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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한가한가? 바쁜가?

by 발비(發飛) 2022. 2. 4.

모르겠다.

 

나는

한가한가? 바쁜가?

힘든가? 편한가?좋은가? 나쁜가?

 

오늘 아침에도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다. 

 

어제는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서 밤 12시까지 

수영장을 잠시 다녀왔고,

넷플릭스에서 요즘 1위라는 [우리 학교는]는 8회차까지 정주행을 했고, 

대선토론을 봤고,

그러니까 종일 뭔가 했다. 

 

새로운 루틴 하나.

아침 8시가 되면, 남동향인 우리집이라 가장 길게 그리고 가장 밝게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이라 솜털보다 작은 먼지까지 온전히 드러나는 시간이다. 다이슨을 들고 청소를 한다. 

그리고 깨끗한 바닥으로 햇살이 가장 선명한 존재를 드러낼 때

그 존재를 명확하게 경계하고 싶어 물꽂이 화병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림자로 햇살의 존재를 확인하고 경계를 실감한다. 

 

드러난 존재는, 

바쁜가? 한가한가?

힘든가? 편한가? 

좋은가? 나쁜가?

 

선택을 하기 위해 상반된 말들을 놓아보지만, 선택이 불가능하다. 

그건,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바람에 따라, 방향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오늘은 밥을 먹은 것 밖에 한 것이 없다. 

친분이 있는 영화관계자와 카톡으로 잠깐 새로운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좀 나눴고, 

유키즈에 나온 어느 분에 관해 함께 일하던 어느 출판사 주간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고,

오래된 친구와는 설날에 잠깐 만나 얻어온 보리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유튜브에서 어제 있었던 대선후보 토론에 관한 리뷰를 좀 봤다. 

 

그리고 결심을 한 것 중 하나를 실천하는 중이다. 

 

손가락탓인지 마음탓인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쓸 수 없어진 것을, 쓸 수만 있다면 뭘 하더라도 살만 했던 어떤 시간으로 나를 돌려놓고 싶다는 희망을 실천해보기로 한 그 결심.

 

이렇게 시작해 본다. 

 

바쁘지도 한가하지도 않고, 힘들지도 편안하지도 않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지금 내가 할 일은 

어쩌면 햇빛에 비친 그림자의 명확한 경계처럼 

무엇이 빛이고, 무엇이 그림자인지 경계를 지어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 나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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