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largo, 고맙습니다

by 발비(發飛) 2022. 2. 6.

어제 늦은 밤, '지금은, 바가지 머리'라는 일기를 쓰고,

오랫만에 이 오래된 블로그 여기저기를 뒤적였다. 

 

 

 

-이 블로그는 참 오래된 집이다.

-어쩌면 내가 가진 것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일지도 모른다. 

-오래된 인연들이 시간 속에 매장되어 있었다. 

 

방명록-지금은 아무도 글을 남기지 않지만,

오래전에는 페이스북도, 인스타도 , 트위터도 없었으므로 블로그 방명록에 안부인사를 나눴다.

 

 

 

sully, 원조낮술, 원조, 그리고 largo .... 그분은 여러 이름으로 참 많은 글이 남겨놓았다. 

때로는 공개로, 대부분 비밀글이다. 

 

그와 나는 2005년 대학로 낙산 아래 어느 집 홈파티가 한창이던 거실 구석에서 쭈뼛한 주변인으로 처음 만났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는 6년이 되었다. 

그의 부고를 받고 그의 발인과 화장장까지 함께 하였지만 끝내 그가 몸이 아파 세상을 떠난 것인지, 마음이 아파 세상을 떠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largo, 그는 수원모대학에서 영화음악을 강의하는 교수님이었고, 내가 대학원을 다녔던 대학 연극영화과에서도 영화음악을 강의하였다. 그때 나는 일과 대학원과 글쓰기, 또 몇 개의 일들 속에 파묻혀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방명록에서 그는 늘 같은 거리와 같은 온도로 안부를 묻고,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남기고, 

이 많은 영화들을 언제 보냐고도 하고,

혼자 보지 말고 가끔 같이 보자고도 하고, 

서로의 강의시간을 공유하고, 

지리산 하동 마을에서 살고 싶다고도 했고,

서투른 운전을 걱정해주고,

늘 곧 보자고, 그랬더라. 

 

그가 내게 했던 말들은 마치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서 있는 가로수처럼 휙휙 지나가 버렸다.  

지금의 나는 버스를 타고 지나갔던 그 길을 되돌아 걸으며 가로수 한 그루 한 그루를 처음 보는 듯 찬찬히 살핀다.  

여전히 살아있는 듯이 남긴 말들이 따뜻하다. 

그가 그리워서 눈물이 났다. 

 

그와 대화 중 침묵은 침묵이 아니라 다음 말을 이어가기 위한 쉼표였다. 

그가 나의 뮤즈였던 것은 그 쉼표때문이다. 그가 침묵하는 쉼표의 시간에는 늘 어떤 대사가 생각났고, 나는 그 대사를 소설에 썼다. 그 말을 하면 쑥스러운듯 희미하게 웃었다. 침묵이 불안하지 않았다.

그때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몰랐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한동안 잊혀졌던 그가 자꾸 입 밖으로 나와서 이상하다 생각했었었다. 

설날 엄마한테 내려가는 새벽운전길에 귀향길마다 나눴던 그와의 대화들이 생각났었다.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이. 

강의 일정이 같았던 어느 한 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났던 사이.

친구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늘 아는 사람이었던 그가,

그의 부재가 그의 의미를 알려주는 듯 하다. 

 

그가 있었더라면...,

지금은 그때처럼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살피는 사람이 되었다고, 

어쩌면 심하게 느리고,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은 사람이 되었다고, 나도 largo.

그래서 그가 방명록에 걱정했던 것처럼 나도 그를 가끔은 걱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지리산 하동에서 살고 싶다고요? 우리 이웃 하실래요?

늦었다. 

 

늦었습니다. 고맙습니다. 

 

https://blog.daum.net/binaida01/15951103?category=107271

 

https://youtu.be/u2VhwVLkQjY

더보기

Whitesnake - Here I Go Again

 

I don't know where I'm going
나는 내가 어디에 가고있는지 오르겠어

But, I sure know where I've been
그러나,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확실히 알고있어

Hanging on the promises in songs of yesterday
어제의 노래들에 있던 약속을 붙잡으며

An' I've made up my mind,
그리고 난 다짐했지

I ain't wasting no more time
더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거야

But, here I go again, Here I go again
그러나, 다시 나아가 볼게요



Tho' I keep searching for an answer,
계속 해답을 찾으려하지만

I never seem to find what I'm looking for
내가 찾고있는 것을 절대 찾지못할 것 같아

Oh Lord, I pray
신이시여, 기도합니다

You give me strength to carry on,
계속해 나갈 힘을 주세요

'Cos I know what it means
To walk along the lonely street of dreams
왜냐하면 꿈을 향한 외로운 길을 혼자 걷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Repeat]

An' here I go again on my own
스스로 다시 나아가 볼게요

Goin' down the only road I've ever known,
알고 있는 유일한 길을 따라 내려가

Like a hobo I was born to walk alone
방랑자 처럼, 걷기위해 태어난 것 처럼

An' I've made up my mind
그리고 다짐했지

I ain't wasting no more time
더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거야



I'm just another heart in need of rescue,
Waiting on love's sweet charity
나는 단지 사랑의 달콤한 자선을 기다리며 구조를 필요로 하고 있지

An' I'm gonna hold on
For the rest of my days,
그리고 나는 내 여생동안 기다릴거야

'Cos I know what it means
To walk along the lonely street of dreams
왜냐하면 꿈을 향한 외로운 길을 혼자 걷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Repeat]



But, here I go again,
그러나, 다시 나아가 볼게요

Here I go again,
다시 나아가 볼게요

Here I go again,
다시 나아가 볼게요

Here I go...
다시...



An' I've made up my mind
그리고 다짐했지

I ain't wasting no more time
더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거야



[Repeat]X2



But, here I go again,
그러나, 다시 나아가 볼게요

Here I go again,
다시 나아가 볼게요

Here I go again,
다시 나아가 볼게요

Here I go...
나아가 볼게요



출처: https://rockthenation.tistory.com/entry/Whitesnake-Here-I-Go-Again [Rock The Nation]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봄  (0) 2022.02.28
세필(細筆) 두 자루를 샀다  (0) 2022.02.09
지금은, 바가지 머리  (0) 2022.02.06
한가한가? 바쁜가?  (0) 2022.02.04
[일기] 나비를 꿈꾸는 것은  (0) 2021.11.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