 것을 찾아내는 것.

 

동생 말대로 비슷한 사람? 혹은 반대인 사람?

그것을 구분하는 기준을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적인 것으로 나누어 본다면, 분류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어떤 식의 분류를 할 것인지.

크게 나누어 형이상학적인 것과 형이하하적인 것을 .. 그것을 적재적소에 그것들을 배치하여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동생들은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만난지 3주만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대략 5.6년 가까이 산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보기엔 환상의 커플이다.

주고 받은 대화가 이러했으니,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책을 좋아하세요?"

"무슨 영화를 좋아하세요?"

피카소를 좋아하세요? 고흐를 좋아하세요?

 

물론 중요한 문제이다.

그렇지만, 밤에 문을 열어놓고 자는 사람인지. 더러운 것을 못 참는 사람인지....

그건 더 중요한 문제이다.

 

이제사 알겠군!

나의 두 동생이 그렇게 환상의 커플인 이유를 ....

이 글을 읽으면서 커다란 양푼에 둘이서 밥다툼을 하며 먹고 있을 두 동생을 생각하니 그저 참 좋다.

그들은 마구 엉키는 것, 섞어서 열내며 흥분하며 먹기를 좋아한다. 둘 다....

한 수 배웠다.

간만에 들른 그들의 집에서 맘이 훈훈해졌다.

 

 

 

 


 

 

'새겨듣는 曰(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몫에 대하여  (0) 2006.01.24
문과 창을 뚫어  (0) 2006.01.17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0) 2005.12.13
그가 말했다.  (0) 2005.10.20
[황순원] 소나기 중에서  (0) 2005.10.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