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꿈꾸는 것은 높이 날기 때문이 아니다.
내일이면 2021년의 마지막 달인 11월의 마지막 날 겨울비가 내린다.
아직 겨울이 아니라 비가 내린다.
하늘이 검었던 시간, 투둑투둑 배내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밖을 보지도 않고 비가 오나보다 하고,
-잠시 딴 소리-
물을 끓여 계량컵에 붓고, 찬물을 섞어 따뜻한 물을 만들었다.
이스트 한 스푼을 넣어 발효를 시킨다.
3, 4분이 지나자 부풀기 시작했고 15분에 활성화를 마무리했다.
-잠시 딴 소리 끝-
부풀어오른 이스트를 보는데, 뜬금없이 나비가 생각했다.
흔히 말하는 '의식의 흐름', 해도 뜨지 않은 아침에 제멋대로다. 백수의 특권을 누리기로 한다.
나비를 꿈꾸는 건, 나비가 높이 날아서가 아니다.
찢기기 쉬운 얇은,
긁히기 쉬운 몸에 비애 큰,
날개로
계곡과 꽃들 사이를 난다.
나비를 꿈꾼다.
나비가 높이 날아서가 아니라 나비가 나는 곳이 나비가 가장 어울리는 곳이고,
계곡 물의 반짝임과 꽃잎들의 움직임 가까운 곳에서 함께 하는
그런 나비를 꿈꾼다.
-또 잠시 딴 소리-
이스트가 활성화하는 온도를 맞추기 위해
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으면서 손을 감싸 이스트가 원하는 따뜻함을 천천히 맞추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적당함을 찾았다.
이스트가 원하는 온도가 되자, 잠시 몸을 푼 이스트는 확 부풀었고,
몸을 부풀인 다음 천천히 살아움직였고 숨을 쉬는라 거품이 퐁퐁 일었다.
밀가루에 소금을 섞은 가루에 아직도 따뜻한 이스트물을 부어 반죽을 했다.
이스트는 따뜻한 물속에 녹아있던 설탕으로 기력을 충천하고, 밀가루의 전분을 먹는다.
반죽은 천천히 매끄러워지고 부드러워진다.
-잠시 딴 소리 끝-
나비가 나는 계곡은 빛이 난다.
계곡 물소리를 감미롭게 들리게 하고, 꽃들은 조명을 받은 듯 더 빛나고 향기롭다.
나비를 꿈꾸는 것은 높이 날아서가 아니라
나비는 여린 몸을 가지고 가장 어울리는 곳에 제 몸을 두고,
그 곳의 모든 것들을 빛나게 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거리에서,
머물지 않고,
사랑하는 것들 사이를 스치듯 지나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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