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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듣는 曰(왈)

출근길 단상 - 전쟁

by 발비(發飛) 2017. 2. 16.

전쟁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참으로 시시하게 시작되었다. 그것은 처음에는 그저 소문처럼 왔다. 한 달 후 전쟁은 처음으로 사람들의 눈 앞에 불쑥 다가섰다. 수평선 저편으로부터 시커먼 강철의 새들이 한국의 하늘 위를 덮쳐 들면서 땅 위에 있는 사람들과 건물을 공격하였다. -최인훈, 회색인 중에서 


어제는 엄마가 검진을 받아야 할 일이 있어 간만에 연차를 냈다. 출근한 만큼이나 힘들었다. 

아침에 출근을 하며, 어제 챙겼어야 할 일과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였다. 

대부분 다음 주 중국 출장에 관한 준비이다. 

출장을 가기 전, 원할한 미팅을 위해 미리 전달해야 할 자료들과 출장 중 브리핑을 해야 할 자료들을 정리하자면 정신이 없겠다 생각했다. 

대개는 으윽, 싶은데 오늘은 그런 마음이기보다는 좀 늦게 퇴근하면 되지. 하나씩 하면 되지 그런 마음이다. 

그런 마음이 든 한편, 전쟁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전쟁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참으로 시시하게 시작되었다. 


회색인에 나오는 이 말처럼  조용한 시작이지만 전쟁이긴 하다. 이 전쟁이 얼마나 커질지, 언제 불쑥 두려울만큼 내게 다가올지 모른다. 

상대가 누구냐, 어떤 상대가 미리 올거냐, 내가 대하고 싶은 상대는..., 

만약 전쟁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쟁이 아니라 스포츠나 바둑처럼 경기로 불리는 그런 유형의 전쟁이라면 전력이 좋은 상대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약체이길 바래야 한다.

일터라는 전쟁에서의 상대는 그 둘 중 누구일까 생각한다. 후자였으면 한다. 

앞으로 쭉 전쟁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면, 둘 중에 후자였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무엇을 가지고 사람들은 전쟁을 하는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전쟁을 원치 않은 사람들의 절망을 가지고, 무엇 하나도 출정을 강요하는 것이라고는 없어도 고립되지 않으려고 출정하는 사람들의 자기 사랑을 가지고, 이제는 직장도 없어서 참전하는 사람들의 굶주림을 가지고, 아래와 같은 많은 고상한 감정들을 가지고, 고통속에서의 연대의식, 표현되고 싶지 않은 모멸의 감정, 증오의 부재, 이 모든 것들이 비열하게 이용되고, 이 모든 것이 죽음으로 이끌려 간다. -A.까뮈, 비망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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