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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듣는 曰(왈)

[알베르 까뮈] 무엇을 가지고 사람들은 전쟁을 하는가

by 발비(發飛) 2017. 4. 4.

무엇을 가지고 사람들은 전쟁을 하는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전쟁을 원치 않은 사람들의 절망을 가지고, 

무엇 하나도 출정을 강요하는 것이라고는 없어도 고립되지 않으려고 출정하는 사람들의 자기 사랑을 가지고, 

이제는 직장도 없어서 참전하는 사람들의 굶주림을 가지고, 


아래와 같은 많은 고상한 감정들을 가지고, 


고통속에서의 연대의식 

표현되고 싶지 않은 모멸의 감정 

증오의 부재 


이 모든 것들이 비열하게 이용되고, 이 모든 것이 죽음으로 이끌려 간다. -A.까뮈, 비망록 중에서 


민주당 경선이 끝났다. 

지난 겨울 안희정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한 어떤 선택도 없이 그로 인해 떠오르는 단상을 긁적였었다. 

조용했던 블로그는 그의 지지도가 상승함에 따라 방문자가 엄청났다. 

그가 어떤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음을 체감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자, 연정, 선의....

그의 신념은 분명히 드러났고 일관성이 있었으나, 그의 선의가 공격받았다. 

공격을 받자, 그는 당당히 맞섰다. 

하지만 그의 말과 그의 얼굴 표정에서 전과 다른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어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두려움'을 배웠다고 말했다. 두려움이었구나 싶었다. 


"다수의 생각에 귀환하고 싶어하는 많은 유혹과의 싸움이었다. 미움과 분노의 정치라고 하는 현실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 대화를 하기 위해서 어떤 견해든 간에 상대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존중해 대화를 시작해야한다는 선의의 발언에 이르기까지 저로서는 두려운 순간이었다. 그 두려움에 어떻게 서야하는지 배웠다." -오늘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


그런 그를 보며, 어른 혹은 성인이라는 것은 참 어려운 것이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얼굴을 통해 보는 '성인'이라는 불리우는 사람들이 무엇을 해내기에는 미숙해 보였다. 

그는 무장된 논리로 확고한 신념을 소리쳤으나 타인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고 공감시키는 것은 실패했다.  



지난 금요일 민주당 경선투표에 참여하였으나 그를 뽑지 않았다. 

마음이 끌리는 또 다른 후보가 있었으나 나는 그도 뽑지 않았다. 


나는 어른처럼 단호하게 말하고, 지시하기도 한다. 

그동안의 단호했던 모든 상황에 대해 조금 민망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포스팅에 올린 까뮈의 글을 소환한다. 


고통속에서의 연대의식 

표현되고 싶지 않은 모멸의 감정 

증오의 부재 


까뮈가 말한 이러한 마음으로 나는 다른 선택을 했다. 

선택 뒤의 마음이 영 개운하지 않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전쟁을 원치 않은 사람들의 절망을 가지고, 

무엇 하나도 출정을 강요하는 것이라고는 없어도 고립되지 않으려고 출정하는 사람들의 자기 사랑을 가지고, 

이제는 직장도 없어서 참전하는 사람들의 굶주림을 가지고, 


나는 까뮈가 말한 이런 것들을 가지고 다른 선택을 했다. 


이재명은 명연설이라고 불리는 영남경선 연설문에서 까뮈의 말을 인용했다. 

나는 이 연설을 모든 경선이 끝난 어젯밤에 유튜브를 통해 들었다. 


어제의 죄악을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죄악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


나는 이 대목을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 간절히 다가옴을 느꼈다. 

나에 대한 반성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분명 나는 어제와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살아가는데 견고함이 부족했다. 

어느 순간 해체된 분자들처럼 풀어져버렸다. 

긴장이 만들어내는 팽팽함은 위험하다. 
그러나 내재된 견고함은 우리를 평화롭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흔들리는 분자가 아니라 자신의 자리와 역할을 단단히 해내는 견고함만이 자신과 타인들을 평화롭게 할 것이고 자유롭게 할 것이다. 

어른이라면 이렇게 되어야 한다. 
사람이라면 이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나아질 것이다. 

나는 간절히 바란다. 

아직 누구인지 모를 그가, 까뮈의 '무엇을 가지고 사람들은 전쟁을 하는가.'에 이어지는 풀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직 누구인지 모를 그가, 까뮈의  '어제의 죄악을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죄악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라는 마음을 가져 해체된 분자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견고해질 수 있도록, 그래서 평화와 자유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오늘 아침 말을 시작한 것은경선이 끝났으니 오래전 포스팅된 안희정후보에 대한 나의 포스팅에 대한 에프터서비스 차원에서 어떤 언급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나의 미디어

#분자의 해체  #견고함  #자유와 평화  #까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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